[코로나19]전염병보다 무서운 '대중심리'

日 카와이 박사 "새로운 상황에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평범한 사람"
불안한 대중심리 잠재우기 위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해야
"정확한 정보전달 국민 눈높이 설명 중요"
일본 카와이 박사는 전염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를 방지하기 위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일본 카와이 박사는 전염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를 방지하기 위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많은 쥐가 마을에 피를 토하며 죽었다. 며칠 뒤 쥐 대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페스트(흑사병)였다. 가짜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몸 소독하겠다며 알코올 마신 사람들로 마을은 혼란했다. 병을 없앤다며 불을 질러 쑥대밭이 됐다. 약탈과 파괴까지 더해져 마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요약 中-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전염병으로 폐쇄된 도시 '오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1947년 발표된 작품이지만 코로나19에 맞선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가짜뉴스와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행동 등은 지금 우리 현실이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전염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 그 불안감은 전염병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건강사회학자 카와이 카오루 박사가 닛케이비즈니스에 기고한 '코로나와 대중심리'에서다.
 
카와이 박사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정확한 정보 제공의 창구 일원화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신속하고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상황에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며 "개인과 집단,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와이 박사의 글을 하단에 전한다. 
 
"사회생활이나 인간의 관계를 오염시키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가 가져오는 최대 위협이다.“
 
SNS에서도 화제가 됐던 이탈리아 고등학교 도메니코 스킬라체 교장이 학생들에게 보낸 메시지 일부다. 그는 1630년 밀라노를 덮친 페스트 유행에 대해 쓰인 글을 인용해 "외국인에 대한 공포와 유언비어, 터무니없는 치료법이 퍼지는 현재 모습이 지난 17세기 페스트로 대혼란을 겪었던 이탈리아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인 감염병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동료들도 잠재적 침략자로 간주해버릴 위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있다. 마치 일본의 모습과 같다.
 
차내에서 기침만 해도 싸늘한 시선이 돌아오고, 약국 앞에서 마스크 구매를 위한 치열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외국인을 매도하는 전단이 배달되고,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지에 쇠사슬을 채워놓는다.
 
솔직히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근거 없는 소문과 얼치기 적인 정치 결단으로 인한 혼란이다. 치료제나 검사 시간 단축 등 좋은 뉴스도 있지만, 감염증 유행은 사회에 혼란을 초래한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를 공황에 빠뜨린 감염증을 몇 가지 돌아본다.
 
흑사병(페스트)의 유행은 14세기 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다. 적어도 유럽의 3분의 1이 희생됐다 기록돼있다. 흑사병 원인은 쥐 원인설 외에도 점성술사나 기독교가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유대인들은 부유한 사람이 많아 흑사병을 예방할 수 있어 희생자가 적었다. 그것이 일찍 종교적 갈등을 격화시켜 '흑사병은 유대인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과 억측을 불러왔다. 결국, 유대인 박해라는 민중의 행동을 초래했다.
 
1382년 폭도들은 파리의 유대인 거리에서 약탈과 파괴를 저질렀고, 1391년에는 세비야 조제장이 유대인에 대한 성전을 선동했다. 폭도는 유대인 거리로 몰려들어 4만1000여명의 유대인을 살해했고, 스트라스부르에서는 2000여명의 유대인이 화형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도메니코 스킬라체 교장이 말한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 동료를 잠재적 침략자로 보는 심리'가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1879년 콜레라 유행 당시 환자는 감염병 전문 병원에 수용됐고, 자택 요양환자의 가족은 외출 금지 등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또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해산물이나 신선식품 판매가 금지됐는데 이로 관계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수와 화재 등으로 쌀값이 급등하자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공포의 칼끝은 콜레라 환자와 경찰을 향했다. 니가타현에 있던 마을에서는 죽창을 든 사람이 경찰과 병원을 파괴해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콜레라에 걸리면 죽인다더라', '경찰이 사람의 생간을 미국에 판다더라', '콜레라의 원인은 누군가 독을 살포해서 그런 거다' 등이다. 환자를 죽이느니 마느니 떠들어대는 시민과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 사이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이상 사태가 계속됐다.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코로나19는 중국 연구소에서 퍼진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병기 실험 때문 아니냐' 등 소문을 보면 과거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약국에서 12년간 일해온 베테랑 점원은 SNS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더 무섭다'고 글을 적었다. 평소에 상냥했던 사람들마저 거짓 뜬소문에 속에 생필품을 쟁여두려는 사람들이 날이 선 채로 약국에서, 혹은 전화로 독촉하는 모습에 사람이 귀신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글은 리트윗 33.5만건, 좋아요 59.8만건 등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다. 
 
점원의 말처럼 새로운 상황에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는 참 무서운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포심을 느꼈을 때 인간은 실로 어리석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 이것을 막기 위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철저히 해야 한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개인, 집단, 조직 등에 속하는 관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그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에 대해 더욱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으로 비판적이지 않고 건설적으로, 일회성이 아닌 계속 교환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일반인들의 알 권리이며 불안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예측이 어려운 감염증에 대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문가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가는 일반인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하고, 상대방이 이해를 못 한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 한 예로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를 들 수 있다.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당시 CDC는 리더십을 발휘해 정보제공창구를 일원화했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 학교 등도 CDC를 1차 정보원으로 삼았다. CDC는 감염자 수, 감염원, 치료법 등 갱신정보를 국민에게 발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발신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만큼 어떤 일에 대비하고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했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있었고, 이후 차근차근 그동안의 과정과 결정을 돌아보고 검증하는 등 쌍방의 기본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2차 발신이다. 전문가의 멘트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미디어가 전문가와 밀접하게 제휴해야하며, 미디어 기자들은 전문가나 정부가 실시하는 기자회견에서 적절하고 의미 있는 질문이 가능한지 최소한의 지식과 국민 입장의 시선을 갖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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