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1 질본 풍경]전문가와 국민의 언어 '간극'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영남대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실사와 환경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질병관리본부는 21일 영남대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실사와 환경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던 고교생 A군이 지난 18일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줄곧 음성이 나오다가 한 차례 양성으로 보일만 한 소견이 나와 '미결정' 판단이 나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음성도 양성도 아닌 미결정 판단이 나올 경우, 검사를 실시한 병원으로부터 검체를 전달받아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A군은 최종 '음성'이 나왔습니다.

방역당국은 영남대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를 일시 중단시키고, 현장실사와 환경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종합 점검한 내용은 2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발표됐습니다. 발표 결과는 영남대병원의 검사 과정에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실험실 내 오염 가능성도 없어 영남대병원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검사가 다시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검사를 중단시킬 당시 원인을 '영남대병원 오염'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영남대병원에서 검사를 실시한 대구·경북 시민들은 진단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오염이 됐다고 하는데 내 검사가 신뢰할만한 거냐' '검사 비용을 환불해달라' 등의 민원입니다.

앞서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검사관리총괄팀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오염이라는 단어가 잘못 전달되면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험실에서 늘 쓸 수 있는 단어"라며 "그동안 영남대병원은 진단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평상시보다 더 많은 검체를 처리하고 있어 오염에 취약할 수 있는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팀장은 21일 현장평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미결정 반응 원인은 일시적 일부 오염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검사 결과를 떨어뜨리는 수준이 아니며 영남대병원 검사 신뢰도는 여전히 높다. 구체적 경위 확인을 위해 환경검체와 진단키트를 수거해 검사했다. 그 결과 검사실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제거 가능한 일시적 일부 오염 문제로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실험실과 진단키트 등 모든 환경이 오염되지 않았는데, 일시적 일부 오염이란 무엇일까요. 이 팀장은 브리핑이 끝난 자리에서 "실험하는 과정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시적 오류"라고 했습니다. 의료진이 실험실에서 검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류라는 것입니다.

오염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다수의 대구·경북 시민들이 병원 신뢰성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전문가들과 실험실에서 주로 쓰이는 '오염'이라는 단어가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국민들에겐 걱정을 증폭시키는 촉매가 된 것입니다.

그동안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도 질병관리본부를 신뢰한 배경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과 권준욱 부본부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전문적인 용어를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해석해 전달한 부분도 컸습니다. 

현재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본에서 발신하는 언어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어의 선택도 신중함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여전히 질본의 노고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전달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국민의 시선에서 정보를 발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상 오늘의 질본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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