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⑦]서상희 충남대학교 교수
고병원성 외길 28년···BSL3 실험실서 코로나19와 '사투'
올가을 '세컨드웨이브' 전망···"백신 없으면 인류 대재앙"

매일 바이러스와 진검 승부하는 서상희 충남대학교 교수가 목숨 걸고 백신 연구하는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매일 바이러스와 진검 승부하는 서상희 충남대학교 교수가 목숨 걸고 백신 연구하는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매일이 목숨 건 전쟁이다. 고병원성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매일 상대한다. 28년 세월로 익숙해지고 무뎌질 수도 있지만 한번 실수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감각은 예리한 칼끝처럼 날이 선다.

매일 아침 6시. 전쟁터로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생물안전3등급(BSL3) 실험실로 향한다. 출입일지를 작성하고 실험실 내부 음압을 확인하면 하루가 시작된다. 방역복 보관창고로 이동해 바이러스 전쟁 중무장에 들어간다. N95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어 3등급 전신보호복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고글을 낀다.

벌써 숨 쉬는 것도 편하지 않다. 여기에 장갑과 덧신을 겹겹이 착용한다. 본격적으로 연구 전쟁터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숨 크게 들이키며 안전의 의지를 굳게 다진다. 수년간 똑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여전히 긴장의 식은땀은 멈추지 않는다. 실험실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극도의 긴장과 집중이 시작된다.

왼쪽은 서상희 교수가 BSL3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그가 매일 작성한 실험실 출입일지다.<사진=대덕넷>
왼쪽은 서상희 교수가 BSL3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그가 매일 작성한 실험실 출입일지다.<사진=대덕넷>
압력이 걸리며 산소도 부족한 상황에서는 보호복을 착용하고 채 10분이 안 돼 몸은 땀으로 범벅된다. 바이러스를 수십조~수백조 마리 배양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한 치의 오차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인류의 생명과 직결된 촌각을 다투는 '연구 전쟁'이 시작된다. 한자리에 앉으면 기본 8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바이러스 연구의 大家級인 서상희 교수의 이야기이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연구를 반복한다. 흐트러짐 없이 하루하루 묵묵하게 연구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수도자'(修道者)와 같다. 깨달음의 경지를 위해 수양에 힘쓰는 사람처럼, '연구'라는 도를 닦는 고독한 일상을 28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설치된 BSL3 실험실은 2006년도에 설립됐고 2008년도에 허가를 받았다. 출연연을 포함해 대덕단지 1호 BSL3 실험실이다. 내부 시설 하나하나 손때 묻고 노화가 됐지만, 그곳엔 수년간의 연구 노하우가 켜켜이 쌓여있다.

생물안전관리 3등급인 BSL3 연구실 입구의 모습.<사진=대덕넷>
생물안전관리 3등급인 BSL3 연구실 입구의 모습.<사진=대덕넷>
매일 연구하는 일은 마음만 갖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시료와 장비, 소모품 등이 차질 없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방역복을 예로 들면 최근 전국 의료현장과 연구현장에 대량의 방역복이 요구되며 서 교수팀도 부족 사태를 피해갈 수 없다. 

한 번 사용한 방역복은 바로 폐기해야 한다. 때문에 연구실에 한 번 들어가면 최대한 오랜 시간 연구하는 것으로 부족한 것을 벌충한다. 점심을 거르고 오후까지 이어지는 날도 일쑤다. 이런 날은 소변도 참아야 한다. 현재 방역복 200세트가량을 비축하고 있음에도 코로나 장기전이 예상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연구시간을 안배하고 있다.

서 교수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실험실 내부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최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쯤은 돼야 실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오후 3시쯤에 또다시 실험실로 향하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일주일에 절반은 하루에 두 차례 실험한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입하다 보니 가족들과 마주할 시간도 극히 줄었다. 가족들이 그를 "무미건조한 사람"이라고 섭섭해하지만, 그는 멋쩍은 미안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다.

◆ 美 국비 유학···스승 통해 WHO 등과 일하며 세계를 보는 눈 키우다

서상희 교수는 경상북도 영천 출신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가족 모두가 논 팔고, 집 팔아 대구로 이사 왔다. 학창 시절 삐뚤어진 방황의 시절도 있었지만, 장남의 무게가 마음을 바르게 다잡도록 만들었다.

서상희 교수가 미국 국비 유학을 통해 일깨운 연구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서상희 교수가 미국 국비 유학을 통해 일깨운 연구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경북대 수의대로 진학하며 본격적인 학자의 길에 올랐다. 그는 학업 과정에서 유학을 준비했지만, 당시 국가에서 '수의학'으로 국가장학금 지원 유학을 보내는 사례가 없었다.

일단 군대에 갔다. 군 근무 중에도 유학을 위한 열정은 이어졌다. 당시 교육평가원 등의 정부 기관에 수의학 학문도 유학을 보내 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수차례 보냈다.

그 덕분인지 국비 유학생으로 수의학 전공을 1명 보내는 제도가 1991년 생겼다. 군 제대를 하자마자 응시해 1992년 두 번째로 국비 유학을 떠났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대학원에서 바이러스 면역학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바이러스 분야의 거물을 만나게 된다. 로버트 웹스터(Robert Webster) 박사.

그는 인플루엔자 연구의 권위자다. 그는 1957년 조류 독감과 인간 간의 관계를 발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다. 게다가 홍콩 조류독감을 밝혀내고 전세계 유행을 종식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서 교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연구를 국내 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웹스터 교수는 WHO(세계보건기구), NIH(미국국립보건원) 등과 일하며 글로벌 차원에서의 연구 및 백신 개발 등을 수행했고, 그를 통해 서 교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좁은 시야가 아닌 '세계를 보는 눈'으로 연구 마인드를 글로벌 관점으로 확대하라는 의미다.

서상희 교수는 포닥 생활을 마치고 2002년 한국으로 돌아오며 충남대에서 연구의 길을 택했다. 많은 사람이 서울로 갔지만 그는 지역을 택했다.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진 만큼 지역에서도 충분히 세계적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코로나 사태 장기전···올가을 세컨드웨이브 온다"

한국에 온 이후 사스와 메르스, 신종 플루, 조류 독감, 구제역 등에서 많은 연구를 해왔다. 백신 개발 등에 성과를 낸 것도 있고 연구노트로만 남은 것도 있다. 그는 바이러스 전문가로 코로나19가 인류 최대의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올가을 발병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올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절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면역을 얻기 때문에 잠잠해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사람의 면역이 떨어지는 가을쯤에 정점이 찾아올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합니다."

서상희 교수가 올가을 코로나19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올 것을 경고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서상희 교수가 올가을 코로나19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올 것을 경고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여름철 사람의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력도 함께 올라간다. 환기 등을 자주하면 바이러스의 전파력도 약해진다.

때문에 일시적으로 잠잠해 보이지만 온도가 낮아지는 가을에 본격적으로 전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에 오는 바이러스는 봄보다 더욱 인간에게 최적화돼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이 더욱 위험하고 그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서 교수가 매일 연구에 임하는 이유이다.

그는 "6개월 이내에 백신 등이 준비되지 않으면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며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올 것이라고 80%는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가 종교단체 혹은 콜센터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그나마 감염원 추적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오면 감염원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속도로 확산되며 대재앙이 온다는 것이 그의 추측이다.

스페인 독감의 사례를 언급하며 서 교수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체 인구 18억 명 가운데 27% 정도 감염된 최악의 독감이었으며 전 세계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라며 "당시 백신도 면역도 없었던 상황이 지금의 상황과 똑같다. 당시는 농경사회였지만 지금은 도시사회여서 전파력이 더욱 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컨드웨이브가 찾아오면 바이러스 침투속도, 복제속도 등이 더욱 빨라진다"라며 "지난겨울과 봄에 1차 유행하며 사람 몸에 적응한 만큼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을 공략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 교수 연구팀은 세포 배양기술을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항원을 생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향후 생성된 백신 항원의 면역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동물에 접종하고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중화항체가 잘 유도되는지, 독성은 없는지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서상희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최대 적이며, 코로나19는 인류의 가장 큰 도전"이라며 "인류를 위한 연구라는 큰 그림 속에서 코로나19 백신주를 최대한 빠르게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묵묵하게 고독하게 바이러스 최전선에서 연구하는 그를 보며 구도자의 모습이 떠올랐고, 가까운 시일 내 낭보를 전해줄 것을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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