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재택근무·온라인 회의 등 이산화탄소 배출 줄어들어

최근 '네이처'는 5개 차트로 보는 코로나19 전 세계 유행병의 특징들을 분석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대기의 질 변화이다. 전 세계 이동이 제한되면서 화석 연료 사용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전 세계 경제가 수축되고 있는 반면, 공기는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에너지 소비를 줄였고, 그 결과 대기의 오염 수준을 줄이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중국 내 이산화질소로 인한 대기 오염이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브릭 제공(네이처 발췌)>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중국 내 이산화질소로 인한 대기 오염이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브릭 제공(네이처 발췌)>


◆ 유행병의 역설

NASA와 유럽우주국이 수집한 위성 데이터를 보면, 대기의 이산화질소(NO2) 수준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는 화석 연료 연소 중에 발생된다. 원래 음력설이 시작되는 1월 25일 되면 중국의 기업과 공장이 가동을 잠시 중단해 이산화질소 수준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가 7-10일 후, 수치가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유행병으로 인해 수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30% 줄었다. 도시가 폐쇄된 북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헬싱키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 센터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활동이 15-40%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는 지속적인 노력 때문이다. 중국의 석탄 소비는 지난 4년 동안 이번 2월이 최저치였다. 정유(Oil Refining)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탄소 배출량이 25%나 감소했다. 

전 세계 각국의 GDP 총합(가로 축)과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세로 축).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전 세계 각국의 GDP 총합(가로 축)과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세로 축).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 중국의 탄소와 이산화질소 배출량 줄어

코로나19 유행병으로 인해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고, 소비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반면, 경제가 활성화 하면 할수록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영리 미디어인 '더 컨버세이션'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례 없는 중국의 코로나19 조치로 인해 2020년 전체 탄소 배출량이 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탈리아, 더 나아가 유럽 전역이 비슷한 경향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6%를 차지하는 항공 산업은 현재 마비 상태에 있다. 코로나19가 얼마만큼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항공 산업 종사자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론 경제 성장이 일부라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2020년 경제 성장 추정치를 3%대에서 2.4%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IMF 전망 역시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경제 격변에 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의 탄소 이용률(carbon efficiency)이 10년 평균 2.5% 향상된다고 가정하면,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3% 떨어질 것으로 나타난다. OECD의 코로나19 이후 성장 추측에 따르면 말이다. 그러나 탄소 이용률이 더디다고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날 수도 있다.

위쪽 노란색은 경제 성장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검은 점)을, 아래쪽 녹색은 탄소이용률을 나타낸다.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위쪽 노란색은 경제 성장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검은 점)을, 아래쪽 녹색은 탄소이용률을 나타낸다.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 경제 성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관계

최악의 경우, OECD는 2020년 경제 성장률이 1.5%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 동일 조건 하에서,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엔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전 세계 GDP가 0.1%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 감소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음 해에 반등했다. 전 세계 정부의 재빠른 경기 부양책 때문이다. 금융 위기 같은 경우, 단기적으로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주요 경제 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증가율.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주요 경제 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증가율.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화석 연료와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을 밝힌 건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였다. 1896년, 그는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석탄을 태워 지구 전체를 태우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레니우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집계해 지구온난화를 계산해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0.3%밖에 되지 않지만, 대기를 따뜻하게 한다. 이에 따라 대기는 수증기를 더 빨아들이고 온도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약 100년 동안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코로나19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아주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기후는 인류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 것이고,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물론 엄밀한 과학적 논증과 분석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시민들의 삶이 타격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소중한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어들고 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있는 이 시간들 속에서 과연 경제 위기와 세계 보건, 세계 기후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 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는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 정보출처 :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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