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통신]코로나바이러스, 결국은 면역이다

글 : 고규영·김영찬 IBS 연구단·이흥규 KAIST 부교수·정희은 박사후연구원
흡연·과음·중증 스트레스·과로, 면역력 감소 주원인···유지 관건
사이토카인 폭풍, 폐 염증·손상 일으키는 주원인
IBS(기초과학연구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연구 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최신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바로가기>

◆ 궁극적 방어시스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어떻게 작동하나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임상시험 소식들이 들리지만 아직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 약제들을 얻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방어와 공격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백신도 결국 이 면역체계를 활용한다.

◆ 상피세포: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1차 방어벽

그렇다면 인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비롯한 바이러스 침입에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 몸의 1차 방어벽은 외부환경에 접하고 있는 상피세포다. 피부, 눈의 각막, 비강과 구강, 기관지와 폐포, 위와 장의 상피세포들은 모두 외부와 직접 맞대고 있다. 이들은 필요한 외부물질은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거나 해를 주는 병원체를 차단한다. 튼튼한 성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껍데기에 있는 빨판을 장착한 징 모양 스파이크로 이 성벽을 공략한다. 스파이크를 기관지나 폐포의 상피세포에 붙이거나 끼워 넣고 자신의 RNA를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증식을 시도한다. 벽을 허문 뒤 성안에 불을 지르고 약탈 행위를 벌이는 셈이다.

◆ 바이러스 침입 알리고 면역세포 결집시키는 사이토카인, 과다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인체의 면역 방어시스템이 본격 가동한다. 허물어지고 손상된 성벽부위를 인식한 경계병이자 초동 전투요원들(선천성 면역세포들)인 호중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가 사이렌을 울리며 바이러스와 전쟁을 시작한다. 이어 방어군 본진인 강력한 T세포 군대가 전투장소로 이동하여 큰 전쟁이 벌어진다. 이때 여러 염증물질들과 발열물질들이 분비되면서 열과 기침이 나고 폐렴과 같은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다.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사이토카인은 다른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하여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이끄는 동시에 더 많은 사이토카인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만약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이토카인이 급속하게 많은 양이 분비되면 바이러스 뿐 아니라 정상조직까지 공격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한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서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거론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급성패혈증의 중요한 병리기전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 환자 41명에 대한 임상분석 연구(Lancet, 395:497-506, 2020)에 따르면, 중증환자의 혈청에서 GCSF, IP10, MCP1, MIP1A, TNFα, IL2, IL7 등의 염증촉진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우한 지역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논문 역시 사이토카인 폭풍에 주목했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3월 3일 국제학술지 마취통증의학(Intensive Care Medicine)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혈중 내 인터루킨-6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150명(사망 68명, 완치 82명)을 분석했으며,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전격성 심근염(심장 근육에 염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치사율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 연구진 역시 '란셋(Lancet)'에 보고한 논문에서 중증 코로나19의 원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에 있다고 보고하며,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 과염증에 대한 확인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과도한 염증반응을 완화시키기 위해 항염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고 있다.

상피세포는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1차 방어벽 역할을 한다. 상피세포 성벽이 부서지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며 정상세포까지 손상된다. <사진=IBS 제공>상피세포는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1차 방어벽 역할을 한다. 상피세포 성벽이 부서지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며 정상세포까지 손상된다. <사진=IBS 제공>

◆ 바이러스 대항 초동 전투요원: 호중구, 대식세포, NK세포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 물질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 자기물질은 보호하고, 침입한 비자기물질은 공격하여 제거한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 세균 등의 병원체가 대표적인 비자기물질이다.

외부 칩입자를 방어하는 인체의 면역체계는 선천성 면역계(자연 면역)와 후천성 면역계(획득면역 또는 적응면역)로 구분할 수 있다. 병원체 침입 초기에는 선천성 면역계가 병원체를 탐지하는 유형인식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로 우리 몸을 방어한다. 선천성 면역계는 톨유사수용체-7(Toll-like receptor-7)과 RIG-I 수용체를 유형인식수용체로 이용하여 RNA형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탐지하고,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 면역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세포들로는 호중구, 대식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 등이 있다. 모두 백혈구 종류들이지만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호중구와 대식세포는 감염된 기관지와 폐세포에 빠르게 도달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잡아먹는다(포식작용). 반면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구멍 낸 후 효소를 세포 내로 주입하여 감염된 세포가 자살 또는 괴사되도록 유도한다.

◆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수지상세포, 정규군 T세포 지휘·훈련

한편, 수지상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포식한 뒤 스파이크나 껍질단백질을 분해하여 항원(Antigen)으로 전환시킨다. 항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침입자의 단백질을 조각조각 낸 뒤 그 조각으로 적을 식별하는 표지를 만든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와 전쟁을 나설 정규군인 T세포는 이 표지를 전달받은 뒤에야 전투를 시작한다. 초동 전투요원들인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 등이 정보제공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을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APC)라 부른다. 이들은 면역세포 '대군'이 전투에서 피아를 구별하여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교관역할도 하는 셈이다.

동시에 수지상세포는 림프관을 통해 이동하며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은 T세포들에게도 표지를 전달한다. 미접촉 T세포는 항원에 노출된 적이 없는(즉, 침입자의 정보를 제공받지 않은) 훈련병이다. 항원 정보를 제공받은 뒤에야 본격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수지상세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형 수지상세포는 바이러스 감염을 탐지하여 항바이러스 면역의 핵심 물질인 '1형 인터페론(TypeⅠinterferon)'을 분비하여 T세포나 NK세포의 활성을 강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 제거 능력이 한층 높아진다.

이러한 선천성 면역세포들은 추가로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사이토카인과 방어를 위한 다른 면역세포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물질인 '케모카인(Chemokine)'을 분비하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정리하자면, 선천적 면역기능에 이상이 없는 한 1차 방어 만으로도 바이러스의 침입을 상당히 방어할 수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 기작. 폐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증식을 통해 감염된 세포 밖으로 분출되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된다. 선천성 면역계(위)는 병원체 침입초기에 활성화되며 우리 몸을 방어한다. 후천성 면역계(아래)는 선천성 면역계에 연이어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공격한다. <사진=IBS 제공>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면역 기작. 폐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는 증식을 통해 감염된 세포 밖으로 분출되며, 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된다. 선천성 면역계(위)는 병원체 침입초기에 활성화되며 우리 몸을 방어한다. 후천성 면역계(아래)는 선천성 면역계에 연이어 활성화되며,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공격한다. <사진=IBS 제공>

◆ 바이러스 저격수: T세포와 B세포

우리 몸의 후천성 면역계는 특정 목표물을 타깃하는 '저격수'로 구성돼 있다. 저격수 역할을 하는 T세포는 폐를 비롯한 전신에 초병처럼 퍼져 있고 림프절에는 집단으로 모여 있다. 항체라는 특수무기를 다루는 저격수인 B세포 역시 림프절에 모여 있다.

T세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다른 면역세포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제1형 도움 T세포, B세포의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제2형 도움 T세포, 항원을 기억해 뒀다가 다시 침입하면 공격하는 기억 T세포, 자연 살상 T세포 등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응하는 최고의 공격전투 요원들이다. 한편, B세포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되며 체내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는 바이러스 특이 항체를 생산하고 분비한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처음 당한 만큼 그에 대응하는 후천성 면역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공격을 받으면 해당 T세포와 B세포가 훈련을 거쳐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재발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집단면역이 증가한다. 그러나 집단면역에만 의존한 코로나19의 퇴치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심사숙고할 사항들이 많다.

코로나19 예방 백심 및 치료제는 우리 몸의 이 후천성 면역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과학자들은 환자의 B세포에서 만들어진 항체를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특수 T세포를 증가하는 치료방법도 대두되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기억 T세포의 초기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적인 세포독성 T세포를 생성할 수 있는 면역원성 항원결정부위를 파악하고, 실제 코로나19 환자 혈청에서 해당 T세포 및 생성된 항체들이 바이러스 수치 및 예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바이러스 정복: 결국은 면역력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개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백신 투여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키는 항체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튼튼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면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의 도움 없이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물리칠 수 있다. <사진=IBS 제공>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개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백신 투여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키는 항체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튼튼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으면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의 도움 없이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물리칠 수 있다. <사진=IBS 제공>

최근 각종 정보매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려면 면역력을 잘 유지하거나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젊고 면역력이 정상인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감기증상을 보였으며 대증적인 감기치료제로도 원만하게 치료됐다. 반면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적극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폐렴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 생활에서 흡연, 과음, 중증 스트레스, 과로, 극한환경작업 등은 면역력을 감소시키는 주요인이다. 이들을 피하고 충분한 안정과 영양섭취, 그리고 실외 가벼운 운동으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를 이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개발되는 예방백신과 치료약 그리고 집단면역력과 더불어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결국은 면역이다 '하'​

◆ 젊고 건강한 감염자 위협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 편집자 주: IBS는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Vol.8]을 통해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항하는 면역체계의 작동원리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과도한 면역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이 우리 몸에 손상을 주는 메커니즘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3월 31일 현재 전 세계 77만 명이 넘는 감염자와 3만6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인류 사회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7종의 코로나바이러스 중 4종(HCoV-229E, HCoV-NL63, HCoV-OC43, HCoV-HKU1)은 가벼운 증상을 동반한 호흡기 감염의 원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 그리고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대두됐다.

코로나19는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서 치사율이 높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상당수는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젊은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위중해진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면역 반응, 즉 '사이토카인 폭풍'이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질병의 치명률을 높인다. 1918년 발생해 2년 만에 5000여만 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독감 때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치명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스페인독감 사망자들의 주요 연령대는 20~30대였다. 이처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무기인 면역은 바이러스의 '안전지대'에 있다고 자부하던 젊고 건강한 이들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 면역 : 병원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아군


코로나바이러스의 침입은 선천면역세포의 유형인식수용체에 의해 인지된다. 이 수용체들은 세포 외부 혹은 세포 내부에 위치하며 바이러스의 특징적인 분자유형을 인식하고,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를 이용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제1형 인터페론 등의 생성을 촉진하여 항바이러스 반응을 유도한다. <사진=IBS 제공>코로나바이러스의 침입은 선천면역세포의 유형인식수용체에 의해 인지된다. 이 수용체들은 세포 외부 혹은 세포 내부에 위치하며 바이러스의 특징적인 분자유형을 인식하고,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를 이용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제1형 인터페론 등의 생성을 촉진하여 항바이러스 반응을 유도한다. <사진=IBS 제공>

사이토카인 폭풍의 작동원리를 상세히 소개하기 전에 면역체계의 작동 과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체를 인식하고, 이를 신속히 제거하여 병원체로 인한 피해를 막는다. 병원체에는 우리 몸의 구성성분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병원체연관분자유형‧PAMP)이 있는데, 우리 몸이 이 PAMP를 탐지하는 것이 바로 면역반응의 시작이다.

유전정보가 RNA에 담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침입은 RNA를 인지하는 수용체(TLR3, TLR7, RIG-I/MDA-5)가 인식한다. 동시에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중가닥RNA(dsRNA)를 탐지해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지 못하도록 막는 수용체(PKR)도 활동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경우 세균 내독소인 지질다당질(LPS)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체(TLR4)도 관여한다고 밝혀졌다. 또, NLRP3라는 수용체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외피(E)단백질과 3a 보조단백질을 인식하여 염증성 세포의 사멸을 유도해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이러한 수용체들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제1형 인터페론(TypeⅠinterferon), 케모카인 등의 단백질 분비를 촉진한다. 제1형 인터페론은 주위 세포를 자극해 세포가 '바이러스 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은 선천성 면역계가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의 하나이다.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은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일종의 '세포 간 언어'다. 케모카인은 세포의 이동을 유도하는 신호로 세포들을 특정 위치로 불러 모은다. 사이토카인은 여러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해 바이러스와 잘 싸울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하고, 동시에 후천성 면역계가 바이러스의 침입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

즉, 바이러스 제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토카인이 적절히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는 역풍을 맞게 된다.

◆ 과(過)면역: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적군

면역반응은 양날의 검이다. 적절한 면역 반응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등 이롭게 작용하지만, 과도해지면 오히려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고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주어 조직 손상 및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사진=IBS 제공>면역반응은 양날의 검이다. 적절한 면역 반응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등 이롭게 작용하지만, 과도해지면 오히려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고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주어 조직 손상 및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사진=IBS 제공>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체계에 혼란이 생겨 우리 몸이 면역반응을 조절하지 못하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사스와 메르스 때도 환자들의 폐 염증 및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본래는 이로운 사이토카인이 왜 이토록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사이토카인이 면역반응 외에도 세포의 분화 및 분열, 사멸, 혈관 확장 등 여러 생명 현상에 복합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진은 우한의 코로나 환자 41명을 분석한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IL-1β, TNFα, GM-CSF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증가함을 관찰했다(Huang et al., 2020). 사이토카인 폭풍이 질환을 더 치명적이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각 사이토카인의 '양면성'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강력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는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한다. 즉, IL-1β는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비되면 염증이 심화되고, 조직이 섬유화(딱딱하게 굳는 현상)된다.

TNF는 세포사멸신호를 전달하고, 세포의 자살 및 괴사를 유도하여 세포를 죽인다. 감염된 세포를 죽여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지만, 과도하면 건강한 세포까지 죽게 만들어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백혈구의 성장인자로 작용하는 GM-CSF는 면역세포의 생성을 돕는 사이토카인이다. GM-CSF로 인해 증가된 호중구는 대식작용을 통해 감염세포를 빠르게 제거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주변 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호중구 세포밖 덫(NETs)을 이용해 주위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호중구는 엘라스타제라는 효소를 분비해 조직 손상을 일으키고, 혈소판을 끌어들여 혈액 응고를 촉진해 혈관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특히, 폐 조직이 손상돼 호흡을 어렵게 만드는 급성 폐손상(ALI, Acute Lung Injury)은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증상이다. 심할 경우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이어져 체내 산소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고 기능 저하 및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 과도한 염증반응 완화하는 항염증 치료제, 과연 효과는?

사이토카인 폭풍의 특효약은 없다. 다만, 면역 억제 효과가 있는 '항염증 치료제'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과연 항염증 치료제가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연구결과는 희박하다.

현재 항염증 치료제로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사용되는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TNF 차단제 및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또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클로로퀸은 아직 충분한 임상을 거치지 못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공식 승인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클로로퀸의 긴급사용을 허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두를 만큼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타격이 큰 모양이다.

한편, 스테로이드 계열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제거되는 시간을 늦추는 악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Lee et al., 2004; Arabi et al., 2018; Hui, 2018)들을 근거로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최근 제시됐다(Russell, Millar & Baillie, 2020).

또 얼마 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염증제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가 이를 이틀 만에 철회한 헤프닝도 있었다. 스위스 바젤대 의대 연구팀은 기고문을 통해 항염증제의 일종인 이부프로펜을 투여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와 결합할 때 사용하는 ACE2 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킬 수 있다(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세포와 더 쉽게 결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Fang, Karakiulakis & Roth., 2020), 이에 WHO는 이부프로펜의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부프로펜 투여와 코로나-19 증상 악화 사이의 연광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권고를 철회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명답'은 없다. 하지만 항염증 치료제의 투여가 중증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서 발생하는 과도한 염증반응을 완화시키고,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결과가 하루 빨리 발표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치명률을 낮추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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