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진단기술·그린백신 기술 등 코로나19 관련 연구 활발확진자 셀프 경로지도로 예방과 동시에 정보 오차 줄여
◆ 신종 바이러스 '6시간 → 15분'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기술 개발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은 팬데믹은 중세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로 불린 인플루엔자 A(H1N1)에 이어 11년 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다.
감염병은 무엇보다 빠른 진단을 통해 감염자를 찾아내 전파를 초기에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바이러스 진단검사법은 크게 분자진단법과 항원/항체법 그리고 세포배양법으로 구분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활용하고 있는 진단법은 분자진단법으로 높은 민감도(sensitivity)가 특징이다. 하지만 분석 시 검체를 전문 분석기관에 보내야 하고, 약 6시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가운데 진단속도를 한층 더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장승기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압타머사이언스와 함께 분자집게(molecular capture)의 일종인 '압타머'를 이용해 현장에서 15분 만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또, 발굴한 압타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에 결합하면 건강한 세포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코로나19는 물론 사스(SARS), 메르스(MERS)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 및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식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생산방법을 찾다
백신과 진단키트를 개발 및 생산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이 필요하다. 항원 단백질을 추출하기 위해선 바이러스를 배양 및 증식시켜 활용해야 하는데, 환경의 제약이 많고 전염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코로나19의 항원 부위는 당단백(glycoprotein)으로 이뤄졌다. 이 특성을 고려해 그린백신 플랫폼을 이용하면 세균 등을 이용하는 기존 기술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진단키트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식물세포 발현 시스템을 통해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만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협력을 원하는 국내외 진단키트 개발 업체에 고품질 항원을 공급할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식물에서 생산한 항원을 이용하여 실험용 쥐(mouse)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고자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 중에 있으며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굉장히 높은 전파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종식시키거나 퇴치하는 것은 어렵고 장기적으로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걸릴 사람은 웬만큼(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 걸려 자가면역력이 생기거나 아주 효과적인 백신이 나와야 유행이 종료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먼저 POSTECH과 제넥신, KAIST, 국제백신연구소, 바이넥스, 제넨바이오 등 6개 기관을 주축으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DNA 백신 'GX-19'를 개발하기 위해 산·학·연 컨소시엄이 꾸려졌다.
DNA 백신 GX-19는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바이러스에 맞설 항체를 만드는 기존 백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개발 기간이 짧은 점이 장점이다.
이를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재조합한 DNA를 인체에 주입하면, 인체는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착각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POSTECH은 동물 모델의 세포면역학 연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승우 융합생명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마우스 모델에서 GX-19의 면역분석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빠르면 오는 6월 초 식약처에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을 제출할 예정이고 승인될 경우 7월부터 임상이 개시된다.
◆ 전 세계인이 동참하는 '확진자 셀프 경로지도' 운영
치료제 개발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팬데믹을 멈출 방법은 추가적인 감염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단 한 지역, 한 국가만 이뤄진다고 해서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협력과 동참만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철저하게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공개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확진자 수만 알 수 있을 뿐 이동 경로를 공개하지 않아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고,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도 이를 알기 어렵다. 확진자의 검사결과나 경로 확인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확진 이후의 정보만 공개해 실시간 감염경로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박주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팀은 이러한 정보의 오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인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확진자가 익명으로 참여하는 셀프 경로지도 프로젝트인 'COVID: Share to Survive(코로나19: 공유를 통한 생존)'를 운영한다.
해당 웹사이트는 실시간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의심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거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개개인들이 익명으로 직접 지도에 자기 증상과 이동 경로를 공개할 수 있다.
그는 이어 "감염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염 위험 장소들을 공유해 지역 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며 "비록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본인에게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웹사이트에 주의해야 할 위치를 공유해 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해당 웹사이트 운영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어 운영측은 사용자를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모으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참여자의 선의와 이 사회에 대한 서로 간의 존중 그리고 믿음으로 이 어려움을 다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는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9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 공개되어 있으며, 위치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개된 뒤 바이러스 반감기(7일)와 유사하게 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볼라를 힘들게 겪었던 아프리카 지역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와 제 3세계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연구팀은 해당 데이터를 통해, 익명으로 공유한 데이터가 실제로 감염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및 오류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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