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 보도, DOE·브로드연구소·NASA 등 폐쇄
실험균 냉동·북극 탐사 지연···연구 중단 '딜레마' 빠져
일부 연구 압박받아···"결과 보고 위한 연구 독촉 빈번해"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미국 과학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치명타를 맞았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폐쇄되고 연구원들도 지속할 수 없는 연구 상황을 직면, '딜레마'에 봉착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미국 과학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치명타를 맞았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폐쇄되고 연구원들도 지속할 수 없는 연구 상황을 직면, '딜레마'에 봉착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 등극한 가운데 미국 과학기술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치명타를 겪는 사실이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 DOE·대학연구소·NASA 등 '무기한 폐쇄'

최근 사이언스지는 코로나19가 강타한 미국 과학계의 소식을 전했다. 사이언스지는 원자력 연구를 비롯해 에너지원의 개발·관리를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산하 국립연구소인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SLAC),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샌디아 국립연구소 등 17개 기관에 대해 외부 과학자의 방문 연구 중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DOE 산하 연구소는 한 해 3만 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핵심 연구 인력 외에는 재택근무가 권고된 실정이다.

아르곤국립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DOE 싱크로트론과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서밋은 코로나 연구에만 쓰도록 조치됐다.

신경 과학자이자 연구실 책임자인 크리스 폴은 DOE가 후원하는 연구원에게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도록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대학 연구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이 공동으로 세운 브로드연구소는 현장 인원을 최소화하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학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에린 랜더 브로드연구소장은 "기존 진행됐던 중요한 연구들의 재게 가능성은 불분명"이라며 "연구 중단은 적어도 몇 주 이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와 MIT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실험실 연구가 중단됐으며 연구원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됨에 따라 타 연구소들도 폐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주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달 19일 NASA는 인근 지역에 코로나19 확산이 발생됨에 따라 뉴 올리언즈의 미슈드 집회 시설과 미시시피의 인근 스테니스 우주센터(SSC)를 임시 폐쇄했으며 필수적 임무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원격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도 연구실 폐쇄를 감행했다. 이경상 NIH 물질대사 연구실 박사는 "NIH는 지난달 23일부터 닫혔다"면서 "비상대책 연구자(emergency crew)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NIH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 연구 중단 '딜레마' 봉착···북극 탐사도 발 묶여

연구원들은 광범위한 폐쇄 조치가 과학적 발견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그들은 연구원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길게는 몇 달 동안 실험을 중단·폐지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연구실이 폐쇄됨에 따라 연구원들은 자택근무를 시행 중이지만 한 생의학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는 식탁이나 거실 소파에서 보호장비나 강력한 환기 시스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연구원들은 실험동물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실험실 출입이 불가하면 실험동물들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실험동물은 애완동물처럼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실험동물 관리자는 필수 인력으로 간주돼 동물 실험이 중단되더라도 실험실 출입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연구자들은 연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리처드 렌스키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1988년 이후 배양해온 7만3000세대 이상의 대장균을 코로나19로 인해 냉동하고 32년 만에 처음으로 실험을 중단했다"며 "바이러스 동결은 간단히 재개할 수 있지만 모든 실험을 얼릴 수는 없기에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는 북극에도 그 영향력을 미쳤다. 북극 탐사 프로젝트 ' MOSAiC'은 세계 여러 국가가 입국을 금지하면서 현재 북극 바다 해빙에 표류하고 있는 폴라슈턴호의 연구원들이 교대를 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달 초 스발바르 외곽 조사 비행에 참여 예정이었던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격리됐으며 같은 항공 팀원 20명도 자가격리 중으로 전해졌다.

이에 모자익 프로젝트는 연기됐고 마르쿠스 렉스 프로젝트 책임자는 "현재 주최 측이 향후 방안에 대해 많은 협력국가와 협의 중이다"고 입장을 보였다.

◆ 건강과 연구 사이 '압박'···코로나 '양극'

코로나19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연구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경우도 있다. 많은 연구원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 최소화를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세포 배양, 실험동물, 경력, 프로젝트 이행 등 연구 결과 보고에 따른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많은 미국 대학원생들이 연구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네티컷대 재학생들은 지난달 12일 성명을 통해 "연구가 유능하고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연구를 허용한다는 학교의 지침은 상당히 모호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코네티컷대는 즉시 연구 중단을 지시했지만 실제 몇몇 실험실에서는 정상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익명의 학생은 "많은 연구책임자(PI)들이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하기에 실제로 연구실 폐쇄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제기했다.

시카고대의 경우 필수 인력만을 실험실에 투입되도록 조치, 연구 시간도 제한했지만 시은 킴 분자 공학 박사는 "실제로 연구책임자들이 연구원들에게 실험실 출입을 독촉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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