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달리기 트랙 방식 고안 기존보다 100배 밝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 움직임을 기존보다 3배 빠르고 100배 밝은 전자카메라를 개발했다.<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 움직임을 기존보다 3배 빠르고 100배 밝은 전자카메라를 개발했다.<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 움직임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빠르면서 100배 이상 밝게 관측할 수 있는 전자카메라가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정영욱 박사 연구팀이 원자 운동을 가장 빠르게 잘 포착하는 전자카메라인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4월호에 게재됐다. 특히, 이분야 석학인 미국 UCLA의 무스메치(Pietro Muscumeci) 교수는 이번 호 해석기고를 통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빠른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다"는 평을 남겨 화제가 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32펨토초(10-15, 천조 분의 일초)의 시간 분해능을 갖고 있어 원자와 분자 운동을 가장 빠르게 포작할 수 있다. 원자의 움직임은 보통 펨토초에서 피코초(10-12, 일조 분의 일초) 단위로 매우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난다.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이런 반응을 포착할 수 있다. 짧은 순간에 특정 현장을 측정하는 성능 지표를 '시간 분해능'이라고 부른다. 시간분해능이 우수하면 더 짧은 시간 단위에서 원자 운동을 포착할 수 있다. 일반 카메라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할때 셔터를 더 짧은 순간에만 여닫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정지영상으로 물질의 분자 구조만 측정하는 전자현미경과 달리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분자 속 원자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어 분자 구조의 운동까지 측정 가능하다.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가 보유한 초고속 전자회절장치가 100펨토초의 시간분해능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보다 세배 더 빠른 원자의 움직음을 포착할 수 있다. 또 SLAC 장치보다 약 100배 더 밝게 관측할 수 있어 분자 구조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잡아낼 수 있다.

원자력연에 의하면 이번 성과는 전자회절장치의 '90도 휨' 형태 구조가 역할을 했다. 전자는 전기적 특성상 서로 강하게 밀치기 때문에 아주 작은 공간에 모으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전자들이 발생한 후 90도를 돌아 나와서 시료에 도달하는 '90도 휨' 구조를 고안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처음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전자를 발생시키고, 90도를 돌아 나오는 과정에는 달리기 트랙과 같이 여러 개의 레인을 통해 나오도록 해 원자들이 서로 밀쳐내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료에 도달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모두 모이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간의 불규칙성인 '시간 흔들림' 문제도 상쇄했다.

이기태 박사는 "시간흔들림(jitter)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했으며, 아토초 대역의 문턱인 수 펨토초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면서 "측정기술의 정밀도를 더 높이면 아토초 대역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구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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