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보수와 진보의 협력으로 오늘의 대덕 가능
세계 대재앙 극복 위해 대덕 구성원들 뭉쳐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배경은 오랜 과학 유산이다. 대덕이 세계 대재앙 극복에 일조하기 위해선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이제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원팀이 되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며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배경은 오랜 과학 유산이다. 대덕이 세계 대재앙 극복에 일조하기 위해선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이제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원팀이 되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며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꿈을 이뤘습니다."

대덕단지의 설계자 가운데 한 명인 고 오원철 청와대 수석이 20여 년만인 2007년 대덕을 방문하고 남긴 소감이다. 대덕단지의 설계자들이 상상한 꿈이 코로나 위기에 빛을 발하며 국난 극복에 일조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자리 잡았다. 국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병원에 가고, 우수한 의료진이 포진한 전 국민 의료보험제가 그 일등공신이다. 의료보험은 보수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해 진보 김대중 대통령 때 완성됐다. 1977년 500명 이상의 직장 의료 보험으로 시작돼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완성됐다. 3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의료보험과 함께 큰 역할을 한 것이 있으니 진단키트이다. 진단키트는 빠르고 정확한 검사로 정상인과 감염자를 구분해 낸다. 확진자를 가려내면 방역 업무의 상당 부분은 해결된다. 이후는 환자 대응에 집중하며 전염병 확산을 막고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 잘 안 알려 졌으나 이 진단키트의 개발도 보수와 진보의 합작품이다.

박정희 시대에 한 일 가운데 하나가 과학에 대한 투자이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원을 필두로 하여, 1973년 대덕연구단지를 기초했다. 대덕단지는 1992년 완공돼 전문연구기관들이 자리 잡았고, LG화학과 SK, 삼양사 등등 민간연구소들도 둥지를 틀었다. 이후 외환위기를 계기로 박사들의 창업이 시작됐고, 이를 더욱 진작시키기 위해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연구개발특구로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러면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황우석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투자는 인력을 양성했고 고가 장비가 설치됐다. 우수 인력이 대덕에서 창업하면서 이곳은 한국의 바이오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의 씨젠 등도 잘하지만 대덕에서는 수젠텍을 필두로 바이오니아, 솔젠트, 지노믹트리, 진시스템 등등이 활약하고 있다. 서울이 개별 기업들이 잘한다면 대덕은 기업군(群)이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 이들 기업은 반경 2km 내 밀집해 있고, 기업인들 간에도 평소 교류가 많다. 개별기업이 못 갖는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이들 기업 외에 제노포커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이앤에스헬스케어 등등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진단키트 개발에 일조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화학연과 생명연, ETRI, KAIST, 충남대 병원 등등도 연구소 기업 혹은 공동연구 등등의 형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대덕 설립 계획이 세워진 197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대였다. UN이 하루 1달러 소득이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며 궁핍에서 막 벗어난 때였다. 대덕단지의 설립자들이라 볼 수 있는 사람은 3명이다. 진두지휘한 박정희와 현장 설계자라 할 최형섭 과기처 장관, 실무 집행자인 오원철 수석이다. 이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은 대덕을 '한국의 두뇌'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연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전국에 보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뜻을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대덕특구 설립을 선포했다. 노 대통령은 '저수지론'을 펼치며 대덕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했다. 대덕특구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며 대덕이 5만 달러, 10만 달러 소득을 이루고 그 저수지 물이 넘쳐 전국으로 퍼질 때 대한민국의 발전은 이뤄진다고.

이번 PCR 진단키트는 특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PCR 진단 장비를 개발한 바이오니아는 대덕 1호 생명공학 연구소 출신 벤처이다. 1992년 창업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09년 PCR 장비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를 충남대에 보급했고, 충대에서는 PCR 장비에 숙련된 인력을 양성했다. 이들이 졸업하면서 대덕 등 바이오 기업에 취업했고, 일부는 나중에 창업도 했다. 그 결과 대덕이 PCR 등 분석기기의 활용 및 생산에서 특장점을 가졌고, 그것이 이번 진단키트 대박으로도 연결된 것이다.

코로나19는 대덕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의 계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 연구소는 코로나19로 사실상 기능이 멈추었다. 백신 및 치료제 연구는 비상상황인 만큼 지속되고 있으나 그 밖의 연구는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를 맞아 대덕이 할 일이 있다. 기존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로 체제 전환하는 것이다.

때마침 과기부와 KAIST는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7일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4대 과기원장 등과의 화상회의를 열었고, 이때 팬데믹 이후의 과학기술 뉴딜 정책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인공지능,로봇, 나노 및 바이오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감염병 상시 모니터링, 즉시 진단, 맞춤 치료 위한 감염 억제 이동 모듈 제작 등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 재난 극복에 기여하고, 선진 의료국가 달성을 꾀한다는 것이다. (관련 링크

과학기술 뉴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이번에 세계적으로 실력을 입증한 대덕의 바이오 기업들과 특구의 주축이라 할 출연연,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민간연, 임상 전문가인 병원, 지역 파일롯 테스트 파트너인 지방자치단체 등과 우수 인재가 모인 KAIST 등 산학연관의 협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산학연관 프로젝트는 대덕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세계적 석학들은 팬데믹 이후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신형 코로나의 해결책은 과학 기술이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권력은 과학기술이 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는 한국은 이제 선도국이라며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것"인 만큼 한국이 스스로의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을 권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라이벌도 손을 잡게 하고 있다. 영원한 숙적으로 보여졌던 구글과 애플이 감염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한 프로그램 공동개발에 나섰다.

미래학자는 한국은 이제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세계는 적과의 동침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대덕도 새로운 길을 만들 때가 됐다. 이제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원 팀(ONE TEAM)이 되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며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2023년은 대덕 설립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앞으로 불과 3년 뒤이다. 대덕이 ONE TEAM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과학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전 세계인의 축하를 받으며 50주년 생일을 맞는 모습,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내일이 아닐까? 100년 만의 대재앙이라 할 코로나19는 대덕인들에게 새로운 발상과 접근법을 요구한다. 실력도 있다. 산학연관이 ONE TEAM이 되어 낯설지만 흥미 있는 길을 가며 멋진 성취를 이룬 모습을 함께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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