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주변 소리와 본인 목소리 분석 '촉각 피치 시스템' 개발
반음 포함 36개의 음계 촉각 패턴으로 표현

ETRI 연구진이 촉각으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청각 장애인도 정확한 음으로 내며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사진= ETRI>
ETRI 연구진이 촉각으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청각 장애인도 정확한 음으로 내며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사진= ETRI>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촉각으로 소리를 전달, 창각장애인이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청각장애인은 보다 정확한 음을 내며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는 주위 소리와 자신 목소리의 음높이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변환해주는 '촉각 피치(Pitch)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청각장애인들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비장애인과 원활한 구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료와 ICT의 발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소리의 의미를 파악할 정도로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ETRI 연구진은 청각이 아닌 촉각 신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음악이나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소리의 주파수 신호를 뽑아내 음을 인식한 뒤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은 주변에서 4옥타브 계이름 '도' 소리가 들리면 사용자가 왼손에 낀 장갑을 통해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손의 구조와 인지 용이성을 설계에 반영, 한손에 3개 옥타브 범위(3옥타브 도에서 5옥타브 시까지)에 해당하는 반음 포함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했다. 손 부위별 진동 위치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주변 소리나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의 높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주변 소리와 자신 목소리의 높낮이를 촉각으로 익히려면 한달 가량의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목소리로 원하는 음에 맞춰 소리를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촉각 피치 시스템의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강남대학교와 위탁 연구를 수행했다. 임상연구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장애인 2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약 한달간 15시간 훈련을 통해 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원하는 음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약 3배 향상됐다. 또 촉각으로 훈련한 노래를 정확한 음으로 낼 수 있게 됐다.

기존에도 미국의 스탠포드대, 라이스대, 페이스북 등 여러 기관에서 음성, 텍스트 정보를 촉각으로 전달하는 연구들이 여럿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정보를 촉각으로 전달하는 것만으로 상용화 하기에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ETRI 연구진의 촉각 피치 시스템은 사용자의 요구 사항인 음 높낮이 파악 성과로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에 의하면 촉각 피치 시스템과 언어 재활 훈련법 병행 연구를 발전시키면 청각 장애인들이 언어뿐만 아니라 음악 활동도 동일하게 즐길 수 있을 것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시스템 착용성과 완성도를 개선시키고 보다 효과적인 특수교육법, 훈련 기법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관련 협회, 단체와도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 쉽게 훈련하고 착용이 수월하도록 손목, 팔배드 등 웨어러블 형태로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화재 알람이나 교통 신호 등 위험 상황을 알리는 소리를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촉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신형철 휴먼증강연구실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 기술이 실질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복지 ICT로 많이 활용되었으면 한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이준우 교수도 "일반적으로 청각장애인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있다. 본 훈련을 통해 그동안 내기 어려웠던 소리 영역 부분을 낼 수 있다는 자체가 획기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체기능의 이상이나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휴먼 청각과 근련 증강 원천 기술 개발' 과제로 진행됐다.

ETRI 연구진이 촉각으로 음의 높낮이를 인식하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달정도 훈련하면 청각장애인도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사진= ETRI>
ETRI 연구진이 촉각으로 음의 높낮이를 인식하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달정도 훈련하면 청각장애인도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사진= E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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