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창업 열기, 메르스도 물리쳤죠" 창조센터 분투기

[퇴임 인터뷰]임종태 前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
첫 창업포럼 감염병 속 열어···"진인사대천명 심정으로 전진"
"신뢰성·방향성 인정받으며 다양한 성과···내부 문화도 변화"
임종태 前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지난 2월 5년의 임기를 마쳤다. 그는 지역이 갖고 있는 딥테크 중심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내외부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 대덕넷 DB>임종태 前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지난 2월 5년의 임기를 마쳤다. 그는 지역이 갖고 있는 딥테크 중심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내외부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 대덕넷 DB>

"첫 창업포럼때 메르스 사태가 터졌어요. 창업생태계 활성화, 지역 혁신의 허브 역할이 우리의 미션이었는데 막막했지요. 멈췄냐고요? '시작이 반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되뇌이면서 스스로 최면을 걸며 무작정 전진했죠."

5년이 임기를 마친 임종태 前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하 혁신센터). 주마등처럼 스치는 '산 너머 산'이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이야기 중간중간 숨을 돌렸다.

2015년 5월, 국내에도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며 모두가 긴장했던 시기다. 감염률,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지며 대부분의 행사들이 미뤄졌다. 진행하더라도 참석자가 저조했다. 임종태 센터장은 같은해 2월에 부임해 3개월간 준비끝에 첫 창업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임 센터장은 고민 끝에 첫 창업포럼 진행을 결정했다. '지역 기반의 창업생태계 활성화와 지역 혁신의 허브'라는 혁신센터의 미션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첫 걸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각오에서다. 필수 요건인 세정제를 비치하고 첫 창업포럼의 닻을 올렸다. 참석자는 80여명. 기대 이상이었다.

1월과 8월을 제외하고 연간 10회 운영했다. 스타트업이나 창업 동아리 학생들도 자신의 기술,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창업 명사들이 직접 코멘트 했다. 혁신센터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마련하며 투자 연계도 이어졌다. 지속성에 입소문도 났다. 매번 포럼마다 100여명 이상이 꾸준히 찾았다. 창업포럼이 활기를 띠며 창업생태계도 활성화 바람이 불었다. 혁신센터의 진정성과 방향성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신뢰를 얻기까지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임 센터장 재임시 대전혁신센터가 그동안 보육 육성, 지원한 기업이 450여 곳에 이른다. 투자유치 금액도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전혁신센터에서 보육 육성한 기업 중 테크웨이는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선정한 '향후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 중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창업 5년만에 260억원의 투자유치와 해외 수출 3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이뤄낸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첫 창업포럼이 열리던 5월은 메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예상보다 많은 80여명이 찾으며 혁신센터의 창업포럼은 지역의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마중물이 됐다.<사진= 대덕넷 DB>첫 창업포럼이 열리던 5월은 메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예상보다 많은 80여명이 찾으며 혁신센터의 창업포럼은 지역의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마중물이 됐다.<사진= 대덕넷 DB>

◆ "암담한 상황에 부담감 컸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전진"

임 센터장은 이처럼 신뢰 기반의 혁신센터가 되기까지 산학연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 운영위원, 액셀러레이터들의 적극적 지원과 SK 파견 직원들의 헌신적 역할, 지역 대학, 지자체 산하 기관, 특구진흥재단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꼽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협력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은 아니다. 임 센터장은 초기 외부에서 보는 대전혁신센터에 대한 이미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컸다. 내부 분위기는 더 열악했다. 지자체 파견, 대기업 파견, 자체채용 인력 간 한지붕 세 가족이 열심히 했지만 융화보다는 서로 겉도는 분위기였다.

그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전혀 융화가 안된다며 우려를 했는데 현장에 내려오니 더 심한 상황이었다"면서 "말도 안되는 인력상황, 문화, 예산으로 정부에서 요구하는 미션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 막막했다.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러 왔다"고 당시를 고백했다.

임 센터장이 선택한 방식은 한 걸음씩 전진해 보자는 것. 그는 "당시 상황은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최면을 걸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면서 "그렇게 내외부 협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부적으로는 산학협력조직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13개 대학을 찾아가 총장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MOU를 맺었다(그는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 각 대학 총장과 직접 미팅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자체 산하기관과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동 프로그램 발굴도 시작됐다. 출연연, 특구진흥재단과의 협업 물꼬도 트여가기 시작했다.

임 센터장은 "지역 생태계 틀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 융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3, 4개월은 힘들었는데 첫단추를 끼워가면서 맞춰갔다"면서 "대전지역기반의 액셀러레이터들과도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되며 상호간의 교류가 전국의 어디보다 자연스럽게 활성화 됐다. 대전혁신센터가 지역의 혁신, 창업 생태계의 중심 허브로서 인정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는 혁신적 조직문화 만들기에 주력했다. 외부보다 내부가 더 힘든점도 있었다. 그는 "회의중에도 구성권들의 언쟁이 끊이지 않았다. 배려보다는 갈등이 더 많았다"면서 "중간에 그만둬야하나 하는 자괴감과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간(SK에 임원으로 근무)에서의 조직운영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며 민간기업의 조직문화 이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의사결정의 신속함, 팀워크의 중요성, 권한의 위임, 창조적 긴장, 건전한 토론문화 심기에 속도를 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임 센터장은 "새로운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지고한 어려움이 따랐다"면서 "같이 노력하며 가능해졌다. 지금은 구성원간 상호 배려와 화합의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구성원들의 업무 역량도 강화됐다"며 구성원들에게 감사해 했다.

◆ "센터는 혁신성장의 중심축, 지자체 관리보다 대기업 지원 필요 "

2019년 말부터 임 센터장이 주력한 부분이 있다. 공공기술 창업 활성화를 위한 기획창업 프로그램이다. 대덕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이다. 개발된 기술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할 팀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혁신센터 내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새로운 시도였다. 200여개의 특구 내 기술을 받아서 10개를 선정하고 모델화했다. 6개의 사업팀이 꾸려졌다"면서 "새로운 시도에는 기업 문화가 살아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액셀레이터 인력도 민간 액셀러레이터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 이런 시도들이 센터의 경쟁력으로 지자체 관리는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대전에는 최고의 민간 액셀러레이터들이 있다. 센터의 액셀러레이터들도 역량이 높아졌지만 민간을 롤 모델로 경쟁력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물론 공공기관은 감사, 처우 등 불리한 부분도 있지만 내부 역량이 올라가야 혁신센터가 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 센터장은 대전의 장점으로 기술을 많이 가진 출연연, 딥테크의 산실 KAIST를 꼽았다. 특히 KAIST 출신의 학생, 교수진이 많아 딥테크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많은 기술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센터는 대학, 특구진흥재단, 출연연, KAIST와 주기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사업화 관심자를 찾고 기술을 찾아야 한다" 면서 "결국 현장을 찾고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수요처도 기술 발굴부터 엮어서 하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전국 19개 센터의 대기업 17개 파트너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전국의 혁신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판교 제2밸리 내 공동협업 공간 구축을 언급했다. 임 센터장은 "지역에서 발아한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해 버리지 않고 지역에 본사를 두고 센터와 연계를 지속하면서 수도권 진출도 가능케 해야 한다"면서 "또 각 센터에서 발굴한 우수 스타트업에 대한 공동 비즈니스, IR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상생 발전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창업혁신센터는 지속적인 창업포럼과 다채로운 네트워크 활동으로 창업자와 투자자, 연구자, 기관 관계자, 학생 등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사진= 대덕넷 DB>대전창업혁신센터는 지속적인 창업포럼과 다채로운 네트워크 활동으로 창업자와 투자자, 연구자, 기관 관계자, 학생 등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사진= 대덕넷 DB>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