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사이언스코리아 下]대덕 항바이러스協 어떤 역할?
코로나 재유행 준비···의료진 "코로나 전파방식 규명 필요"
"대학에서 PCR 전문인력 키울 교과목 도입하자" 제안도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 창립식이 21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 창립식이 21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기업·대학·연구소·병원·지자체 드림팀이 구성되면서 코로나 극복을 넘어 바이오·메디컬 신산업 창출로 세계 선도를 넘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방역 최일선에서 의료진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대덕의 과학·산업계가 축적한 기술로 해법을 모색하는 길에 대덕 공동체가 함께 나서게 됐다.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 창립식이 21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KAIST는 과학기술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연합전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기업·대학·연구소·지자체 등 24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창립식에선 충남대학교병원·건양대학교병원 의료진이 방역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의료진은 코로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진이 제안한 과학기술은 ▲코로나 전파방식 규명 ▲이동형 음압기 소음 억제, 부피 축소 ▲음압병실 확충 ▲의료진 개인보호구 소독·살균 기술 ▲방호복 외부에서 작동하는 청진기 ▲스마트, 바이러스 대증폭 진단키트 ▲환자 직접 검체 채취할 수 있는 부스 등이 나왔다. 이외에도 KAIST와 지역 기업이 진행하는 연구개발 정보를 공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대비책을 모았다.

◆ "코로나 전파방식 알면···의료진 보호구 착용 부담 줄어"

김연숙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전염 방식(transmission code)을 정확히 알면 의료진이 그에 맞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 전염이 공기로 되는지 접촉으로 되는지를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개인보호구로 중무장하는 것"이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 1명을 보려면 개인보호구를 입는데 10분 벗는데 1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개인보호구를 입기도 쉽지 않지만 진료는 더 쉽지 않다"면서 "결핵의 경우 전염 방식이 과학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개인보호구로 중무장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에선 바이러스 노출로 인한 의료진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의료진은 바이러스의 외부 전파를 차단하는 음압병실에서 진료를 하는데, 현재 음압병실이 부족하고 이동형 음압기조차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환자 검체를 채취하는 장소에 바이러스 입자가 남기 때문에 에어 소독 기술이나 바이러스 입자가 남아있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음압병실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 병동을 비우고 그곳에 이동형 음압기를 가져가 환자를 진료한다"면서 "이동형 음압기는 크기와 소음이 크기 때문에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부피가 작으면서 소음이 작은 이동형 음압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 2차 대유행 대비하려면···진단키트, 부스 개선돼야"

손지웅 건양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겨울철 코로나 바이러가 2차 대유행한다면 현재 의료계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환자가 직접 검체를 채취하고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부스나 스마트 진단키트, 바이러스 대증폭 진단키트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손 과장은 "환자가 검체를 채취하고 영화처럼 에어 소독하고 나오는 상상도 해봤다"면서 "의료진 개인보호구를 에어 소독하거나 바이러스 살균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호복에 있는 나노 입자를 샤워하고 다시 말리면 쓰레기가 줄고, 의사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감염에 노출되는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손 과장은 "블루투스 청진기가 있는데, 방호복을 벗고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노출 위험성이 있다"면서 "청진기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환자를 체크하기 위해 쓰는 만큼 방호복 바깥에 청진기를 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대학에서 PCR 전문인력 키울 교과목 도입해야"

이날 산·학·연·관 관계자들은 의료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으면서 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발표를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됐다"면서 "과학계가 의료계, 산업계와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한국 진단키트의 기반이 되는 PCR(유전자증폭) 기술을 아는 전문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학교에서 1년 이상 PCR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과목으로 도입하자"면서 "전시 체제에 예비군을 동원하듯, 인력을 육성해 감염병 전시 상황에서 필요한 사람이 동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성철 KAIST 총장도 "PCR 전문 인력을 육성하자는 제안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의료진이 바이러스 입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하자,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반도체 장비에 미세입자를 확인하는 장치가 연구소에 있다며 관련 기술을 확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창립식은 의료계 목소리에 과학·산업계가 응답하는 시간이 됐다. 협의회는 앞으로 운영위원은 10명 안팎을 선출해 소규모 분과별로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회의는 2주에 한 번 진행될 예정이다.
 

◆출연연 원장, 기관장들의 '말말말'

이날 창립식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출연연 원장들이 2시간가량 회의에 지속 참석하며 공동 해법을 모색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출연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협의회 뒤 원장들의 소감들을 모아봤다(발언순).

▲김명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그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해 정부출연연구기관, 충남대학교병원·건양대학교병원 등과 삼삼오오 일을 해왔다. 각 기관이 가진 필살기, 일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을 모아 협업했다. 이와는 별도로 오늘 항바이러스 협의회가 창립했다. ETRI도 참여해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공통의 주제와 목적이 만들어졌으니 앞으로는 체계화, 구체화를 통해 지속적인 실무 추진이 필요하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생명연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기업 지원이나 진단 쪽에서 협력을 해왔다. 그런 일들을 오늘 출범한 항바이러스 협의회와 연계시켜 적극 도움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과학계가 의료계·산업계와 협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하는 범부처 협의회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대덕연구단지에서도 이런 협의체가 만들어져서 반갑다. 

화학연은 기존 치료제를 코로나에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고, 내년 4월까지 최선을 다해 개발하려고 한다. 오늘 지역대학병원의 발표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많은 협력이 이뤄졌으면 한다.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발표 자료를 보고 많이 반성했다. 화학연은 소재나 화학 관련 연구는 상당히 많은데 바이러스 연구나 치료제는 많은 협력을 통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모임을 통해 적극 임하겠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표준연이 바이러스 관련 연구가 많진 않은데, 오늘 항바이러스 협의회에 와서 여러 전문가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역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협의회가 앞으로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취임한지 얼마 안 됐는데 협의회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적극 참여해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복철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회장(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지질자원연은 바이오 쪽이 특별한 건 없다. 어쨌든 연기협 회장으로서 출연연과 대덕특구 기업들이 잘 협력하도록 중간 역할을 하겠다. 이번에 대덕에 우수한 바이오 기업들이 많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덕분에 자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특구진흥재단은 기업 현장과 연구 현장이 가까이 있다. 오늘 의료계 현장 목소리까지 들으니 참 좋았다. 앞으로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실행방안이 중요할 것 같다. 특구진흥재단이 협의회와 잘 연결되어서 좋은 아이디어 많이 제안하고 가운데에서 열심히 지원하겠다.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가 말했듯 코로나 극복을 위해선 대학이나 출연연이 가진 고급기술들이 아니라 로우 테크가 중요할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 의료계가 수요를 맏늘어주면 특구진흥재단이 중간에서 기업 현장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 

▲박윤원 대전과총 회장

대전과총은 과학기술자들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 서로 간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하는 협회다. 코로나는 동물로부터 새롭게 전이된 바이러스인데, 향후 세컨웨이브 올 때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이런 준비를 대덕에 역량 있는 분들이 많이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동물로부터 올 수 있는 바이러스 후보를 연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 모색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

솔젠트, 지노믹트리, 수젠텍과 같은 기업들이 최근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성과가 기업 혼자한 것 아니다. 제노포커스에서 생산 설비를 도와주고 충남대병원에서 환자들 임상 자료들을 제공했다. 서로 도와주면서 이뤄냈다. 대덕연구단지 클러스터가 있었기에 기업들의 해외 수출이 대폭 가능했다. 이번에 정말 강력하다는 걸 실감했다. 이런 협의체가 더 강화되고, 산·학·연·관·병 협의체가 넓은 부분으로 확장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