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기업⑮]박한오 대표, PCR 장비·키트 개발 한우물
진단장비 인력양성으로 진단강국 기반 마련
"바이오로 반도체 이어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바이오니아는 국내 바이오벤처 1호 기업. PCR진단장비와 진단키트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국내 진단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에서 제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가 해외로 나갈 진단키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바이오니아는 국내 바이오벤처 1호 기업. PCR진단장비와 진단키트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국내 진단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에서 제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가 해외로 나갈 진단키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1992년, 30세의 젊은 연구자. 박사후 과정으로 약속된 MIT(매사추체츠공과대학교)와 창업, 기로에 섰다. 모두들 MIT로 가는게 맞다고 했다. 미국의 담당교수도 한국의 지도교수도 MIT 행을 권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창업을 선택했다. 국내 1호 바이오벤처 '바이오니아'의 탄생이다. 국내에서 누구도 가지 않은 첫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그가 유학대신 창업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장비와 중합효소. 1988년 사이언스지에 PCR 중합효소 논문이 발표됐다. 당시에는 모두들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990년 서울 미국 대사관에서 PCR 장비 시연이 열렸다. 유전자 확보까지 수작업으로 하면 여러날(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걸리던 일이 DNA중합효소를 활용한 PCR 증폭으로 단 몇시간 안에 가능했다. 연구자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시연을 직접 본 박 대표는 PCR과 효소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저런 장비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그는 개인적으로 장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1992년 당시 대전 변두리였던 유성구에 있는 허름한 공간에 사무실을 내고 PCR 중합효소 2가지를 처음 상품화했다. 진단장비 개발에도 들어갔다. 신생벤처로 지난한 연구개발 과정이 반복됐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러면서 기술이 축적됐다. 박 대표 자신도 어떻게 견뎌왔는지 의아하다고 했을 정도니 어려웠던 상황들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짐작된다.

축적된 기술로 바이오니아는 신종플루 확산 시기 PCR 진단장비와 시약으로 국내 환자 진단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서도 바이오니아의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등 각국에서 바이오니아만 갖고 있는 진단토털시스템인 PCR 장비와 진단시약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6년부터 충남대와 협력해 PCR 장비 운용 인력을 양성했다. 박 대표에 의하면 그 인력들이 여러 기업으로 흡수되며 진단키트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이 된 셈이다. 진단키트 강국 시작점에 국내 1호 바이오벤처 바이오니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02년 월드컵 앞두고 6개월 프로젝트, 리얼타임 PCR 첫 개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생물학 테러 위험에 대비할 리얼타임(RT) PCR 장비가 필요했어요. 미국 장비를 구입하려면 당시 한대에 40억원,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마다 놓으려면 최소 30대 이상(1000억원 이상) 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는 예산 여력이 안됐죠. 정부에서 150억원을 주면서 6개월 안에 장비 개발을 요청했어요."

박한오 대표는 '무조건 해야하는 일'이라는 상황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동안 개발해 오던 기술을 바탕으로 ADD(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하며 월요일부터 일요일(월화수목금금금)까지 모든 연구인력이 매달렸다. 결과는 성공. 리얼타임 PCR 장비를 6개월만에 완성했다. 당시 아시아에서도 처음으로 개발한 리얼타임 PCR이었다.

그는 "911 테러 직후였고 같은해 탄저균 테러도 일어나면서 미국을 비롯해 월드컵 참여국들의 안전 요구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 모든 직원이 주말도 없이 매달렸다"면서 "공기 중의 에어로졸, 길거리 백색가루 등 차안에서 샘플링해 기계에 넣으면 1시간 안에 결과가 나왔다. 아마 가장 단기간내에 전력화한 장비일 것"이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특히 군에서 사용할 장비는 내구성이 필수였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군 트럭에 싣고 다니며 사용 중이니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부연설명이 필요없다. 박 대표는 "망치로 내려쳐도 이상이 없을 정도였다. 수입대체효과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이를 기반으로 2003년 PCR 장비를 제품화 했다. 2005년부터 진단장비로 본격 제품을 출시했다. 연구용으로만 사용하던 진단 장비가 처음으로 시장에 진출하게 된 셈이다. 2009년 신종플루 인플루엔자가 국내를 강타했다. 빠른 확산으로 희생자도 다수 발생했다. 바이오니아의 진단장비와 시약이 국내 진단에서 큰 활약을 했다. 대덕발 진단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다.

박 대표에 의하면 PCR 장비는 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증폭시키는 기술로 분자생물학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신약개발, 범죄수사, 생물 등 DNA를 취급하는 작업 전반에서 미량의 DNA로도 원하는 부위를 증폭해 활용할 수 있다. 염기서열분석법 등 새로운 기술로 핵산을 이용한 진단법으로 활용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바이오니아 분자진단장비는 ExiStation™, ExiStation™ 48A, ExiPrep™ 96 Lite 등 지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박한오 대표는 28년전 MIT 박사후 과정과 창업 기로에서 창업을 선택, 국내 PCR진단장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진단할 수 있는 진단장비의 막바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길애경 기자>
박한오 대표는 28년전 MIT 박사후 과정과 창업 기로에서 창업을 선택, 국내 PCR진단장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진단할 수 있는 진단장비의 막바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길애경 기자>

◆ PCR 장비 인력 양성까지, 개도국의 구원투수로

"진단장비는 개발도 중요하지만 운용 인력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충남대 바이오산업인력양성사업단, LINC+사업단과 협력해 PCR 장비 운영 인력 양성에 들어갔어요. 학생들에게 지도할 프로그램도 우리가 만들면서 참여 학생들이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6개월 교육을 마치면 바이오니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죠."

충남대 바이오산업인력양성사업단과 LINC+사업단에서 양성된 PCR 인력만 해도 200~300명에 이른다. 박 대표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회사에 오더니 3개월만에 진단키트를 개발하더라"면서 "그 인력들이 진단키트와 장비 개발 회사들로 흡수됐다. 우리나라가 진단기술이 강하고 전문가가 인구대비 가장 많은 것도 그런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며 박 대표는 효소, 장비 생산 등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질본 보유 미국산 활용)에 따라 국내 제품들이 투입되지 못했다. 바이오니아는 유럽인증을 획득하고 비영리 국제 평가기구인 'FIND'에 신청, 1차 평가에도 통과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검사 인증 의료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수출허가를 받았다. 해외 진출을 위한 반만의 준비를 마쳤다.

바이오니아의 허가를 기다렸다는 듯이 필리핀, 루마니아, 가봉, 카타르 등에서 장비와 시약 요청이 물밀듯 들어왔다. 박 대표는 "지속해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장비 부품 수급 조율 등으로 다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전 직원이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면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해외 수출이 지난해 1년 수출액보다 2배가 넘었다"고 현재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진단장비 사용 인력이 부족한 국가도 여럿이다. 가봉은 국가에서 전세기를 띄워 의사와 엔지니어 인력이 우리회사에 와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진단장비와 키트를 싣고 갔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예정돼 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구원투수 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한오 대표는 앞으로 감염증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같은 사태는 처음이다. 연구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우리가 10년전부터 현장진단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를 30분 만에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양산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개개인이 10~20분내에 항체검사처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등 여러 방안이 나왔지만 검체를 모아서 센터로 보내는 등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되면 현장진단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다. 글로벌 팬데믹과 올 겨울 2차 대확산시 동네 병원에서도 누구나 진단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감염증으로 또다시 글로벌 셧다운되는 사태를 막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연구개발에 몰입 중이다. 매일 실험실에 가서 컨설팅하고 연구진행 과정에 대해 코멘트 한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2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연구개발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인으로서 사회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고 사회, 국가에 기여하는 것은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삶의 가치"라고 기업인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출연연 재직시에는 국가에서 해야하는 연구를 하지만 기업은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 스스로 결정해서 연구 방향을 정해 간다. 새로운 기술로 일자리 만들고 더 나은 사회로 가도록 해야 국가도 강해진다. 대덕의 첨단기술 벤처인들은 국가의 보물"이라면서 "창업 당시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시점이었다. 반도체에 이어 이젠 바이오로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의 다양한 리얼타임 PCR 진단장비(사진 위)와 진단키트(사진 아래).<사진= 바이오니아>
바이오니아의 다양한 리얼타임 PCR 진단장비(사진 위)와 진단키트(사진 아래).<사진= 바이오니아>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