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오송-대전 대덕 특구-세종·충남 상승효과 기대
충청권, K 사이언스 중심지로 확고한 기반
"산업계 가장 반길것···KAIST 인력 양성 협력키로"

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방사광가속기 이름은 '오아이스(OASIS).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해 기초연구와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방사광가속기 이름은 '오아이스(OASIS).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해 기초연구와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이하 방사광가속기) 용지로 충북 청주(오창)이 최종 결정되며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거는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정치적, 지역적 논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발전 입장에서 결정됐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구개발(R&D)의 메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든든한 인프라로 자리해 있어 충청권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선진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바이오와 진단키트 기업, 딥테크 중심의 벤처, KAIST,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는 대덕, 바이오 산업 집적지 오송과 오창, 반도체와 소재 기업이 몰린 충남권과 경기권을 이으며 충청권이 'K 사이언스' 중심지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방사광가속기는 충북 청주시 오창 후기리 테크노폴리스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 약 54만㎡(약 16만평) 부지에 국비 8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방사광가속기 원둘레는 800m, 빔 라인 개수는 40개로 예상된다(구체적 계획에 따라 변경 가능).

충청북도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공개한 조감도 상 방사광가속기의 이름은 '오아시스(OASIS)'. 오아시스(OASIS)는 Ochang Advanced Synchrotron for Industry and Science의 약칭이다. 원형의 방사광가속기 안에 태극문양으로 조성했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단장에 의하면 조감도는 지리적 국토의 중심에 세워질 오아시스 가속기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한반도 중심에 위치해 있는만큼 대한민국의 대형 랜드마크로서 과학기술과 산업지원으로 국격을 높이고 삶의 질을 올리는데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초지원연 자료에 의하면 2028년 방사광가속기가 본격 가동되고 기초연구와 산업계 활용으로 생산유발효과는 6조7000억원, 부가가치 2조4000억원, 그리고 13만7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비타당성 평가 결과에 따라 22년 이전에 구축에 착수하고 늦어도 28년에는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운영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신소재, 제약, 반도체 산업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사광가속기는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로 기초연구와 산업계 지원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또 이번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 체계가 흔들리고 있어 외국에 의존하던 소재,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면서 "정부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가급적 빠르게 마치기로 했다. 환경평가는 이미 끝난 상태로 토지 수용 후 착공에 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오는 14일 방사광가속기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충청북도, 청주시와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 "방사광가속기 활용 산업계 지원센터 마련, 시너지 클것"

"방사광가속기 활용을 위해 KAIST와 지원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어느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국내 신소재, 제약, 바이오 등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전략을 진행 할 예정이다."

변재일 의원은 방사광가속기 용지로 오창이 선정되며 KAIST, 출연연과의 연계는 물론 바이오, 반도체, 바이오헬스, 신약 등 역량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방사광가속기는 산업 지원 목적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들 산업분야에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면서 "하지만 고성능 가속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협력하며 외국에 의존하던 분야를 국산화하고 우리 산업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한다. 기초과학 연구자들도 머물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게스트 하우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욱 KAIST 연구부총장은 방사광가속기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박 부총장은 "고가의 실험 장비가 잘 활용되려면 장비와 함께 우수 인력이 처음부터 같이가야 한다"면서 "KAIST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 협력키로 했다. 아직 초기단계라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반도체, 바이오 의료, 소재부품 분야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시스템 운영 인력을 지원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산업계에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나주가 이번 유치에 실패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대 시설은 누군가 계속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중국의 추격으로 다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경기와 충청 인근에 집중돼 있다. 산업계에서 오창 방사광가속기 용지 선정을 가장 반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투자는 타이밍이다. 나노팹, 특구법, IBS연구단  등 지역논리로 결정된 사례가 많아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아직 가속기 활용이 폭발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선 활용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 대덕과의 연계, 산업계의 편리한 활용으로 시너지 효과는 분명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주한 기초지원연 대형연구시설기획단장도 공동연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인근에 대덕연구단지가 있기 때문에, 산업체와 연계한 공동연구가 증가할 것이다. 시너지 효과 매우 크고, 고난이도 분석 역시 정부출연연기관과 함께 수행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창은 기업, 연구소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전국의 과학기술인과 산업체에서 오창의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산업체의 방사광가속기 활용이 크게 늘면서 기술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창에 들어설 방사광가속기는 '제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국내에 설치된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밝기(태양빛의 100억배)보다 100배 가량 고성능이다.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미세물질 분석에 최적화 돼 있다. 때문에 과학계와 산업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활용도가 클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방사광가속기의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개발됐다.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 빔라인을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2차전지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방사광가속기는 제약, 바이오, 반도체, 2차 전지 등 첨단산업 연구에 필수적이다.

출연연의 A 과학자는 "오창을 방사광가속기 용지로 선정한 것은 과학계, 산업계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교통, 주변 인프라, 향후 활용과 발전 가능성을 봤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출연연의 B 박사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협업을 기대했다. 그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산업계 활용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소부장의 문제가 커지면서 공무원과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이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많은 고민을 해보며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서 과학자와 공학자의 협업으로 진단키트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충청권 K 사이언스 중심지로 확고한 기반"

오창 방사광가속기 선정으로 충북, 대전 대덕특구, 충청권을 잇게 된다. 이에 대해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충청권이 'K 사이언스' 중심지로 확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신수도권 혁신산업벨트'로 표현했다. 변 의원은 "충북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계기로 첨단산업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충청권이 수도권 남부에서 충북-세종-대전으로 이어지는 '신수도권 혁신산업벨트'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지난 2008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 공모에서 포항에 밀려 유치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각오로 충북도와 일찍부터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방사광가속기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로드맵을 챙겨볼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출연연의 A 박사는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 첨복단지, 대전 IBS, KAIST 등 연구기관과 대학, 판교의 생명과학 전문기업(제약, 바이오, 진단 업체 등)과 긴밀한 연계 필요성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선정은 작게는 충북과 오창의 승리이지만 국가 인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충북 혹은 오창 방사광가속기가 아니다. 국가 생명과학과 기초과학의 요충지로서 선정된 것으로 더욱 더 무거운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시설과 장비 활용을 위해 전문 인력이 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주여건, 교육 및 생활 환경도 필요하다"면서 "각계의 연계를 위해 보여주기식 MOU가 아닌 구체적인 업무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나주가 탈락했지만 GIST 등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컨소시엄으로 참여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창용 대전시 과학산업국장은 오는 22년 완공을 앞둔 중이온가속기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기초와 응용연구 중심지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 CERN이 글로벌 공동연구 등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덕과 오창의 가속기가 지역적 잇점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우수 인재가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대전과 충북이라는 행정구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광역경제권 관점에서 공동 거버넌스 구축을 검토하고 과학산업 육성 프로세스가 K사이언스 콘텐츠로 존재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OS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한 단장은 "충청권에 세계 최고 성능의 가속기가 지어지면 전세계에서 이곳을 찾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과학선진국이 해왔던 역할을 우리가 맡아서 동남아 국가의 과학발전을 지원하고 과학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과 협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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