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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19]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일상을 통한 세상 물정의 과학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이번에 함께 읽을 책은 이정모 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다. 그는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을 지냈고, 2020년 2월에는 과천과학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관장이 직업인 셈이다.

이정모 관장은 누구인가? 그는 비록 생화학과가 생화(生花)를 연구하는 곳인 줄 알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후 과학자,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눈을 돌린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덥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털보 과학자다. 그는 '떠들지 마세요'와 같은 안내방송, ‘'만지지 마세요'와 같은 팻말이 없는 과학관을 추구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책 날개에 소개된 것처럼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전시물을 만져보게 할까 고민하는 것도 모자라 전시물을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망가뜨려 놓으면 무지무지 기뻐하는 관장이기도 하다.

이 책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다이어트부터 방귀, 사이비 종교는 물론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과학 상식과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62편의 과학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글은 생활밀착형이다. 그래서 아주 친근하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곳곳에서 '실패'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는 실패하는 사람들이며, 과학관은 실패하는 곳이라는 것이 저자의 평소 지론이다. 실패 없이는 진정한 성취도 없으며, 어렵더라도 과학의 본질에 도전하고 새로운 질문을 멈춰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필수적이다. 과학은 실패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유명인사의 말부터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다.

칼 세이건은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라고 했다. 존경하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같은 말이다. 생각하는 방법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p 8)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진달래와 개나리 등 작은 봄꽃들은 벌의 눈에 띄기 위해 무리지어 피는 생존전략을 취한다. 이와같은 멋진 이야기는 '흐드러지게'라는 글에 잘 표현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각자도생의 방식에 익숙해진 한국사회를 떠올리며 한번 더 생각에 젖게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어쩌면 저자의 의도가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관장은 흔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 지식 속에서 세상 물정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론 거침없고 신랄하기까지 한 화법으로 대중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왜 지금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설명한다.

좀 더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먼저 도마뱀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기에 처한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 능력을 얘기한다. 흔히 고위 정치인이나 재벌 기업가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가 책임을 지는 대신 영향력이 별로 없는 아랫사람이 책임지게 하는 일처리를 두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한다.

이 관장에게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도마뱀과 달리 사람들에게 꼬리 자르기가 없는 이유로 몸이 불편해진 사람들을 아직은 멀쩡한 사람들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내 손과 발과 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꾸라지의 억울한 사연도 들어보자.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흐리게 하는게 아니라, 미꾸라지가 더러운 물에서도 버티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위안이 되는 것은 왜일까?

이를 직장으로 확대해 보면 더 재미있다. 미꾸라지 같은 직원이 들어와서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등 요소가 많은 직장에서 직원들이 버티고 있어주는 것이라는 해석에서는 그만 말문이 막힌다. 그 직원은 조직이 썩지 않도록 밑마닥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거리인 다이어트와 관련해서도 그의 해석과 논리는 독특하다. 아니 탁월하다. 흔히 하는 얘기로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100% 사기다. 다이어트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우리가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경우 장내 세균의 역할인 경우가 많다. 즉, 장 속에 살고 있는 특정 세균이 효소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서 체중과 혈당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장 속에도 세균 종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균과 나쁜 균의 힘의 균형이 어떠냐가 비만과 다이어트에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정모 관장의 강의를 몇 번 들었다. 내가 오랫동안 나가고 있는 대전의 독서클럽 백북스(100books)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에서도 지난 2009년 백북스 회원 중 수학이나 물리학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한 달에 한번, 하루 다섯 시간씩 1년 동안 공부한 얘기가 나온다. 그들은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집합부터 대학 수학에서 배우는 선형대수학을 독파하고, 물리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고전 물리학과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까지 풀어낸다.

이른바 '아인슈타인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 황당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당시 선생님인 물리학자 이종필 박사는 그 과정을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라는 책으로 엮었다.

이정모 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여러 측면에서 나에게 친숙하다. 더구나 과학계에 종사해 오면서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과학적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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