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최강국 韓, 2020년 연구논문 '빈약' 왜?

전체 논문 3만3283건 중 한국인 저자 포함된 논문 182건
KISTI 국가오픈액세스 플랫폼, 코로나19 논문 한눈에
"논문 출판까지 시간 걸려, 연구 문화·제도 차이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련 논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계 12개국(지금은 17개국으로 증가) 과기장관들의 협력회의 이후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액세스가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사이언스(Science), 스프링거(Springer), 엘스비어(Elsevier) 등 해외 대형 출판사의 유료 저널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어 코로나19 관련 연구논문 오픈액세스도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논문은 찾아 보기 어렵다.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모범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이 연구분야에서는 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일까.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오픈액세스 플랫폼(KOAR)에 의하면 코로나19 전체 논문 3만3283건(5월 26일 기준) 중 한국인 저자가 포함된 논문은 182건이다. 0.5%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연구자들이 연구결과를 쏟아낸 2020년에는 한국인 저자의 논문 수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2만2707건(5월 26일 기준)의 논문 중 한국인이 저자(교신저자, 공동저자)로 포함된 논문은 1건으로 나온다. 현재까지 출판이 완료된 2020년 논문 수 5229건 중에도 한국인이 저자에 포함된 논문 건수는 단 1건이다. 김빛내리 교수(IBS RNA 연구단) 연구팀이 발견한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로 셀(Cell)지에 등재된 성과다. 이외에 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코로나19 관련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선제적 대응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각국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연구 자료를 공개하는 오픈사이언스 분야에서는 한국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사진= KISTI KOAR 갈무리>코로나19 팬데믹 속 선제적 대응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각국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연구 자료를 공개하는 오픈사이언스 분야에서는 한국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사진= KISTI KOAR 갈무리>


KOAR에 의하면 코로나 관련 논문은 1975년 11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체 3만3283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68%에 이르는 2만2707건이 2020년도에 나왔다. 각국의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공개되는 논문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오픈액세스 논문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모든 논문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논문 식별과정에서 한국인 저자를 모두 찾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료 학술지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연구자들의 연구활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코로나 관련 오픈액섹스 논문이 크게 증가한 시기는 사스, 메르스 발생 시기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 2003년에는 395건으로 이전 몇 십건에서 크게 늘었다.  2004년에는 배가 증가한 727건이다.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으로 연구가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기 한국인 연구자가 포함된 논문은 2건으로 0.2%다.

두번째 증가 시점은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시기. 2013년 532건, 2014년 703건, 2015년 759건, 2016년 864건, 2017년 792건으로 증가추이를 보인다. 메르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가 지속 되는 모양새다. 이 시기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논문은 109건으로 집계된다. 3% 수준으로 국내 연구진의 출판 이후 성과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국내 연구진의 논문 저조 원인에 대해 김혜선 KISTI 학술정보공유센터 센터장은 "논문이 최종 출판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연구 성과를 정리중으로 출판 안된 논문도 상당수일 것"이라면서 "해외와 국내 연구 문화와 환경 차이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논문 출판 수는 미국과 중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유럽이 15% 정도다. 우리나라는 2% 정도인데 국가별 과학자 수 기준 6위로 낮은 편이 아니다"면서 "해외 출판사인 엘스비어, 스프링거 등에는 연구자가 직접 올려서 셀프 아카이빙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국내 연구진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언어, 제도적, 문화적으로 쉽지 않은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대응 우수했던 한국, 저조한 논문 수치 이유는?

과학계에서도 융합연구, 소통문화가 강조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유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량적 평가와 과제중심제도로 공유와 협력 보다는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도 다수다.<관련기사 보기>

또 다른 연구자는 평가 문제를 들기도 했다. 공동 저자로 참여하기보다 혼자 쓰는게 성과 평가에 유리하다는 것. 또 정량적 평가가 여전해 예산 대비 논문 몇건으로 보는 시각이 커 공유 문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내 연구에만 집중해서 논문을 마무리 하겠다는 연구분위기가 크다는 것이다.

김혜선 센터장 역시 "연구자 중심의 출판이 돼야 공유, 협력도 활발해 질수 있다. 우리나라의 평가체계에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공유가 활발한 나라들은 연구자들이 리포지터리에 공개해도 실적으로 인정한다. 우리는 출판 논문, SCI 급 몇편인가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철저한 동료 평가 등이 필요하겠지만 오픈 사이언스는 연구 협력을 촉진시키고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면서 "국내는 공유가 의무 규정이 아니다보니 참여율이 낮다. 연구자들이 받는 정량적 평가 압박도  공유와 협력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학술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인정 문화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학술지의 명성은 많이 인용돼야 한다. 국내 학술지를 인정하고 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평가 기준이 해외 SCI급 학술지 기준"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단키트 기술도 국내외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과학계도 우리 스스로 인정하며 위상을 높여가야 한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논문 저조에 대해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오픈액세스가 아닌 코로나19 전체 논문도 한국이 다른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전문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는 있어도 바이러스를 확보하고 BL3 실험실을 찾기도 어려워 연구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KISTI는 지난 2월 말 KOAR를 구축, 3월초부터 코로나19 오픈액세스 논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 중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둘러 공개 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 KOAR에서는 코로나19 연구 지원을 위해 출판된 논문 이외에도 동료평가와 출판이 안된 pre-print, 동료평가 과정을 거쳤지만 원고 교열을 받지 않은 상태의 post-print도 공개된다.

때문에 KOAR는 논문의 출판 여부 등을 구분하기 위해 브론즈, 그린, 골드, 하이브리드 골드로 분류했다. 골드는 출판된 논문으로 가장 정제된 상태다. 브론즈는 리포지터리(정보 저장소)에 저장된 프리 프린트와 포스트 프린트 등의 논문을 포함한 수치다. 그린 단계는 저자가 심사 받기전 초고를 리포지터리에 올리는 것으로 셀프 아카이빙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골드는 저자가 출판비를 내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논문이다.

김혜선 센터장은 "글로벌 유료 학술지도 이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연구 논문을 공개하고 있다. 언페이월(Unpaywall) 등 다수의 포탈을 활용해 오픈액세스 논문을 발굴하고 정제해 정확도 높은 논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은 지난 3월 18일 코로나19 연구를 위한 연구데이터 포탈 사이트 가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현황부터 유전체와 단백질 서열 데이터, 국내외 연구결과와 소식,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소프트웨어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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