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20개 연구기관 미지급 금액 밝혀
"기관별 조정 능력 발휘해 예산 배분해야"
"지난주 기재부에 배정 요청···6월 중 출연금↑"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출연금 총액이 317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와 소재·부품·장비 분야 출연연을 제외한 20개 연구기관 상황이다. 연구 기관별로 평균 150억원 이상씩 출연금을 받지 못한 수치다. 과학기술계가 코로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출을 줄이는 이른바 '지출 구조 조정'에 들어갔지만, 출연금 미지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연구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복수 출연연에 따르면 각 연구기관에 미지급된 출연금 총액은 3172억원이다. 정부는 예산 계획에 따라 매달 출연연에 출연금을 지급하는데, 지난 3월부터 출연금을 절반 이하로 지급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출연연들은 신규 예산집행을 모두 중지시키고, 연구 용역을 주거나 연구 장비를 구입하는 각종 계약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입금체납 직전까지 문제가 번진 기관도 있다. 

과학기술계도 코로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예산 축소에도 공감하지만 기관 운영에 쓰이는 출연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민수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코로나 상황에서 출연연이 예산 조정을 통해 연구개발 페이스를 조절할 수는 있다"면서도 "기관 차원에서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연구 기관이나 올해 종료가 다가오는 연구 사업에 대해선 정부가 일괄적으로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민수 박사는 "비상시국에서 예산 조정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정 기준은 제공돼야 한다"면서 "연구기관 내부에서도 조정 능력을 발휘해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연구자는 "과학기술 연구는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인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출연금 지급까지 유예한 건 현실에만 치중한다는 반증"이라면서 "6월에 기획재정부에 출연연 내년 예산안을 제출할텐데 얼마나 삭감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출연금 총액을 사수하고, 정부 부처의 연구과제 수주과제를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연구 독립성을 제고하고 자율적인 연구 기획과 목표 관리를 해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별로 안정 예산으로 쓰이는 출연금 비율을 높이고, 경쟁 중심의 과제 수주 제도를 탈피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분야 B 연구자는 "출연금은 각 기관이 주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쓴다"면서 "예산이 줄면 시설을 운영하는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시설 운영에 쓰이는 안전 기능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성일 과기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지난주 기재부에 수시 배정과 정기 배정을 모두 요청했다"면서 "매달 출연연에 지급되는 정기 배정 금액을 6월 중에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고, 기재부 재원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필요한 금액을 수시로 배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도 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 팀장은 "연말까지 출연금을 계획대로 배부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6월 중에 자금이 나가 연구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출연금 총액이 317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출연금 총액이 317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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