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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질본 돈은 복지부' 비판커지자 文 "전면 재검토"

행안부 질본 승격안 발표···보건연 떼내고 예산·인력 축소
발표 다음날, 권 부본장 브리핑 순서였으나 정 본부장 참석
"승격해도 연구기능 필요" 언급하자···조직개편안 재검토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은 5일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행정안전부가 3일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에 이관하고 예산·인력을 축소하는 질병관리청 승격 안을 발표하자 다음 날인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단상에는 권준욱 부본부장 대신 정은경 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례브리핑을 번갈아 진행한 100일동안 목요일에 정은경 본부장이 나온 건 이날이 두 번째였다. 그만큼 질본 수장으로서 승격 안에 대한 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을 승격하면서 산하 보건연을 복지부 소속으로 이관하는 계획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했다. 정 본부장은 "질본도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면서 "보건연 감염병 연구도 감염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질병관리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질병관리청 승격 목소리가 나온 건, 질본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감염병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중심축을 맡으면서 나왔다. 정 본부장을 비롯해 질본 구성원들이 밤낮없이 방역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에 비해 독립적인 인사·예산권이 없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 승격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 대다수가 청 승격을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실어주자 법안 개정 작업은 급물살 탔다.  

그러나 조직 개정 과정에서 복지부가 코로나 사태를 몸집 불리기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질본에 인사·예산권을 부여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라는 간판을 달아주는 대신 핵심 연구 조직인 보건연을 복지부로 이관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여기에 인력 150여 명, 예산 1500억원가량을 축소하는 안까지 담았다. 상황이 이렇자 질본 안팎에서는 "질본이 재주(방역)만 부리고 돈과 사람은 복지부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5일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타파하려는 듯, 질본 청 승격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직 질본 본부장을 역임했던 인사들은 "이름만 청이 될 뿐 보건연이 복지부로 넘어가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생기면서 복지부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만 늘어나게 생겼다"고 우려한 바 있다. 

앞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질본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 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하여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썼다.

이날 문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자,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보건연의 복지부 이관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개편 배경으로 '감염병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 강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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