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협 UNIST 연구팀, 구멍 많은 고분자 젤 이용해 전자 혀 개발
2~3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까지 떫은맛 정도 정량적 감별해

전자 혀를 구강모형에 부착한 모습. <사진=UNIST 제공>
전자 혀를 구강모형에 부착한 모습. <사진=UNIST 제공>
식품이나 의약품 개발 시 맛의 객관화 작업을 도와줄 새로운 '전자 혀'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고현협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교수팀이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전자 혀는 떫은맛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 사업 등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주로 덜 익은 과일을 먹을 때 느껴지는 떫은맛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물질(응집체)이 점막을 자극해서 발생한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미뢰가(맛 감지세포 덩어리) 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떫은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다.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 안에 '소수성 응집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이온의 움직임 정도)을 변화시켜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다. 

공동 제1저자인 최아영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수성 응집체 때문에 수화젤 구멍 벽면이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뀌는데 이때 미세구멍 벽과 내부에 흐르는 이온 간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이온 흐름이 향상, 도선을 흐르는 전류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함을 확인했다. 특히 전자 혀는 검출해 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최소 감지 농도 2×10-6 M~)도 넓을 뿐만 아니라 센서 접촉 즉시 떫은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제1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맛을 검출할 수 있는 데 반해 전자 혀는 2~3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시편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 (Science)의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지난 6일 자로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기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고현협 교수 연구팀. (오른쪽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고현협 교수 연구팀. (오른쪽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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