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화 KAIST 연구팀, 뼈 단단함 모사해 광학적 특성 높여
빛의 속도로 동작하는 인공 신경망, 초고속 광소자 등 응용 기대

광학적 거대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과 동물 뼈의 구조 비교. <사진=KAIST 제공>
광학적 거대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과 동물 뼈의 구조 비교. <사진=KA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영화 스타워즈 속 광선검처럼 광학적 비선형성이 기존 물질 대비 수천에서 수십억 배나 큰 신물질을 개발했다. 비선형성이란 입력값과 출력값이 비례관계에 있지 않은 성질을 일컫는다. 광학에서 큰 비선형성을 확보할 경우 빛의 속도로 동작하는 인공 신경망이나 초고속 통신용 광 스위치 등의 광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신종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벽돌을 엇갈려 담을 쌓는 것과 같이 나노 금속판을 3차원 공간에서 엇갈리게 배열하면 물질의 광학적 비선형성이 매우 크게 증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 검처럼 잘 제어된 빛이나 빛만으로 구동되는 광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비선형성을 이용할 때 가능한데, 아직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강한 비선형성을 가진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 물질의 작은 비선형성으로도 초고속 광소자, 3차원 광식각 공정, 초 고분해능 현미경 등의 기술들이 구현될 수 있지만 이들은 크고 비싼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거나 큰 장비 혹은 소자가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에는 미세한 인공 구조체를 설계해 그 틈에 빛을 모으는 방법이 많이 시도됐다. 비선형성은 빛 세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같은 부피의 자연 물질 대비 작은 빛 세기로 비슷한 수준의 비선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대로 얻을 수 있는 비선형 효과의 크기는 결국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물질의 전기적 특성인 유전분극(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을 매우 크게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 금속판이 3차원에서 엇갈려 배열돼있으면 국소분극이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면서 마치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듯, 전체적으로 매우 큰 분극을 만들게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빛 세기가 아닌 분극 크기를 조절해 큰 비선형성·비선형 효과를 얻는 방법은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이는 비선형 광학이 60년 동안 달성하고자 했던 고효율의 작은 비선형 광소자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고안한 메타물질(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든 인공 원자의 주기적 배열로 이뤄진 물질)이 시간적으로 짧은 광신호에 대해서도 큰 비선형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통해 기존보다 효율적이면서도 더 빠른 광소자 구현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활용된 소자는 비슷한 신호 시간을 가지는 기존 소자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8배 뛰어나고 비슷한 에너지 효율을 갖는 기존 소자보다도 신호 시간이 약 10배 짧다. 즉 신호 시간과 소요되는 에너지 곱으로 성능 기준을 보면, 현재까지 개발된 광소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메타물질이 광학 이외의 물리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단단함 대비 뼈의 단단함을 설명하는 모델이 이번 연구에서 고안한 광학적 비선형성 증대원리와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함을 증명했다. 따라서 유체역학에서의 물질전달률, 열역학에서의 열전도율 등의 증대에도 연구팀의 연구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화 교수는 "올해는 지난 1960년 레이저가 발명된 지 60년이 되는 해로, 레이저의 발명이 '센 빛'을 최초로 만든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센 물질' 즉 광대역에서 매우 큰 유전분극 증대율을 보이는 물질을 최초로 발견하고 증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계학습을 위한 초고속 인공 신경망 등 다양한 광 응용 소자의 구현을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용 KA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 온라인판에 지난달 8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 Mimicking bio-mechanical principles in photonic metamaterials for giant broadband nonlinearity).

(왼쪽부터) 신종화 교수, 장태용 박사과정. <사진=KAIST 제공>
(왼쪽부터) 신종화 교수, 장태용 박사과정. <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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