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 국제비교 참가
"반도체, 신약 등 첨단 산업 발전에 기여"

국내 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로 변하지 않은 1kg 질량 국제 비교에 성공한 표준연 클랑크상수질량팀.사진 왼쪽부터 서민기 선임연구원, 이광철 책임연구원, 김동민 책임연구원, 김명현 선임연구원.<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내 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로 변하지 않은 1kg 질량 국제 비교에 성공한 표준연 클랑크상수질량팀.사진 왼쪽부터 서민기 선임연구원, 이광철 책임연구원, 김동민 책임연구원, 김명현 선임연구원.<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키블저울을 활용해 1kg원기를 대신할 질량기준 측정값을 구현하며, 국제 비교에 참가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현민)은 10일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 측정값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국제비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불확도(측정값 의심 정도) 2×10-7 이하의 선제조건이 요구됐다. 표준연은 1.2×10-7의 불확도를 달성했다. NRC(캐나다), NIST(미국), BIPM(국제도량형국), NIM(중국) 등 총 5개 표준기관이 키블저울 실험을 이용해 참가했다.

키블저울은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고정된 물리상수 값을 기준으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재는 장비다. 국제비교는 각 나라의 측정값을 비교하는 것으로 분야별 국제비교가 이뤄진다. 이번 국제비교는 단위 재정의 이후 국제 질량 눈금을 정하기 위해 첫번째로 시행됐다. 질량비교기가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에 각 나라의 측정값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이다.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은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의 질량을 1kg으로 정의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100여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 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치 않는 상수인 플랑크 상수(h) 값을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구현하는 장치인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0-8(1억 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표준연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 각 요소의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이었고 전체 측정 불확도는 10-6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후 직선 운동 향상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의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1.2×10-7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됐다.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10-8 수준으로 캐나다, 미국 뿐이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 결과의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여년간 5번 정도의 추가적인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키블저울이 1×10-8 수준에 이르면 미국과 캐나다 국가측정표준 기관의 측정값 불일치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우리나라도 질량 원기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키블저울을 이용해 1×10-8   불확도를 확보하면 질량측정의 장기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어 반도체, 제약 등 첨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일상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라며 "향후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측정과학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메트롤로지아(Metrologia)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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