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혁신도시 명분 이전 희망 과학계 "기존 출연연 협력 우선"
KIST, 홍릉 살리기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중···국가적 실효성 의문

혁신도시 시즌2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물밑작업이 시작됐다. 대전시는 지난달 혁신도시 입지로 '대전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를 선정하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과학기술 관련 기관을 유치대상 기관으로 희망한 상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KIST를 유치해 출연연 간 R&D 협업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전시는 공공기관유치 전담반을 꾸려 사전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다. KIST가 정부의 이전대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전시는 이전기관이 확정되면 기관에 개별적으로 접촉할 방침이다.
 
대전시의 이같은 입장에 KIST는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이 없어 내부적으로 따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IST는 50년 이상 KIST를 지켜온 본관이 노후됨에 따라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 외에도 연구동의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2000년 이후 2개 연구동이 새롭게 지어진 상태다. <사진=대덕넷 DB>
KIST는 50년 이상 KIST를 지켜온 본관이 노후됨에 따라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 외에도 연구동의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2000년 이후 2개 연구동이 새롭게 지어진 상태다. <사진=대덕넷 DB>
 
KIST는 과거 한차례 지방 이전대상 기관에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수조 단위 이전비용 등 문제로 제외된 바 있다. 현재는 더 많은 인력과 연구장비 증설로 막대한 이전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IST는 연구시설 낙후로 2004년부터 대대적인 재건축에 들어간 상태다. 연구동 2개(L4, L3)가 재건축돼 2013년부터 사용 중이며, 최근 2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KIST 본관 행정동 리모델링도 마친 상태다. 이제 막 완공된 건물을 두고 대전으로 이전하는 것에 적지 않은 국가 예산 낭비가 지적된다.
 
KIST 이전으로 홍릉 연구단지에서 진행 중인 '바이오 클러스터'와 '강소 연구개발특구'사업의 공중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릉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단지로 서울에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성장을 주도하던 많은 기관이 홍릉에서 지방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주변 지역이 슬럼화돼 낙후돼있다.
 
KIST는 홍릉의 역동성이 상실되지 않도록 남아있는 공공기관, 대학 등과 자발적으로 '홍릉 포럼'을 출범시키고 홍릉 일대를 바이오-의료 R&D 메카로 육성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추진단'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서울시 최초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동대문구 홍릉 일대가 선정된 바 있다.
 
이 외에도 KIST는 홍릉을 서울 최초 '강소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강소 연구개발특구는 지역에 있는 주요 거점을 연구개발(R&D)특구로 지정해 키우는 제도다. 과기부의 강소 연구개발특구 최종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현장에서는 KIST의 대전 이전으로 출연연 간 협력 시너지도 기대되지만 우리나라 첫 정부 출연종합연구소라는 역사적 가치와 '포스트 홍릉'에 힘을 쏟고 있는 핵심 기관을 대전에 유치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장점이 있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덕의 한 과학자는 "KIST를 대전에 유치하려면 과거 대상에 올랐을 때 해야 했었다. 대전에 많은 출연연이 있지만, 협력보다 서로 신경전을 펼치는게 현실이다. 대전시는 KIST를 유치하는 데 힘쓰기보다 대전에 있는 출연연 협력방안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도 "KIST가 대전 연축지구로 오게되면 부처 승인 등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돼 대전시가 이전 희망기관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단위의 이전예산과 연구자 대거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정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연축지구에 KIST를 포함해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8개 기관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창의재단의 경우 창의적 인재육성지원과 일반국민의 과학기술 이해 증진, 창의적 교육 전문가 육성 등이 주요 사업인만큼 과학기술이 축적된 대덕연구단지에서 시너지를 낼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대전에 창의재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수도권에 소재한 15개 기관을 이전 추진기관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한편,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은 2004년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에 있는 많은 공공기관들이 이를 계기로 지방으로 분산 이전했다. 다만 대전·충남지역은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혁신도시 제외로 이전된 공공기관이 없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