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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IST 대전 이전, 꼭 본원일 필요있나?

천문학적 이사비용 등 이전 사실상 어려워····브랜치 설립 제안
맏형기관으로서 출연연 협력 이끄는 새로운 모습 필요
최근 과학기술계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전 이전 이슈가 뜨겁다. '혁신도시 시즌 2'를 앞둔 대전시의 KIST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나 보인다. 정부의 특별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기에 KIST는 평소처럼 지내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대전 이전에 대한 언론 보도들로 내부 분위기가 다소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KIST 이전은 과거에도 거론된 바 있다. 우리나라 첫 정부출연종합연구소 KIST에서 스핀오프된 많은 기관이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할 때, 그리고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으로 서울 기관이 지방으로 분산 이전할 때 KIST 이전이 거론됐다. 결론은 여러 이유로 둘 다 무산됐다.
 
협력할 연구기관이 대덕연구단지에 모두 모여있는데 왜 KIST는 반백 년 이상 서울을 고집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조 원이 드는 예산 부담때문이다. 연구나 실험장비는 일반 이삿짐과 달리 특수 이전 전문팀이 장비를 활용해 분해 및 재설치를 해야 한다. 예민한 고가의 장비들은 진동이 없는 특수 차량을 활용해 이동하기에 일반 포장이사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든다.
 
범목적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이전을 해야 한다면 KIST도 이전 검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사비용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이전 비용에 당장 수조원에서 수십원까지 드는 예산을 감내하기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경제활동이 어려워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혁신도시' 명분을 갖기 위해 KIST만한 대상기관이 없지만, 지역의 성장과 정치적 이유보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좀 더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 이탈도 우려된다. 출연연은 그동안 정권교체 시 개혁대상이 되어 여러 실험대에 올랐다. 이로 인한 연구자 이탈은 출연연에 큰 아픔이었다. 혁신도시 시즌1을 통해 지방 경제는 활기를 찾았지만 관련기관은 많은 인력 이탈이라는 아픔도 동반해야 했다.
 
KIST에는 900명의 연구원이 상주하며 연구 중이다. 많은 연구자가 KIST를 떠나지 않으리라 믿지만, 각자의 사정은 알 길이 없다. 이로 인해 여러 프로젝트에 영향은 불가피하다.
 
그런 가운데 KIST가 대전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도 명분이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KIST를 유치해 출연연 간 R&D 협업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다만 꼭 KIST 본원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IST의 대덕 본원 이전이 어렵다면 대덕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브랜치(branch)를 두는 것은 어떨까.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 당시 분원을 고려했던 KIST이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KIST 내부에서도 대덕과의 협력방안 차원에서 분원 설립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KIST는 출연연의 맏형이지만 그동안 NST(한국과학기술연구회)산하 출연 기관 중 한 개로써 타 출연연과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맏형 기관으로서 출연 기관과 전반적인 협력을 이끄는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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