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지역에 기업과 일자리가 핵심"
"단순한 일자리 넘어 지역 문화, 커뮤니티 형성 중요" 의견도
"있는 집토끼에 지역 가치 알려야···기업-대학 협업 지원 필요"

18일 제노포커스 본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18일 제노포커스 본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예정에 없던 번개미팅이 열렸다. 과학·산업 단지가 집적된 대덕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바이오 기업과 딥테크 기업 주변에는 대학과 연구소까지 밀집돼 있어, 이곳에선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지역 이슈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는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바이오기업에 번개미팅을 제안하고, 곧장 산·학·연·관 주체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18일 제노포커스 본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반재구 제노포커스 기술이사,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조군호 대전TP 바이오융합센터장, 이석봉 대덕넷 대표가 지역 발전을 위해 중지를 모았다. 

이날 핵심은 기업과 청년이었다. 지역에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그 일자리에 청년이 모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단순히 청년에게 일자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일자리 뿐만 아니라 문화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에서다.

이와 함께 기업-대학 연계를 통해 기업형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특화 산업과 관련한 학과 입학 시 등록금 감면 혜택을 줘 청년을 정착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또 지역 학생이 지역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 정착 청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올해 3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사열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를 발탁했다. 김 위원장은 TK 출신으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조율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18일 제노포커스에서 열린 번개미팅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던 김 위원장은 중간중간 메모하며 의견들을 기록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청와대는 올해 3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사열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를 발탁했다. 김 위원장은 TK 출신으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을 조율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18일 제노포커스에서 열린 번개미팅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던 김 위원장은 중간중간 메모하며 의견들을 기록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사열 균형위원장은 "지역은 저체중과 영양실조에 빠져 있고 수도권은 고도 비만인 상황"이라면서 "수도권 고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역 이전을 택했지만 여러 한계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길은 지역에 있는 기업이 잘 있도록 돕고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이 정권에서 승부가 날 일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도 "지역에 있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청년들이 수도권과 비슷한 월급을 받도록 한다면 청년 입장에서도 지역의 삶이 더 윤택하다"면서 "균형발전 문제와 중소기업 문제, 청년 실업 문제가 다 연결돼 있다"고 언급했다. 지역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기업 월급에 정부 보조금으로 청년 월급을 보태면 지역 정착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 '지역 문화·커뮤니티' 형성으로 집토끼 지키자

올해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있다. 지역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려면 문화,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는 "결혼 전에 지역에 취업한 청년들이 삶의 문화를 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문화단지와 커뮤니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역 대학과 기업에 들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대전이 바이오산업이 뛰어나다고 하면 관련 학과에 지원할 때 등록금 혜택을 주는 동기부여도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최근 한밭대의 경우 지역 대학 7개 산학협력단과 '대전학'이라는 과목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의 가치를 알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 기업-대학 간 합종연횡 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해야

박한오 대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지역에 자리 잡아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지역 대학에 의뢰하면 정부가 대학원생 학비를 일부 지원해 지역 기업에 취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반재구 제노포커스 기술이사는 "한미사이언스가 포항에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자했다"면서 "기업들이 지역에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면 정부가 조금 더 돈을 들여 이를 가속할 수 있도록 투자하면 공공기관 움직이는 것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사열 위원장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간단하지 않다"면서도 "서울에 땅을 차지해 얻는 이익보다 기업 활동을 통한 이익이 커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땅을 가지지 않고 빌려 쓴다. 궁극적으로 오늘 나온 의견을 잘 취합해 기업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날 논의는 단순히 지역 균형 발전 의미를 넘어 수도권 고도비만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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