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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유산 '주차장' 전락···하다하다 포크레인까지

공동관리아파트 해외 한인과학자 유치해 과학 발전 이끌어
초기 역사성 사라지고 자동차만 가득···2012년 5월부터 방치
"언제까지 연구 용역만 수행할거냐···저녁에 다니기도 꺼려져"
대덕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에 주차된 포크레인. <사진=김인한 기자>대덕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에 주차된 포크레인. <사진=김인한 기자>

2012년 5월부터 방치되기 시작한 공동관리아파트는 인근 주민들도 기피하는 공간이 됐다. <사진=김인한 기자>2012년 5월부터 방치되기 시작한 공동관리아파트는 인근 주민들도 기피하는 공간이 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기 위해 1973년 대덕연구단지가 출범했다. 그 시기는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이었고, 자동차·중공업·조선 등 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관련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과학기술 발전은 필연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과학기술 생태계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1979년 정부는 대덕연구단지에 공동관리아파트 건축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인 과학자들을 유치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10~20여 년간 공동관리아파트에서 지냈던 과학자들은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이끄는데 중심축을 담당했다. 공동관리아파트는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여명기를 이끈 '유산'이다. 

그러나 최근 공동관리아파트는 이런 역사성은 사라지고 자동차만 가득해지고 있다. 자동차 주차를 넘어 중장비를 옮기는 포크레인과 대형 트럭의 주차 장소로 변했다. 2012년 5월부터 방치되기 시작한 공동관리아파트는 인근 주민들도 기피하는 공간이 됐다. 유휴 공간에 지역 주민들의 주차를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과학 역사를 상징하는 공동관리아파트가 10년 가까이 흉물로 전락한 원인은 지지부진한 관료 사회의 의사결정 속도에 있다. 공동관리아파트는 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대전광역시까지 의사 결정에 끼어들었다. 

개발 타당성 용역 실시가 2012년에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공동관리아파트 공적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2017년에도 있었다. 수년간 출연연 기관장·행정부장 간담회만 진행될 뿐 진전은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4월 시설사업 예산 총 486억원이 반영되면서, 5개 출연연 공동 소유권을 연구회로 일원화하는 안이 정기이사회에서 승인됐다. 

연구회는 2019년 6월부터 현재까지 공동관리아파트 ▲부지개발 사업비 분담 확약 공문 접수(대전시) ▲사업추진협의체 구성 ▲세무 컨설팅 용역 수행 ▲개발 방안 논의 ▲개발기획예산 확보(5억원) ▲사전기획 용역 착수 ▲선행연구 용역 수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은 "언제까지 연구 용역만 수행하고 있을거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공동관리아파트 인근 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출연연 A 박사는 "공동관리아파트를 경비하는 관리인이 있지만 빈집으로 있기 때문에 저녁에 다니기도 꺼려진다"면서 "대다수 주민들이 공동관리아파트 개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A 박사는 "대덕연구단지 역사성을 지닌 장소로 하루빨리 탈바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공동관리아파트를 찾은 건축가들은 "공동관리아파트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건축물에 역사를 담는다면 공동관리아파트는 금액으로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현재 부지개발 최적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용역수행 결과를 토대로 부지개발 본 기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 현장에선 "인근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공동관리아파트 전체를 개발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아래는 현장 사진.

유휴 공간에 지역 주민들의 주차를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김인한 기자>유휴 공간에 지역 주민들의 주차를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정부는 1979년 대덕연구단지에 공동관리아파트 건축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인 과학자들을 유치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다는 취지였다. <사진=김인한 기자>정부는 1979년 대덕연구단지에 공동관리아파트 건축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인 과학자들을 유치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다는 취지였다. <사진=김인한 기자>

공동관리아파트에는 관리인 1명 이외에는 없다. <사진=김인한 기자>공동관리아파트에는 관리인 1명 이외에는 없다. <사진=김인한 기자>

저녁 시간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 자동차로 가득하다. 10년 가까이 방치된 유휴 공간에 주민들이 주차하는 점을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김인한 기자>저녁 시간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 자동차로 가득하다. 10년 가까이 방치된 유휴 공간에 주민들이 주차하는 점을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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