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한의학연, "서로 존중해 시너지 내보자" 한목소리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것 소개하자"···세미나 등으로 융합 첫발
세종충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에 한방을···"상업화까지 이어져야"

"디지털헬스케어가 21세기 의학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디지털헬스케어 기반의 양·한방 협업은 필수다. 둘이 하나가 되는 2021년이 올 것이다." (윤환중 충남대병원장)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공동연구까지 이어져 양·한방 함께 미래 의학 청사진을 그려보고 싶다."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융합과 협업의 시대다. 과학계도 단편적 기술만이 아닌 기술의 조합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융합의 필요성은 인지되나, 서로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는 분야는 바로 양방과 한방이다. 문명 발전과 함께 한국 사회의 양방과 한방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각자의 잣대로 서로를 판단하기 급급한 실정이다.

대덕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양방과 한방의 협업 물꼬가 트이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한의학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양기관의 관계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벽을 허물며 의기투합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자리를 가졌다.

제일 먼저 양·한방 벽깨기에 나선 사람은 윤환중 충남대병원장이다. 윤 원장은 "디지털헬스케어가 21세기 의학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양·한방 협업은 필수"라며 "그중 대덕은 한의학연이 있어 협업하기에 최고의 입지"라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은 미래 의학에 있어 양·한방 협업이 필연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제일 먼저 생긴 3대 한의대(경희대·대구한의대·원광대) 출신들이 한의학연에 다 있다"며 "한의학연에는 과학적 사고를 하는 연구원들이 상당수다. 서로 마음을 터놓으면 자연스럽게 공동연구가 되고, 함께 미래 의학 청사진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충남대병원 부원장 격인 김지연 진료처장도 그간 한방에 대한 양방측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지속적으로 싸우는 가운데 굳이 남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도 한방에 대해 부정적 시각은 있다"며 "그럼에도 한방과 서로를 알아보는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입장을 보였다.

세미나 제안도 오갔다. 서로를 알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강연을 하자는 것이다. 과거 잠시 한의학을 배웠었다는 최승원 충남대병원 의료혁신실장은 "그간 양·한방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서로의 문화를 인정해주기 어려웠다"며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 정리하고 소개하는 세미나를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최선미 한의학연 부원장은 "너무 좋다"며 흔쾌히 받아드렸다. 양측은 향후 세미나를 비롯해 해당 모임의 활성화와 효율적 진행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폭넓은 교류를 위해 세종충남대병원과의 소통도 추가적으로 피력했다.

양·한방 의학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가능성도 모색됐다. 이시우 한의학연 책임연구원은 "한방이 양방과 묶여 환자를 진료, 양·한방 시스템에 근거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충남대병원이 세종충남대병원을 개원한 만큼, 윤환중 원장은 앞으로의 예산은 시설에 최소화하는 반면 연구·교육·상업화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교수들의 연구비가 더 많이 책정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한방과의 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헬스케어에 주력하는 세종충남대병원과 한방을 접목해보자고 언급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지문으로 휴대폰이 맥박을 인지하거나 혈류 속도, 혈관 나이 등을 측정하는 최첨단 의료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윤환중 원장은 "기술 상업화까지의 목표를 두고 디지털헬스케어 기반 양·한방 협업을 추진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 한국형 뉴딜 속 '그린 헬스케어'···양·한방 '쌍두마차'로

이시우 책임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에 '그린 헬스케어' 추가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충남대병원도 협업해 같이 나아가자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양·한방이 협업한다면 약 이외에 진단 등 추가적 사항들도 병원에서 상업화까지의 길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의학이라는 공통된 학문으로 여러 가지 관점이 있지만 서로 융합해 더 좋은 성과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호 간의 이해와 존중,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덕의 양·한방 전문가들이 이 자리를 빌려 서로 공감대를 유지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며 향후 K-메디칼이 인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양·한방을 미래의학으로 보는 국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 미국, 일본이 있는데 중국은 전체적으로 한방에 비해 양방 수준이 낮은 반면 미국과 일본은 한방 수준이 떨어진다"라면서 "한국은 양·한방 의료 기술이 모두 뛰어날 뿐더러, 특히 인프라가 집적된 대덕은 미래 의학 발전의 중심지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덕에서 양방과 한방의 협업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덕에서 양방과 한방의 협업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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