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기술자료 탈취·협박···9억7000만원 과징금 판결
한국현 대표 "이번 일로 더욱 단단해질 것···이제부터 시작"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에 작업표준서(기술자료)를 요구하는 전자우편. 기술자료를 주지 않을 시 양산 승인이 취소된다는 압박이 명확하게 기재돼있다. <사진=공정위 제공>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에 작업표준서(기술자료)를 요구하는 전자우편. 기술자료를 주지 않을 시 양산 승인이 취소된다는 압박이 명확하게 기재돼있다. <사진=공정위 제공>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권력 카르텔에 당당히 맞서 정의구현을 실현했다. 바로 삼영기계다.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기술유용과 관련해 지난 3년여간의 공방 끝에 9억7000만원 과징금과 더불어 중소기업으로써의 기치를 톡톡히 보여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디젤엔진 개발과 함께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삼영기계에 의뢰해 국산화를 진행했다. 삼영기계는 엔진용 피스톤 분야에서 세계 3대 업체로 꼽힐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2015년 현대중공업은 제3업체에게 실사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미비점이 발견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삼영기계 기술자료를 A사에 제공했다. 삼영기계의 기술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피스톤 공급선을 확보하고, 삼영기계의 독점 시장이었던 피스톤 단가를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한국현 삼영기계 대표는 "2016년도에 (현대중공업 측에서) 갑자기 이원화가 됐으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그때 이원화 사실을 알았다. 당시엔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이원화가 됐는지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었다"며 "이걸(피스톤)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나올 수 없는데, 소문에서 모 업체가 현대중공업이 잔뜩 기술자료를 주고 그대로 하게 해 (피스톤 개발을)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조금씩 (기술 착취)사실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단가인하, 기술자료 압박 등을 받았다. 기술자료를 넘기지 않을 시,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술자료를 안 준다고 양산을 취소한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그땐 당황스러워 생각을 못 했다. 주저하니 (현대중공업 측에서) 왜 안 보내느냐는 둥 협박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료를 넘겼다"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갑질은 계속됐다. 현대중공업은 A사의 피스톤 개발 완료와 함께 삼영기계에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현대중공업에 의존했던 삼영기계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16년 초까지 3개월간 단가를 11% 낮췄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 삼영기계와의 거래를 돌연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삼영기계의 2018년 매출액은 2015년과 비교해 57% 감소, 영업이익은 579% 줄어드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 넘긴 자료가 단순 참고자료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자료에 삼영기계의 중요 기술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하자 발생 제품이 아니었음에도 현대중공업의 기술자료 요구는 정당한 사유가 없었고 ▲이 또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등 삼영기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은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역대 기술유용 사건 중 가장 큰 금액의 과징금액이다.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공방 과정에서 대형 로펌을 썼고, 우리가 가는 길마다 어떠한 압력을 줘 대응이 무척 힘들었다"며 속사정을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한 대표는 "우리는 피스톤 전문 메이커인 반면 현대중공업의 주분야는 엔진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당연히 기술력이 뛰어날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우리는 약 45년간 피스톤만 만들었다"며 "현대중공업의 엔진 개발 역사는 우리의 피스톤 역사보다 짧고, 피스톤 연구인력도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위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결을 내줘 굉장히 감사하다"며 "공정경쟁 구현 관점에서 한 발짝 나아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 많은 중소기업이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당찬 면모를 보였다.

한금태 삼영기계 회장은 "공정하게 심판해준 공정위에게 감사하다"며 "이제는 중소기업도 정정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시대가 왔다.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측은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판결을 접한 네티즌들은 "9억 7000만원 솜방망이 처벌 장난하냐",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이 산다. 엄벌해라", "10억에 기술착취면 이득이다. 충분한 배상을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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