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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 21세기 디지털 국가에 맞는 '담대한 구상'을

행정수도 보강과 대전-세종 통합 새 이슈
과학계,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행정수도 보강 논의가 메가톤급 화두로 커지며 여의도를 달궈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대전시와 세종과의 통합 주장이 나왔다. 대전시에 지역 기반을 두고 있는 과학계로서도 두 움직임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①아날로그 국가 vs 디지털 국가 ②21세기 싱크탱크 대전-세종 ③21세기 팔도강산 프로젝트 등 3번에 걸쳐 국토 중심공간 재편 논의를 다룬다.
<편집자 주>


국가 차원의 공간 재편 논의라 할 행정수도 보강 및 대전-세종 통합은 국민으로서, 지역민으로서, 과학자로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19세기 아날로그 국가와 21세기 디지털 국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국가는 양적 존재였다. 크면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넓은 땅에 많은 인구, 거기에 풍성한 자원이 덧붙여지면 자연히 강국이 됐다. 제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는 좁은 땅에, 적은 인구, 부족한 자원으로 강국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고, 스스로도 '소국'으로 간주했다.

◆ 19세기 넓은 영토+많은 인구+풍부한 자원 vs 21세기 디지털화에 가치 부여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국가는 질적 존재로 바뀌었다.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의 국토와 인구가 오히려 바람직하다. 풍부한 자원 보다는 발달한 과학기술이 더 선호된다. 코로나19는 전통적 개념의 강국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대응을 한 국가가 더 높은 삶의 수준을 구가함을 보여줬다. 한국은 그 대표적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넓은 땅은 국방을 어렵게 하고, 많은 인구는 소통에 애로를 겪게 한다. 과거의 장점이 비용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넓은 국토,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이란 19세기 아날로그적 가치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국토에, 소통 가능한 인구, 우수한 과학기술이란 21세기 디지털적 가치가 중시된다고 하겠다. 디지털 패러다임에 맞는 국가 공간 운영을 생각할 때가 됐다.

국토 공간 재편과 관련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다. 서울에 대해 제대로 학문적 접근을 한 정치지리학 분석서가 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임동근 김종배 공저)이다. 왜 서울이 한국의 중심이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임동근 교수는 말한다. "서울은 20대의 피를 먹고 자란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등 모든 것의 중심지로서 서울은 전국의 20대에게 꼭 가고 싶은 도시로 각인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곳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해 어떻게든 가려 하고, 부모들도 동의해 유학비용 등을 기꺼이 부담한다. 그 20대는 젊은 혈기로 저수입과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버티다가 나이가 들면서 30대가 되면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 자리를 새로운 20대가 메우며 서울은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

서울의 지속가능성은 지방의 희생이란 연료로 이뤄지는 것이다. 지방 입장에서 보면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서울로 인재 유출 혹은 수탈이 반복된다. 가장 규모가 크고 질적으로도 심대한 유출은 대입 때이다. 우수하다고 하는 학생들이 대거 서울행을 택한다. 두 번째는 취업 때, 세 번째는 경력직 이동이다. 한 번 서울로 간 인재들은 어지간해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 그들의 삶이 행복한가 하면 각박한 생활을 하는 서울 사람의 한 명이 되었을 뿐으로 행복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개발연대 경사형 생산 방식 발전적 변형 필요→탈 서울화 및 지역 주도 혁신

현재와 같이 서울 등 수도권이 고도비만이고, 지방은 영양실조란 '가분수' 국가 꼴이 갖춰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발연대의 시스템이 지금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계획을 시작하며 우리나라가 택한 성장방식은 경사형 생산방식이었다. 일본에서 차용한 것이고, 대부분의 저개발국이 쓰는 방식이다. 자원과 인력이 분산돼서는 규모의 경제가 안되는 만큼 한곳으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으로서는 수도권, 기업으로는 대기업이었다. 수도권으로 사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대기업은 우수 인재를 독식했다. 이 방식은 아주 효율적이었다. 1인당 GNP 1백 달러가 30여 년 만에 1만 달러가 됐고, 두 번째 30년 만에 3만 달러가 됐다.

하지만 자원집중은 비효율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나 공간은 제한된 만큼 부동산 값이 하늘같이 올랐다. 이는 각종 비용으로 연계됐고, 과밀은 교통정체와 스트레스, 저출산 등 부작용을 낳았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익숙한 방식이고, 의사결정권을 쥔 사람들은 별 불편이 없는만큼 시스템의 변화는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 행정도시 세종시가 세워졌고, 2011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세종시 생활이 5년 차에 접어든 어느 기재부 공무원이 몇 년 전에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천에 있을 때는 서울 등 수도권의 문제가 국가의 문제로 인식됐다. 그런데 세종에 와서 수도권과 떨어져 사고하니 수도권의 문제는 그들의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대신 그동안 관심이 안 갔던 다른 지방의 문제가 국가의 문제로 인식되며 해결책을 고민하게 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약 12% 면적에, 50% 인구, 90% 경제력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국토의 90%가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좁다고 생각한 국토이지만 안쓰는 땅이 많다는 것은 새롭게 활용할 자원이 그만큼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며 국내 생태계 형성의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 중심으로 로컬 지향 문화도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이 열패자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뒤, 1백년 뒤 한국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여전히 과밀로 고비용에 치열한 경쟁과 저출산 등의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탈서울을 통해 거리두기가 가능한 새로운 공간에서 21세기에 맞는 디지털 사회를 만들 것인가? 과학자들도 지식인의 한 그룹으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데 서툴다. 체제의 유지를 기득권의 유지로 잘못 이해한다.

진보는 기득권을 깨기 위해서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정략이 당연히 있겠지만 다른 발상이 가능하다.

국가 틀 변화와 관련 있는 행정수도 보강론과 대전-세종시 통합은 매우 의미 있는 주장이다. 이제 시작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열린 마음으로 후손들이 맘껏 인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논의에 참가해 보기를 제안한다.

지난 23일, 허태정 대전 시장은 대전-세종 통합이라는 파격 제안을 했다. 이와 관련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논의에 참가해보길 제안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지난 23일, 허태정 대전 시장은 대전-세종 통합이라는 파격 제안을 했다. 이와 관련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논의에 참가해보길 제안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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