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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잡는 '하수 과학수사대'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하수기반 역학' 통해 코로나19 확산 추정 연구 시작
마약·시민건강 등 분석에 쓰인 검증된 기술
"포스트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출현 대비 연구기반 마련해야"
우리가 쓰고 버리는 '하수'에는 다양한 정보가 존재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버렸는지, 어떤 항생제를 복용했는지, 사람의 배설물을 통해 건강상태와 바이러스 검출까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하수기반 역학(wastewater-based epidemiology, WBE)'이라고 한다.
 
WBE은 최근 코로나19 감염도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하수 속 유전적 정보를 분석해 처리구역 내 커뮤니티의 코로나19 확산을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실제 하수샘플링을 통해 코로나 관련 유전자검출을 확인한바 있다. 10여년의 역사를 가진 WBE는 이미 검증된 기술로 불린다.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공중보건과 바이러스 추적을 위해 WBE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추세다.
 
◆ 美·UN 등 2000년대부터 WBE 실시···숨겨진 마약실태 알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자료(하수기반 역학의 개념과 도입과제)에 따르면 하수기반 역학은 하수처리율이 높은 일부 도시들에서 2001년부터 마약과 같은 불법 약물과 지역사회 건강과 생활패턴 등을 조사하기 위해 활용 중이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미국은 2001년 처음으로 지역주민이 사용한 물에서 불법 약물의 사용을 추적하는 연구를 추진했다. 마약은 몸에서 완전 분해가 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하수에서 검출할 수 있다.
 
UN도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분석결과를 정책에 활용하는 등 범죄 취약성을 가늠하는 간접데이터로 WBE를 사용한다. 유럽연합은 하수분석네트워크 설립을 통해 지역과 시기별 마약류 사용행태를 분석해 다양한 정책 의사결정에 사용 중이다. 마약뿐 아니라 알코올과 담배 등 약물을 측정해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우리나라도 부산대에서 불법약물 사용 추적 연구를 한 바 있다. 조은혜 한국외국어대 자연과학대학 교수팀이 지난해 상하수도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부지방 5개 도시의 15개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마약류로 분류되는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바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양이지만 국내 유통되는 마약 종류와 섭취량 등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됐다.
 
이처럼 국내서도 WBE 연구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하수 관련 연구가 수질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관련 기술이 미흡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도시지역 평균 하수처리율이 95.9%로('환경부 2018 하수도통계' 자료) 매우 높아 WBE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고분석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를 통해 신종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한 보건차원의 WBE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하수 분석 과학수사대 꾸려야"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소변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환자의 배설물에서 병원지표들이 나올 수 있고 하수에서 병원균을 가진 유전자도 나올 수 있다. WBE는 병원균에 대한 정보파악과 대비 및 예측할 수 있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이석헌 KIST 박사)
  
이석헌 KIST물자원순환연구센터 박사는 "우리나라는 하수도 시스템이 현대화돼 있다. 사회안전관리 차원에서 하수 샘플링을 통해 병원지표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환자 중 무증상 환자를 확인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 몸은 겉으로 증상이 드러내기 전에 소변 등으로 바이러스 정보를 먼저 배출한다. 하수 정보를 분석한다면 바이러스 감염 예측 및 대비를 위한 준비가 가능할 것"이라며 "WBE는 바이러스의 직간접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거울이다. 집단정보를 활용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이나 지역 안전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주 서울대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WBE는 적은 예산으로도 국민 건강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국민 건강관리를 위해 개인 건강관리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하지 않고도 하수 분석을 통해 집단 건강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수 수질 네트워크는 각 가정에 다 연결돼 있어 계절별, 시간별, 지역별로 변화하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적용할지 사전 논의만 잘 이뤄진다면 국가 차원에서 시민건강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석원 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장도 "하수를 통해 오염물질이 환경에 유출되면 이후 제어하는 것이 더 힘들다. 사전에 생태계로 나와선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하수를 분석할 과학수사대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WBE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신뢰도를 가지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헌 박사는 "지역마다 채취한 샘플 속 바이러스나 균의 검출을 일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과 기법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법체계 등 다양한 정책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서울대 교수도 "하수에는 많은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 일반적인 소변검사 키트로는 하수 속 바이러스나 불법약물을 검출하기 어렵다. 기술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KIST 센터장은 "하수 바이러스 검출은 국내에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물 연구자들이 바이러스를 다뤄야 하는 만큼 바이러스 검출 기술 등 다학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여러 연구자가 공감대를 갖고있다. 연구 착수를 위해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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