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중국, 화성을 가다①] 중국의 청년 과학자들

글 :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우한의 여름은 대단했다. 섭씨 39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비하면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장강과 한수가 만나는데다 '강과 호반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한의 도심(Wuhan’s Main Urban Area, WMUA)에는 164개의 호수가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우리가 해변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도를 보니 마지아호, 렌카이호, 마이지아호, 씬지아호, 타그렌해인것 같다.

인구 1100만, 서울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우한은 중국 중부의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답게 활기가 넘쳤다. 이곳에서 '동아시아 행성과학·탐사 여름학교'가 열린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 여름학교

한중일 3국은 오랜 이웃이지만 우주 협력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념과 동맹, 과거사와 민족감정 같은 묵직한 이슈들이 발목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우주국과 달리, 한국의 달 궤도선에 일장기를 단다거나, 일본의 소행성탐사선에 오성홍기를 붙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인다.

몇 해 전,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 중국지질대학의 과학자들은 고민 끝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3국의 미래 연구자들에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친구로 지낼 수 있게 분위기를 마련해 주자는 것. 동아시아 여름학교는 이렇게 매년 4, 5일 일정으로 세 나라가 번갈아가면서 열게 됐다.

2019년에는 40여 명의 한중일 석·박사과정 학생이 여름학교에 참여했고 보스톤대학의 짐 헤드 교수와 테네시대학의 햅 맥스윈 교수가 강단에 섰다. 

짐은 오래 전, 아폴로 착륙후보지 선정에 참여했고 아폴로 우주인들을 훈련시켰으며 그들이 들고 온 월석을 연구했다. 그가 칼 세이건과 바이킹 임무에 참여했던 일화를 들려주자 강의실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햅은 마스 패스파인더,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마스 오디세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 많은 행성과학자다. 이렇다 보니 인솔교수들도 그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학생이 됐다. 

두 교수의 강의는 화성의 대기와 지질, 화산, 소행성 충돌의 40억 년 역사를 넘나들었다. 강과 호수, 바다가 넘실대던 고대의 화성이 어떻게 메마른 행성이 됐을까? 증거와 가설, 밝혀진 것과 밝혀져야 할 것, 여러 측면에서 경험과 지식, 통찰이 필요했다.

여름학교는 아침 8시 반에 시작해 오후 6시에야 끝났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5개 조로 나뉜 참가자들은 방과 후에 조별 숙제를 준비해야 했다. 참가자가 적은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모두 다른 조에 분산 배치됐다.

중국 학생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우한대, 북경대, 남경대, 산동대, 홍콩대, 마카오대 외에 중국과학원 국립우주과학센터, 우주활용공학기술센터, 지구화학연구소에서 온 참가자들도 각기 조별로 흩어졌다. 첫 날 오후, 과제가 공지됐다.

'2020년 7월, 중국항천국이 발사하는 '톈원 1호'의 착륙 후보지는 '크리세평원'과 '유토피아분지'다. 조별로 어느 지역에 착륙시킬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착륙선과 로버 중에 무엇을 보낼지, 어떤 과학탑재체를 싣고 갈지 밝히고, 과학적 이유를 제시하라.'

유토피아평원. 유럽우주국의 마스 익스프레스 탐사선으로 쵤영한 영상을 처리한 것. <사진= ESA홈페이지 갈무리>유토피아평원. 유럽우주국의 마스 익스프레스 탐사선으로 쵤영한 영상을 처리한 것. <사진= ESA홈페이지 갈무리>

강의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짧은 시간에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쓰는 것은 애시 당초 어려운 일이었지만, 시간이 빠듯했던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다.

마침내 결전의 날이 왔다. 다섯 개 조의 연구 성과는 짐과 햅, 인솔교수인 노리유키 나미키(일본), 롱 샤오(중국), 필자(한국)의 기대수준을 뛰어넘었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프리젠테이션 방식도 훌륭했다. 발표자들은 연기에 몰입한 배우들 같았다. 

평가 결과가 발표된 뒤 저녁만찬에 이어, 우한의 마지막 날 아침에도 파란 눈의 두 노교수는 학생들의 성취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 믿는 구석

여름학교 내내 주의 깊게 살폈지만, 콕 짚어 어느 나라 학생들이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우리 한국 친구들도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호응을 받았다.

중국은 29명의 석·박사 학생과 예닐곱 남짓 박사후연구원들까지 참가자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 친구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뭘까?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중국사람 특유의 거침없는 태도도 한몫 했던 것 같다. 

여름학교가 끝나고 6개월 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은 이제 뉴욕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됐다. 그리고 6개월이 또 흘렀지만, 필자의 해묵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 톈원 1호

텐원 1호가 창정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장면. <사진= 중국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텐원 1호가 창정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장면. <사진= 중국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7월 23일, 중국은 예정대로 톈원 1호를 쐈다. 1년 전, 여름학교에서 공지됐던 두 곳 중에 중국항천국은 착륙지로 '유토피아평원'을 택했다. 

지금까지 우주강대국들이 각축을 벌인 총 40여 회의 화성탐사 임무는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였다. 1등 성적표를 자랑하는 미국도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보낸 적은 없었다. 개발과 운영과정에 실패 요인이 많은데다, 실패하게 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보란 듯 그 대담한 옵션을 택했다. 발사 당일,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 근지구천체 점검 페이지(Near Earth Object Confirmation Page, NEOCP)에는 'A10oyFM'이라는 임시이름이 붙은 천체에 관한 자료가 떴다가 곧 삭제됐다. 이게 '천체'가 아니라 '비행체(톈원 1호)'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