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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 기틀 닦은 故이민화, 공동체 정신 잇자"

타계 1주기 추도식 3일 휴맥스빌리지서 개최
"한국경제 史 100년 전-후반기 다리 놓은 인물"
"자신보다 공동체 생각했던 정신, 후배들이 잇자"
3일 성남시 분당구 휴맥스빌리지에서 故 이민화 회장 타계 1주기 추도식이 개최됐다. <사진=KCERN 제공>3일 성남시 분당구 휴맥스빌리지에서 故 이민화 회장 타계 1주기 추도식이 개최됐다. <사진=KCERN 제공>

지난해 8월 3일,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타계했다. 당시 고(故) 이민화 회장의 갑작스러운 작고는 그가 생전 국가에 남긴 유산을 되돌아보도록 했다. 고인은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벤처 생태계 기틀을 닦았고, 코스닥 설립과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그 기틀 위에서 혁신 벤처가 태동했다. 단순히 1세대 의료 벤처기업 '메디슨'을 설립한 선구자 이민화로 수식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공동체를 생각하고 국가 미래를 고민했던 사회 혁신가였다. 

3일 성남시 분당구 휴맥스빌리지에서 故 이민화 회장 타계 1주기 추도식이 개최됐다. 이날 추도식과 더불어 고인의 유지(遺志)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포럼이 진행됐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故 이민화 회장이 뿌려놓은 혁신 벤처 씨앗들이 생태계로 발현된 것처럼, 미래 기업가들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제 史 100년 전-후반기 다리 놓은 인물로 기록되길"


변대규 휴맥스 이사회 의장은 이날 '사회 혁신가 이민화'에 대해 발표했다. 변 의장은 1995년 12월 故 이민화 회장이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할 때 힘을 모았던 인물이다. 당시 벤처기업협회 설립을 계기로 혁신 벤처가 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변대규 의장은 "이민화 회장이 벤처협회를 창립하면서 사회 혁신가로 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벤처협회가 정책 싱크탱크 기능을 하며 벤처기업특별법, 코스닥 설립, 벤처단지 조성, 실험실 창업, 기술거래소 등 각종 제도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변 의장은 "벤처협회가 짧은 시간에 정부에 제도를 제안하면서 벤처 산업 육성 인프라가 구축됐고, 그때부터 벤처 산업에 대한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변 의장은 "사회가 혁신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창조적 엘리트들이 필요한데, 그때 벤처협회가 창조적 엘리트 역할을 해냈다. 당시 열 명 남짓한 벤처협회 인원들은 미래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옳으냐'와 같은 관점만 있었다. 작은 조직이었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부, 국회, 언론 등 모든 기관이 벤처협회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 의장은 "20년 전을 돌아보니 '세상이 움직이는 걸 경험했구나' 생각이 들더라"면서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의 혁신경제가 만들어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의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자 휴맥스가 기업 20여 개사에 투자하거나 인수한 사례를 들며 "돌아보니 메디슨 연방 체제"라면서 "이민화 회장은 20년을 앞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故 이민화 회장은 생전 "전 세계는 단일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했다. 기업도 끊임없는 자기증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초(超) 생명기업이라 정의하고, 메디슨 연방 체제를 구축해 국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변 의장은 "우리 사회 한쪽 귀퉁이에서 벤처협회가 보이지도 않던 씨름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훗날 100년 한국경제 전반기는 현대나 삼성 등이 주도한 산업, 후반기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혁신 기업들이 일으켰다고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후반기 혁신기업이 뜬금없이 생겼느냐. 그럴 순 없다. 한국경제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에 다리를 놓은 사람이 이민화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2050년 누군가 지난 100년 역사를 기록한다면 틀림없이 이민화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가' '사회 혁신가'를 넘어 시대의 멘토

고인은 기업가, 사회 혁신가를 넘어 시대 멘토를 자처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사재를 털어 KAIST에 동문창업관을 지었고, 2009년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KAIST에서 과학영재교육원, K-School,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기술경영학과 등에서 기업가정신, 벤처기업,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특히 2009년에는 IP(지식재산)영재기업인교육원을 개소했다. 교육 10년 동안 중학생 527명이 수료했고, 특허출원 3334건과 특허등록 164건이 만들어졌다.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은 "고인은 창업가들의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스타트업의 영원한 멘토 역할을 맡았다"면서 "기업가정신과 4차산업혁명의 방향을 제시했던 교육 혁신가로서 미래 교육 설계와 비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가 출현한 시점에서 이민화 회장이 계셨다면 코로나 시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고 대한민국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도 "이민화 회장의 쓴소리도 듣고 멘토링을 받아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면서 "고인이 뿌려놓은 씨앗들을 바탕으로 진단키트, 의료기기, 인공호흡기 등이 나왔다. 이민화 회장님이 계셨다면 이것들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진두지휘하셨을텐데 계시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 대표는 "이민화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창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전 경북대 교수는 "이민화 회장은 제조 대기업에 이어 2대 혁신 주체의 탄생을 주도하고, 3대 혁신 주체의 성장을 위한 코스닥 설립과 벤처특별법을 마련해 기반을 조성했다"면서 "이민화 회장님이 원하는 명제가 '혁신가를 춤추게 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기업 성장을 고민하는 시기 가장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분이 이민화 회장"이라면서 "또 벤처 업계가 정부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장 찾아뵙고 싶은 분이 이민화 회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이민화 회장님에게서 배움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현 정부, 입법부와 함께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5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수상자는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선정됐다. <사진=KCERN 제공>제5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수상자는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선정됐다. <사진=KCERN 제공>

이날 유족을 포함해 변대규 휴맥스 이사회 의장, 한정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장우 전 경북대 교수,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 김후식 벤처리더스클럽 회장, 김채광 도룡벤처포럼 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인에 대해 '선구자' '사회 혁신가' '교육가' '거인'이라는 수식어로 기억했다. 

이날 추도식과 함께 제5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수상자는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선정됐다. 그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머크(Merck)화이자(Pfizer)와 공동 임상개발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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