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과기수장들 솔직토크···"K사이언스 '자율성'이 생명"

[대덕넷 20주년 특별 좌담회]신성철 총장·노정혜 이사장·노도영 원장
"네이처 보도 27년만, 한국 과학기술 급부상·경쟁상대로"
"1세대 연구자에 감사, 젊은연구자 거침없이 나가라"


대덕넷 창립 20주년 맞아 '네이처의 K-사이언스 분석 및 과학계의 역할' 좌담회.<영상= 대덕넷·대전MBC>


대덕넷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과학기관의 수장인 신성철 KAIST 총장,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IBS 원장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글로벌 감염병에도 대덕연구단지의 정상가동, 네이처 보도와 K사이언스 급부상 등 여러 이슈 속에서 한국 과학계의 나가야 할 방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리더들은 한국 과학계의 대표 과학자이면서 과학기관의 수장으로 국내외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사다. 바쁜 일정으로 시간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좌담회를 통해 한국 과학계의 미래를 고민하는 리더들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좌담회는 '네이처의 K-사이언스 분석 및 과학계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리더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관의 수장답게 경험을 바탕으로 네이처에서 주목했던 한국 과학계를 분석했다. 또 향후 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포스트 코로나 시기 뉴노멀(New Nomal)을 위한 과학계의 역할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네이처에서 한국 특집을 처음 다룬 것은 27년전인 1993년 대전엑스포 시기. 당시에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피폐한 나라 한국이 엑스포를 개최하는데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그로부터 27년 뒤 올해 네이처는 탑다운 방식의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성과, 기초연구 증가와 효과 등 과학기술 정책 변화와 성과를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속에서 진단 중심의 선제적 대응으로 각국의 방역 모델이 됐다. 때를 맞춘 듯 네이처에서 한국 과학계를 소개하며 K-사이언스도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등 과학선진국만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졌던 바이오에서도 한국의 가능성이 분명해졌다. 한국이 경제적 기적에 이어 과학기술 위상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리더들은 코로나19를 '좋은 위기'라고 진단했다. 한국과학이 패스트 팔로어로 산업을 일으켰다면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를 선도할 기회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가장 필요한 요소로 협력문화, 신뢰와 자율성, 활발한 소통을 들었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이 당당한 자신감으로 거침없이 세계 무대를 주도하며 한국과학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당부했다.

◆ 네이처의 한국 과학기술 평가, 격세지감

네이처가 한국과학을 다룬 것은 27년, 한 세대 만이다. 리더들은 늦은감이 있다고 보았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더이상 지원해줘야 하는 국가가 아닌 경쟁상대로 부각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학문으로 이어지며 10년, 20년 후 구체적 성과를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대덕넷은 지난달 1일 과학계 대표기관의 리더 신성철 KAIST 총장,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IBS 원장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사진= 대덕넷>대덕넷은 지난달 1일 과학계 대표기관의 리더 신성철 KAIST 총장,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IBS 원장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사진= 대덕넷>

신성철 : 우리시기 잘하는 연구자의 1인당 연구비가 500만원이었다. 재수해서 받으면 축하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평균 1억원이 넘는다. 잘하는 대학은 5억원이 넘기도 한다. 격세지감이 크다. 1993년 네이처에서 한국을 다뤘을 때는 한국전쟁 후 피폐한 국가에서 엑스포를 연다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KAIST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세계적 대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2020년 한국은 정부주도의 과기정책으로 성공을 해 왔고 기초과학 지원이 확대돼 IBS가 설립됐다. 그 사이에 대학과 기업의 성장과 역할도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추격형이었다면 이젠 선도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27년만에 한국이 경제적 기적못지 않게 과학기술 발전을 이룬 것으로 자부심이 크다.

노정혜 : 한 세대만에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특집을 다룬것은 늦은감도 있지만 코로나19와 맞물려 더 큰 효과를 주고 있다. 네이처에서는 우리나라가 응용과학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정부차원의 탑다운으로 성과도 많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바텀업으로 기초연구쪽에 집중 투자하는 등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시기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메르스 위기를 거치면서 미리 투자하고 지원한 데 있다. 탑다운과 바텀업이 조화를 이루며 좋은점이 부각된 것이다.

지난 4월에 네이처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국책과제 성과를 물으면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잘하는 연구자를 제대로 발굴하지 않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수연구성과 몇 선 등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누가 잘하는 연구자인지 연습이 안됐었다. 몇몇 분 소개했는데 그대로 기사에 담겼다. 인터뷰하면서 연구자 발굴과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노도영 : 두분 말씀에 공감한다. 네이처에서 한국 기사를 낸 것은 한국과학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키워주고 싶은 나라에서 경쟁하는 나라로 인식했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네이처에서 짚은 것은 정부 투자 규모가 크고 탑다운 방식이다. AI, 머신러닝 등 4차 산업관련 분야 투자도 추격형으로 볼 수 있는데 최근 연구재단의 투자가 바텀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선도형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 바이오에 투자가 많았던것 같은데 실제는 물리, 화학, 바이오 순이다. IBS에 관한 내용도 조심스럽게 다뤘는데 지난해 집중감사가 많았고 어떤 의도였던 정부와 국민에 좋은 방향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네이처 특집을 보면서 IBS 설립 초기의 초심을 잃지 않고 방향에 맞도록 가야 할 것이다.

신성철 : 우리나라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에서 새로운 학문,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추격하면서 낸 성과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학문으로 치고 나가는 것은 아직 꽃 피지 않았다. 10년 후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 월급 털어 연구한 1세대의 열정, 과학기술 뿌리

한국의 과학은 1960년대 무렵부터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1966년 KIST가 설립되고 연구 활동이 시작되지만 정부의 지원이 따로 있었던 시기는 아니다.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런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열정과 끈기로 한국과학이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리더들은 과학자를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했다. 1세대 선배들의 연구열정으로 2세대가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신성철 : 1960년대부터 1990년까지를 1세대 연구시기로 볼 수 있는데 90년대 연구비가 500만원이었다. 1세대 선배과학자들이 자신의 월급으로 실험실을 만들고 장비를 구입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학문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 존경스럽다. 그 위에서 2세대인 우리가 80, 90년대 연구하면서 나무가 자랄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과학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성장하는데 역할을 해 왔다. 10~20년이 지나면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3세대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도영 : 80년대 초 수업수준이 세계적이었다. 당시 교수님들은 연구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준 교육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 높았다. 미국 MIT로 유학을 갔는데 학부 시기 배운 내용을 가르치더라. 당시 받은 기초교육은 과학자로 살아 가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선배과학자들이 KIST, KAIST를 설립한 것은 우리에게 큰 동력이 되고 있다. 1세대 선배과학자들이 기반을 만들고 2세대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다음세대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배과학자들은 무에서 기반을 만든 것으로 감사드린다.

노정혜 : 선배과학자들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는 과학을 대하는 자세, 생활이 후배에게 전수돼 왔다. 우리 2세대도 이젠 물러날 때가 되어 간다. 2세대 중 학문적 일가를 이룬 연구자를 발굴해 차세대를 위한 롤모델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 세계적 수준에 오른 한국과학, 과학대중화는?

1945년 해방무렵 한국의 이공계 박사 수는 10명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10만명에 이른다. 인구 증가가 2배 정도 인것에 비해 이공계 박사 수는 1만배정도 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 정부 주도로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인 결과라 분석된다. 무엇보다 1세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역할이 컸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1세대 과학자가 누가 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는게 사실이다. 정부가 과학유공자를 선정하고 포상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리더들은 과학대중화를 위한 과학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성철 : 선진국에서는 유명과학자의 의무 중 하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 그런 분들이 많다. 1993년도 한국방송에서 과학자 프로그램을 1년정도 하게 됐다. 선배들은 좋은 기회라며 격려했는데 주변에서 대부분은 텔레페서(Telefessor)로 보더라. 선배들이 격려한 이유는 우리나라 과학이 대중과 너무 멀고 정치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는 대중에게 알리고 정책 결정과 예산 분배를 맡은 정부, 정치인에게 설명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과학은 혼자 향유하는게 아니라 국민과 호흡하고 정치인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코로나19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나라의 힘은 정치가의 말이 아니다. 정치가가 힘있는 말을 하려면 과학기술이 백업을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진단키트 히트 치지 못했다면 K사이언스도 부각되지 못했다. 때문에 과학자가 정확히 알리고 정치가는 한정된 리소스를 나누고 법안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쟁국은 미, 일, 중, EU다. 그들은 예산, 인력 우리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하려면 정치가의 인사이트가 중요하고 과학계와 비과학계의 활발한 소통,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

우리 세대만 해도 공부 잘하면 물리, 수학하고 좋은 대학에 갔다. 미국 유학가서 박사학위 받고 좋은 대학, 연구소에 취업하는 성공 중심의 과학이었다. 지금은 가치 중심의 시대다. 우리시기 기초연구하면 노벨상으로 연결했지만 본질은 학문, 진리, 과학탐구이고 상은 부수적인 것이다. 사회적 기여가 중요한 시대다. 때문에 가치 중심의 과학을 해야 한다. KAIST의 비전으로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을 선정한 이유다.

노정혜 : 우리가 과학대중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투자를 더 받기위해? 우리 중요한데 왜 알아주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국민이 알고싶어하는 관심을 파악해 거기에 맞는 과학기술 정보, 해답을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 주제를 지속해 파악하고 그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과학자하면 이전에는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고 집중하는 시대였지만 사회와 유리된 과학은 의미없다. 사회적 요구, 사회적 가치를 더 생각해야 한다.

노도영 : 과학대중화는 과학자들의 의무다. 국민이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할 때 합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과학적 팩트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시 어느 나라는 사재기를 하고 어떤 나라는 마스크를 모두 쓰며 확산 방지에 참여했다. 과학 홍보가 논문, 성과를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과학적 팩트를 전달하고 국민적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노벨상 받은것도 아닌데 국민들이 여전히 과학기술 투자에 동의한다. '성과도 없는데 그만 됐다'하지 않고 꾸준히 동의하는 부분에 감사드린다. 미 리포트를 보니 미국은 화성탐사 시기 국민 한사람이 25센트를 내면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고 했더라. 이처럼 과학기술 발전에는 국민적 동의가 중요하다. 미국 출장시기 물리학자임을 안 입국 심사자가 양성자 라이프 타임을 질문하는데 놀랐다. 과학은 대중이 지식으로 알 수 있는게 중요하다.

◆ 연구자 자율성 확보, 리더의 역할도 중요

연구 자율성은 과학계의 여전한 화두다. 하지만 자율성은 책임, 신뢰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동전의 앞뒤처럼 같이 가야하는 구조다. 때문에 자율성은 신뢰, 책임의식, 윤리와 맞물려 언급된다. 리더들은 자율성에 앞서 신뢰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뢰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이 아닌 의사결정권자, 연구자 모두 같이 만들어가야 하고 문화로 확산되어야 자율성도 저절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노정혜 : 우리나라는 그랜트 성격의 연구비 규모를 늘려야 한다. 연구자를 신뢰하면서 선정할때까지는 깐깐하게 하고 이후에는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간에 연구 목표가 달라져도 문제 삼지 않는 과제가 늘어나야 하는데 내년에 2조5000억원으로 바텀업 연구비를 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신뢰는 연구자의 책임감과 같이 간다. 스스로 자율성에 걸맞는 연구 윤리를 바탕으로 연구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윤리의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자율 책임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신성철 : 연구비를 주는 쪽이나 연구자 모두 신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이슈다. 미국에서는 연구비 경쟁이 심하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평가하는데 이후에는 자유롭게 연구한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소장도 임기가 20년, 30년이다. 처음 선발 시기 잘 뽑고 운영은 전적으로 맡긴다. 그 바탕에는 신뢰가 중요하다. 우리도 실패용인제도가 있지만 아직은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다. 평가도 양적이 아닌 질적 평가로 가야한다.

KAIST에 싱귤레리티 교수제도를 도입했는데 젊은 연구자 중심으로 일정 연구비를 5년간 주고 평가대신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만 본다. 연구비는 10년, 20년 줄 예정이다. 서로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학자로서 열정을 갖지 않고 적당히 한다면 이 제도는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성공하면 좋은 문화로 확산될 것이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 갔을 때 전략연구분야를 질문하니 의외로 전략이 없다고 하더라. 인력 TO가 나오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연구자를 섭외해 그에게 필요한 연구비와 연구인력을 준다는데 힌트를 얻었다. 이처럼 과학자도 스스로 신뢰를 줘야 하고 지원하는 쪽도 과학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노도영 : IBS의 철학 중 수월성이 가장 강조되는데 개인적으로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을 갖도록 기관장의 역할이 필요한데 실제 기관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기관장이 철학을 갖고 내외부 사람들과 의논해 좋은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기관운영에서 자율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단장이나 책임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직접 선발할 수 없는 상황이고 특히 블라인드 채용으로 면접에 들어갈 수도 없다. 연구비 집행시에도 일정금액이 넘으면 심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국격에서는 연구자 시각에서 결정할 수 있는 신뢰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과학자도 국민, 의사결정권자에게 신뢰를 줘야하고 정책결정권자도 신뢰를 높여가야 한다.

노정혜 : 우리는 사회적 사건이 일어나면 모두를 대상으로 규제에 들어온다. 한번 생긴 규제가 없어지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유지된다.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 발생시 과학계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나 제도를 만들게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해서만 처리할 수 있는 담대함, 성숙함, 탄력성이 자리 잡길 기대한다.

신성철 :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관장은 정부, 정치인을 상대하고 안에서는 연구자, 교수를 만나게 된다. 중간에서 어떤 스탠스를 가질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서로를 잘 몰라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도 있다. 선진국 사례를 들며 블록펀딩 예산을 확보했다. 우리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 향후 과학계의 방향성, 대덕연구단지 어떻게 실현할까

1973년 기본계획이 수립된 대덕연구단지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 기업들이 들어서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집적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 과학계의 향후 방향성이 결정되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덕연구단지가 그런 역할을 하는가에는 의문이 남는게 사실이다.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문화가 익숙한 대덕연구단지, 대덕의 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리더들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대덕연구단지의 협력 가능성을 보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덕연구단지의 가장 강점인 가까운 물리적 거리를 살려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가자고 목소리를 모았다.

신성철 : 대덕연구단지 계획이 1973년에 확정되었으니 곧 50주년이 된다. 대덕연구단지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당시에는 캐치업 전략으로 미션이 분명했다. 출연연의 역할도 분명하게 있었다. 지금은 선도적으로 나가야 할 때다. 10년, 20년이 걸린다. 한우물을 파는 사람이 나와야 하고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끝까지 가본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한계를 알고 더 잘하기 위해 협력 분야를 찾게 된다. 끝까지 가는 사람은 더 나아가야겠다는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가 그런면에서 좋은 위기인 셈이다. 그동안 과학계, 의료계 협력이 없었는데 산학연관병이 함께 하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덕에서 분위기를 만들고 성공시키면 융복합 사례로 뛸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의 연구도 시리즈가 아닌 패널로 가야한다. 우리는 기초연구, 응용, 기술사업화 단계로 가는데 속도면에서 따라갈 수 없다. 기초 아이디어와 사업화가 초기부터 같이 가야 한다. 이스라엘의 유명 기초과학자들은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고 있다. 기초과학, 응용과학, 기술사업화가 한 울타리에서 움직인다. 우리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도 교육과 연구 모델이 아닌 교육, 연구, 사업화 모델로 나가고 있다. 융합적 분위기가 성숙되는 것으로 본다.

노도영 : 대덕에 온지 반년이다. IBS는 대덕과 가까이 있지만 협력이 많지는 않다. KAIST와 UST와 협력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같이할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대덕연구단지는 출연연 집적지로 국가의 강점이다. 하지만 소통이 안되는 것은 약점이다. 우리는 신생이지만 협력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더 적극 노력하겠다. IBS의 과학문화센터를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허브로 만들고 싶다.

노정혜 :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굉장한 강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작은 집단에 만족하는 성향이 있다. 거리를 확장해 대덕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융합연구가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 우리는 예산지원 기관으로 다른분야, 다른 기관이 협력하는 융합과제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성과를 내고 학문분야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이공계와 인문사회와의 융합도 필요하다. 과학기술로만 풀수 없는 난제도 많다. 이를 풀기 위해 여러 각도로 봐야한다. 전염병이 왔을 때 사회적 대비를 위한 인문, 심리, 경제, 사회와 같이 풀어가는 아젠다도 개발 중이다.

◆ 3세대, 차세대 연구자에게 한마디

리더들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충분한 기반이 만들어졌고 장점을 가진 차세대 과학자들이니 거침없이 세계를 무대로 나가보길 조언했다. 또 인류 전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인간사회를 위해 답을 찾아가길 당부했다.

노정혜 : 기성세대들은 뒤처졌다가 따라 올라가는 과정이라 열등감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요즘 젊은층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시기에 시작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거침없이 해볼 수 있는 세대다. 그 장점을 살려 세계최초, 세계의 중심으로 나가길 기대한다.

노도영 : 과학기술은 즐기면서 할 때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본인이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분야를 추구하는게 과학자가 할일이다. 또 우리 인류의 더 큰 문제는 자연에서 온다. 대기환경 등 과학적 난제 자연에서 발생한다. 후배들이 자연을 상대로 자연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지식을 축적해 인류 전체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인간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그러면서 국가도 발전하게 된다. 인류사회 전체가 같이 살아갈 솔루션을 찾고 난제를 풀어갈 그런 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아가는 관점도 필요하다.

신성철 : 우리는 70년전, 50년전까지 세계 최빈국이었다. 이제는 아시아 변방국가가 아니라 21세기를 선도할 에너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인되며 자신감도 높아졌다. 우리는 첨단산업에서 이미 앞서 있었지만 바이오는 과학선진국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 바이오도 우리가 선도국으로 갈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게 사실이다. 후배들은 이제 세계를 어떻게 혁신할지 글로벌 이노베이터(Gloval Innovator), 글로벌 쉐이퍼(Global Shaper), 글로벌 체인저(Global changer)를 비전으로 세계를 향해 나가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이 세상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하면 본인도 과학자로서 프라이드를 가질 것이고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각자가 될 것이다. 전략을 세울때 한국을 넘어 전세계 지도를 놓고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좌담회는 지난달 1일 IBS 과학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객석 참여자 없이 좌담회 운영진만 참석해 진행됐다.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