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기업인·과학자·정치인 한데 모인 대전·세종 혁신 포럼
윤환중 원장 "병원 중심 협력"···최윤희 박사 "ITBT 필수"
조승래 의원 참석해 인재 유치 중요성 설파···정책 논하기도

제3회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 지난 11일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의사, 과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이 모여 바이오 생태계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제3회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 지난 11일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의사, 과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이 모여 바이오 생태계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이유진 기자>
의료진과 과학자, 기업인, 국책연구원, 정치인이 한 데 모여 한국 바이오 생태계를 진단하는 이례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제각각 다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들은 자신의 잣대를 공통 주제에 대봄으로써, 동시다발적인 시각으로 서로 간의 접점을 찾는 흐름이 조성됐다.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3회 차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 지난 11일 세종충남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는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장, 윤환중 대전충남대학교병원장, 최윤희 산업연구원 박사, 조승래 국회의원,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반재구 제노포커스 기술이사,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 구자현 KDI 박사,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과 의료진을 포함해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윤환중 원장은 한국 바이오 클러스터의 경우 한 병원 수준에 그치는 '네트워킹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바이오단지 핵심인물 중 공대 교수도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병원·의사를 활용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혁신성장 주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쏟아냈다. 

포럼 참석자들은 현 바이오 정책에 대해 자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누더기 채로 있는 허례허식 제도들을 보완하고, 정책이 만드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재구 기술이사는 정부가 주는 '마인드셋'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정부의 막강한 투자로부터 탄생했다. 그렇기에 정부는 사회에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셋을 제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민간을 위한 리스크를 짊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반 기술이사는 "사회주의에서 50년 만에 자본주의가 된 이스라엘의 한 자서전엔 '모든 리스크는 정부가 지고 이익은 민간한테 가게 하는 것이 가장 뛰어난 자본주의가 된다'고 적혀있다"며 "노력한 것에 비해 얼마나 한국이 미국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보였다.

◆ 한국이 '보스턴 바이오단지' 못 되는 이유?···"네트워킹 결함"

(왼쪽부터) 윤환중 대전충남대병원장, 최윤희 산업연구원 박사,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부터) 윤환중 대전충남대병원장, 최윤희 산업연구원 박사,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사진=이유진 기자>

이날 무대에 오른 윤환중 원장은 병원 중심의 '바이오헬스케어클러스터' 구축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예로 들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약 1000개의 기업과 7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 2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지닌 세계 최고의 제약·의료 단지다. 

윤 원장은 "보스턴 바이오단지가 세계 최고인 이유는 민간주도형으로 병원과 대학이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산·학·연·병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대전충대병원은 2018년 스마트헬스케어 TF팀을 구성해 매주 IT 벤처기업과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교류의 장을 펼쳐왔다. 또한 (세종)충대병원을 포함해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중부권 9개 병원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네트워크를 결집하고 있다. 

윤 원장은 여태껏 해당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힘을 보태겠다는 정부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민간 주도형으로 나아가겠다는 뚝심으로 이를 다 거절해왔다. 

이에 조승래 국회의원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의사공학자 또는 공학자의사라는 개념의 특화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음을 던졌다.

윤 원장은 "병원이 활발해지면 인재 양성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자생적인 클러스터 구축이 미래 바이오 생태계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 데이터로 임상하는 시대···"ITBT 기반 바이오경제 구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반재구 제노포커스 기술이사,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조승래 국회의원, 구자현 KDI 박사,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반재구 제노포커스 기술이사,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조승래 국회의원, 구자현 KDI 박사,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사진=이유진 기자>

바이오산업의 정책과제에 관해 연사한 최윤희 박사는 데이터 활용 능력이 한국의 바이오 생태계를 좌우할 것이라며 바이오·IT 결합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많은 국내외 벤처들이 데이터로 신약 디자인을 하고 있을뿐더러 FDA(미국 식품의약국)도 기업에 임상 시뮬레이션 결과 제출을 먼저 요구한다"며 "데이터·AI 기반 바이오가 결국 국민에게 편익을 가져다주는 '바이오경제'에 완벽히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오경제는 소비자까지 포함된 많은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혁신은 편익을 만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데이터 보유 최다국에 속하지만, 활용에선 하위권에 속한다. 최 박사는 "혁신촉진과 보편적 복지 중 정답은 없다.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라며 "지금 선택할 시기가 됐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공급은 높은데 수요가 낮다. 하이텍 바이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IT 기반의 바이오 공급·수요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최 박사는 "지피지기해야 백전백승이다. 한국은 가능성이 큰 나라다"라고 내다봤다. 

맹필재 회장은 "백신·치료제는 경제 논리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라 보건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더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박병원 박사는 "정책 사무관은 앞의 20%만 보고 바이오 결과물이 없다고 생각해 지원을 줄인다"며 "더 많은 정책을 새정립하기 보단 기존 누더기 돼 있는 상당수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지난 달 16일 개원한 세종충대병원 투어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병원 내 첨단 의료 시스템과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둘러 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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