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철 CHC랩 대표, 학교 장비로 시작해 생물안전작업대까지
5년 만에 美 NSF49 인증 획득···중동, 유럽 등 20여개국 수출
국내, 아직까지 외국산 쓰는 실정···"천천히 꾸준하게 호흡할 것"

실험실 장비 생산 업체 CHC랩의 차형철 대표. 국내 최초 생물안전작업대를 국산화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실험실 장비 생산 업체 CHC랩의 차형철 대표. 국내 최초 생물안전작업대를 국산화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그 위험도에 따라 특정 등급 이상의 'BSL(생물안전등급, Biological Safety Level)'에서만 다룰 수 있다. BSL은 1~4단계까지 존재하며 숫자가 높아질수록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속한다. 코로나19 경우엔 BSL-3 이상의 실험실을 필요로 한다.

BSL은 높은 등급일수록 그에 맞는 고강도 안전 장비가 요구된다. 여기 BSL 실험 장비 국산화를 몸소 실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 있다. 바로 대덕의 'CHC랩'이다.

연구실 장비 업체 특성상 제품 수명이 짧지 않아 단기간 눈에 띄는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단점도 차형철 CHC랩 대표에겐 "불경기도 따로 없다"는 긍정의 에너지로 돌아온다. 천천히 꾸준한 속도로 호흡하는 것이 CHC랩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 과거 100% 수입 실험대, '메이드 코리아' 개척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④) ①CHC랩 공장에서 제조 중인 생물안전작업대, ②공장 안에도 차 대표의 신념이 엿보이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③CHC랩의 실험실 전시관. 실제 실험실 내부를 그대로 재현했다, ④다양한 유형의 CHC랩 생물안전작업대.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④) ①CHC랩 공장에서 제조 중인 생물안전작업대, ②공장 안에도 차 대표의 신념이 엿보이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③CHC랩의 실험실 전시관. 실제 실험실 내부를 그대로 재현했다, ④다양한 유형의 CHC랩 생물안전작업대. <사진=이유진 기자>

지난 2017년 차 대표는 생물안전작업대 국산화와 꾸준한 기술개발, 근로자 복지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금탄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지난 2017년 차 대표는 생물안전작업대 국산화와 꾸준한 기술개발, 근로자 복지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금탄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CHC랩은 1991년 초·중·고 과학실 기재 납품 업체로 시작했다. 1999년 IMF가 터지며 차 대표가 내린 결론은 '한가지라도 제대로 만들자'였다. 그때 고안해낸 것이 실험대와 흄후드. 흄후드는 유해가스를 밖으로 내보내 연구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차 대표는 납품에서 제조로 종목 자체를 바꾸는 파격 행보와 함께 인생 제2막을 열었다.

대덕 연구소 장비 1호 기업 CHC랩은 2004년 국내 흄후드 업계 1위로 올라선다. 그때 차 대표는 또 다른 활로를 개척하기로 결심, 100% 전량수입이었던 '생물안전작업대(biosafety cabinet)' 국산화에 도전한다. 

흄후드는 연구자의 안전만 보장하는 반면, 생물안전작업대는 연구물질·연구자를 동시에 보호한다. BSL-2부터 필수로 지녀야 할 장비이기도 하다. 생산을 위해선 설치·운전 적격성 검사 등과 같은 각종 성능 입증 성적서를 제출해야 할 뿐더러, 매년 재검증을 받는 등 그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CHC랩은 개발 완료에만 약 5년의 세월과 15억원을 쏟았다. 그 결과 생산 가능 마크인 미국 NSF49 인증을 획득, 2010년도부터 본격 생물안전작업대 생산에 돌입한다. 

그렇게 CHC랩은 남미, 아시아, 중동, 유럽 등 20여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 배후엔 약 3년간 수익 하나 없이 직접 해외 전시회를 발로 뛰며 자사 제품을 알린 차 대표의 뚝심이 자리했다. 

금탑산업훈장, 대전경제과학대상, 올해의 대덕인상 등 각종 상이 지난 30여년간 차 대표의 땀방울을 증명해준다. 차 대표는 "공고 출신으로 바이오에 '바'자도 모르던 당시, 공장문 닫은 걸 헐값에 인수해보라는 지인 권유에 창업했었다"며 "아무것도 모르니 발품 팔며 몸으로 부딪혔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는 솔직함이 무기였다"고 되돌아봤다.

CHC랩은 장비 생산 외 신규 연구실 등급에 따른 장비 컨설팅, 인테리어 상담 등 실험실 구축의 전반적 과정을 제공한다.

◆ "행복한 CHC랩=행복한 직원" 

CHC랩의 최종 목표에 대해 '행복'이라고 말하는 차형철 대표. <사진=이유진 기자>
CHC랩의 최종 목표에 대해 '행복'이라고 말하는 차형철 대표. <사진=이유진 기자>
국내 실험실 제품 선호도는 아직까지 외국산이 우세하다. 안정 입증을 받았음에도 국산은 불신하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차형철 대표는 "자기 것을 쓰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며 대담한 면모를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물음에 "아직 안 왔다"고 답하는 차형철 대표. 그의 목표는 '행복한 CHC랩'이다. CHC, 즉 '행복한 차형철'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대목에 직원은 차 대표의 빼놓을 수 없는 1순위다.  

그는 "CHC랩이 추구하는 목적은 행복이다. 행복이 무엇이냐. 고객은 우리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만족하고 우린 수익을 내, 직원들이 복지로 하여금 행복한 것"이라며 "내 자식이 다니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차형철 대표 사무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CHC랩 경영이념과 방침. '행복한 CHC'와 '과학기술 발전 기여'가 눈에 띈다. <사진=이유진 기자>
차형철 대표 사무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CHC랩 경영이념과 방침. '행복한 CHC'와 '과학기술 발전 기여'가 눈에 띈다. <사진=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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