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세종 30분, 커뮤니케이션 '적시성' 향상
물리적 거리 만큼 좁혀지지 않는 '수직 구조'
지원보단 관리에 초점···과학, 부처 부각 수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세종 이전을 하고 국민과의 소통, 출연연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조한 바 있다. <사진=대덕넷 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세종 이전을 하고 국민과의 소통, 출연연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조한 바 있다. <사진=대덕넷 DB>
지난해 8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판식을 열고 '세종 시대' 개막을 알렸다. 당시 과학계는 물리적 거리 만큼 과기부와 연구 현장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찼다. 지난 1년, 현장 평가는 엇갈렸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보직자들은 대덕과 세종이 30분 거리로 좁혀지면서 예산·조직·정책을 조정하는 의사소통을 적시에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대다수 현장 연구자들은 관료주의에 기인한 문화적인 측면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과기부가 지원보단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고, 과학계를 협업 파트너로 인식하기보단 '과학기술 정책 용역기관'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을 부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지속되고, 이런 태도는 거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연구개발 과제일수록 극명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직 구조 변함 無

연구 현장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파트너십 형성을 가장 기대했다. 그러나 관료주의로 인한 수직 구조는 여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A 기획부장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으나 문화적인 측면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무선으로 내려가면 과학자들을 협업의 파트너십 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강압적인 태도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과기부 사무관, 주무관이 연구 현장에 있는 40대·50대 팀장에게 직접 들어와서 보고하라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했다.  

최근 연구 현장에선 "후방 지원부대가 최전방 부대 역할을 빼앗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기부가 출연연 연구 성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출연연 관계자를 배제하고 언론 홍보용 보도자료를 작성하면서다. 관련 자료에는 연구에 참여한 적 없는 국장이나 차관 코멘트가 담긴다. 부처에서 중점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과기부가 직접 챙기는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성과는 가로채고 현장의 어려움은 외면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출연연 B 책임연구원은 "과기부가 출연연과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지원한다고 말하지만,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B 책임연구원은 "지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관리와 통제에 방점을 찍고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에 연구자 목소리가 전달돼야 하는 시기에는 납작 업드려 가만히 있고, 출연연에서 만든 성과는 과기부 이름으로 부각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도 했다.  

B 책임연구원은 국가적 대형 행사에서 출연연을 칭찬하거나 국정 감사 등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과기부가 적극 방어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사례 등을 들었다. 그는 과기부가 연구자에 대한 포상이나 우수 연구자상에 대한 관심이 없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출연연 C 실장은 최기영 장관이 출연연 현장 행보를 지속성이 아닌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한다고 일갈했다.

◆부처 이익을 위한 '과학'?

현장 연구자들은 과기부 세종 이전만으로 고질적인 병폐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접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출연연에서 만든 성과로 부처를 부각하려는 모습에 가려진 본질을 들춰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연연 D 부장은 "과기부가 국가 기술 전략에 대한 중심 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나 이른바 '뜨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부처 예산을 확보하려는 인식이 여전하다"면서 "과기부는 부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연구개발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국가 기술전략과 출연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문제 정의가 없다"며 "국가 이익이나 전략이 아닌 부처의 이익을 위한 스탠스가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기부 세종 이전 1년, 현장에선 커뮤니케이션의 적시성이 향상되고, 대화를 지속하는 선순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창윤 거대공공연구정책관 등 일부 국장·과장이 연구자들과 만나 부족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의견을 청취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가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과기부 내부 관료주의와 강압적인 자세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대다수가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기보단 통제에 짓눌려 현안에 입 열기마저 꺼리고 있다. 일부 연구자는 과기부가 국가 실익이 아닌 부처 이익을 위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냈다. 국가 R&D 예산 26조 시대가 열리는 마당에 아찔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과기부가 세종 이전 1년을 계기로 연구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지원 대상으로, 부처 이익을 위한 과학이 아닌 국가 실익과 '국민을 위한 과학'으로 접근법을 바꿔 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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