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벤처㉓]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 2상 '펩트론'
약물 미세구체(Microsphere)로 만들어 지속전달 기술 보유
플랫폼 기술 있어 코로나 대응도 가능, 나파모스타트 관심

최호일 펩트론 대표가 코로나19 대응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호일 펩트론 대표가 코로나19 대응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바이오벤처 '펩트론'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응법 모색에 나섰다. 펩트론은 미국 NIH(국립보건원)와 공동 연구 끝에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치료제 후보물질 명칭은 PT-320. 약물지속형 엑세나타이드(Sustained Release-Exenatide)라는 약을 활용해 파킨슨병 주사 치료 효능을 기존 하루에서 2주까지 늘렸다. 엑세나타이드는 바이러스 억제 능력과 당뇨 환자 혈당을 낮추는 약으로도 활용된다. 

펩트론은 당뇨 환자를 줄여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추겠다고 목표하고 있다.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엑세나타이드가 바이러스 억제 효능이 있어 코로나19와 당뇨를 동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치료제 하나로 일거양득을 노리는 계획이다. 펩트론은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과 공동으로 연구자 주도 임상을 추진 중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은 허가용 임상과는 달리 연구자가 예측하는 물질 작용 기작을 임상 시험하는 과정이다. 

펩트론은 1997년 창업해 펩타이드와 고유 약물지속 기술에 강점을 만들었다. 특히 약물 지속 전달 시스템(DDS)을 활용하는 고유 플랫폼 기술(Smart Depot)을 고안했다. 링거와 같은 약물을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구체(Microsphere)로 만들어 바이러스에 지속 투여해 약효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미세구체 크기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 굵기 10분의 1 수준이다. 정맥주사가 아닌 파하주사 형태여서 범용성도 넓다.  

◆고유 플랫폼 기술에 '나파모스트' 활용 목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바이러스 숫자를 조절하는 것보다는 들어온 바이러스를 세포 내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약물 전달 기술로 약물을 지속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바이러스 숫자를 조절하는 것보다는 들어온 바이러스를 세포 내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약물 전달 기술로 약물을 지속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펩트론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약물 지속형 전달 시스템을 통해 급성 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는 '나파모스타트'를 투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최호일 대표는 나파모스타트라는 물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생존 개념은 달라요. 바이러스는 번식을 안 하면 킬러세포에 죽기 때문에 사람 몸에서 계속 번식해야 합니다.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것보다 들어온 바이러스를 세포 내에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것이 아니고 세포 내에서 증식하려는 바이러스를 길목에서 차단하는 것입니다. 펩트론 약물 지속 전달 기술에 나파모스타트를 적용해 바이러스가 세포로 가는 길목을 막고자 합니다." 

나파모스타트는 반감기가 8분으로 알려져 있으나, 코로나19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물질이다. 펩트론 고유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다면 반감기를 최소 하루에서 이틀가량으로 늘릴 수 있다. 펩트론은 고유 플랫폼 기술과 GMP 공장도 갖춰 즉각 치료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나파모스타트라는 원료 물질을 제공해 함께 임상하려는 기관이 거의 없어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달 초 국제감염병저널(IJID)에선 국내 연구진이 확진자 3명을 대상으로 나파모스타트를 활용한 결과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규모 임상 결과였으나 폐렴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였다.

◆코로나19 급성 폐렴 증세, 뮤신1(MUC1) 때문···억제 항체 이용

최 대표는 "약물을 지속 전달할 수 있는 기술보다도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개발이 중요하다"고 했다. 펩트론은 2018년 4월 GMP 공장을 신설했다. GMP 공장은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품질 면에서 보증하는 제조·품질관리 기준을 일컫는다. 펩트론은 350억원을 들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무균 공정을 구축했다. 

펩트론은 무균 공정을 통해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중증 환자를 위한 코로나 대처법도 찾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대다수가 급성 폐렴이 생기는데, 뮤신1(MUC1)이라는 물질이 허파 꽈리 주변에 분비되기 때문이다. 허파 꽈리에서 공기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돼야 하는데 MUC1이 다량 방출돼 상태가 악화되는 것이다.  

최 대표는 "MUC1을 억제하는 항체를 이용해 코로나19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증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펩트론은 MUC1을 억제하는 항체 'PAb001'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전임상 단계다. 
 
최 대표는 "20여 년 동안 고생했고 이제 성장하는 길만 남았다"며 "고유 플랫폼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펩트론은 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어떤 질환이든 대처가 가능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약물을 지속 전달할 수 있는 고유 플랫폼 기술로 파킨슨병 치료는 물론 코로나19 대응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펩트론은?

펩트론은 1997년 창업한 대덕바이오벤처다. <사진=김인한 기자>
펩트론은 1997년 창업한 대덕바이오벤처다. <사진=김인한 기자>
펩트론은 펩타이드와 약효지속성 기술을 바탕으로 의약품 설계와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최호일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2년, LG생명과학에서 7년간 연구자 생활을 했다. 연구자 시절 연구실에서 쓰이는 시약 하나도 외국산을 쓸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고 한다.

당시 자생적인 연구 환경을 구축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1997년도에 창업했다. 2015년 7월 상장했고, 2018년 4월 GMP 공장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치료 분야 신물질 연구와 개발, 생산이 모두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다. 현재 임직원은 90여 명이다. 

펩트론 이름에는 살아 있는 걸(Pep) 만든다(Tron)는 의미를 담았다. 최호일 대표는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치료는 치료제가 아니다"며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는 권리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펩트론이 추구하는 목적은 편안한 치료(Cozy Cure)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펩트론 고유 플랫폼 기술(Smart Depot)

약물 지속형 전달 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은 약물이 체내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개선한 방식을 일컫는다. 약물이 체내에 방출되는 속도를 늦춰 하루에 한 번 복용할 약을 일주일이나 수개월에 한 번 복용할 수 있도록 환자 편의성과 약물 순응도를 높인 기술이다. 

DDS라는 카테고리 안에 펩트론 고유 플랫폼 기술(Smart Depot)이 있다. PLGA라는 물질을 활용한다. 미국 FDA도 허가한 안전한 물질이다. 수술 후 봉합할 때 쓰는 실이 PLGA라는 원료다. 수술 부위를 봉합한 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다. 

펩트론은 PLGA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구체(Microsphere)를 만들었다. 몸속에 PLGA를 주사하면, PLGA는 녹고 미세구체에 있던 약물이 전달되는 원리다. 미세구체 원료와 함량에 따라 1주 제형, 2주 제형, 4주 제형, 3개월 제형 등의 약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펩트론은 고유 플랫폼 기술로 파킨슨병 치료제를 2주 제형의 약물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기존 치료제는 하루 제형이었다. 현재 펩트론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임상 2상 단계다.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를 활용한다.

해당 연구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자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영국 런던대 교수가 어드바이저 역할을 했다. 펩트론은 파킨슨병 범용 치료제인 '레보도파' 부작용 억제 효능이 확인된 'PT 320'에 대해 미국 임상 2상 추진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Pre-IND 미팅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펩트론은 고유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약물 지속성을 높여주는 '나파모스타트'를 만들어 코로나19 대응에 나서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나파모스타트는 기존에 허가된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급성 췌장염 치료 등에 쓰인다. 펩트론은 충북 오송에 무균 공정인 GMP 공장이 있어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약물지속형 엑세나타이드(Sustained Release-Exenatide)

엑세나타이드는 'GLP-1 유사체'로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이다. 펩트론은 고유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PT-320'이라는 약물지속형 엑세나타이드를 만들어냈다.

☞정맥주사(IV·Intravenous injection)

정맥 속에 주사해 약물을 직접 혈관 속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피하주사(SC·Subcutaneous injection)

약물을 피하조직 내에 주사하는 방법이다.

☞GMP 공장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안전성·유효성을 품질 면에서 보증하는 제조·품질관리 기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68년 기준 제정을 결의했고, 국내에서도 1994년부터 이 기준을 갖추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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