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지질학적으로 한반도를 공부하면?  

꽉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행이다. 여행은 사람들이 가장 하고픈 것 중 하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같이 공부할 책은 '한반도 자연사 기행'이다. 환경전문 조홍섭 기자의 지질·지형 이야기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환경과 과학 담당으로 25년 이상 일하면서 국토의 구석구석을 꽤 돌아다닌 편이지만, 국토의 뼈대와 근본에 관한 것일수록 무지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전문기자가 이런 고백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지구과학, 그리고 자연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구과학을 21세기를 위한 시민 교육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지구과학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쓰게 됐는지도 모른다. '한반도 자연사 기행'은 그동안 국내 출판계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대중적 지구과학·자연사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 제목처럼 한반도 자연사 여행을 떠나보자. 먼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개론부터 시작하자. 일단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본 후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대륙 충동설에 따르면 한반도는 하나의 땅덩어리가 아니라, 세 조각의 육지가 만나서 붙은 결과물이다. 약 2억 6천만 년 전에 시작된 곤드와나 대륙의 북상으로 작은 땅덩어리들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야기다.

그럼 한반도의 나이는 얼마나 될까? 암석학적으로 봤을 때 한반도는 25억 살이다. 도대체 필자 나이의 몇 배인가? 계산이 안된다. 이 나이는 인천 앞 대이작도에 있는 암석으로 확인할 수 있다. 흔히 한반도 땅은 30억 년의 역사를 지닌다고 말하는데 30억 년 전의 것은 흔적에 불과하다. 직접 암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암석 형태는 25억 년 전의 것이 가장 오래됐다.

25억 년 전 어떤 사건으로 이 지각이 부분적으로 녹은 뒤 암석으로 굳었다.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이 암석을 보려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가야 한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대이작도의 암석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조사된 것 가운데 가장 연장자에 해당된다.

저자는 한반도가 화산과 지진이 많았던 지대였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와 백두산뿐 아니라 한탄강도 용암이 흘러 만들어낸 강이라고 한다. 

그럼 대이작도보다 오래된 땅은 어디일까? 지구 표면에는 10여 개의 판이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지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해저산맥에서 생겨난 해양판은 대륙 주변에서 다시 땅 속으로 사라지는 순환을 반복한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된 해양지각도 2억 년을 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대륙지각은 나이가 많다. 해양지각에 비해 노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캐나다 북서부의 오지에서 발견됐다. 1999년 학계에 보고된 이 아카스타 편마암의 나이는 40억 3천만 년이다. 지구 탄생 5억 3천년 뒤에 형성된 것이다.

'한반도 자연사 기행'의 첫 테마는 북한산이다. 먼저 북한산에 같이 올라보자. 북한산에는 해마다 800만 명이 넘는 등산객이 찾아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북한산에 대해 공부하면 등산로 주변의 암벽과 바위가 새롭게 보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북한산은 깊은 땅속에 있던 마그마가 지표로 상승해서 생겨났다. 등산화에 밟히는 바위 하나, 돌 하나가 어찌 경이롭지 않을까? 대부분의 지층이 고생대 이후인 일본과 달리 한반도는 가장 오랜 암석부터 최근 암석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지질학자에겐 '축복의 땅'이다. 가는 곳마다 교재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울릉도와 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칭한다. 갈라파고스에는 진화 과정과 격리된 동식물이 많듯 울릉도에는 울릉도에만 있는 식물종자가 다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울릉도는 종(種)의 형태가 분화하는 '향상 진화'가 이뤄지고 있고, 울릉도가 그와 같은 진화가 이뤄지고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일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도 싣고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시화호 '공룡 계곡'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남 여수는 어떻게 공룡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는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공룡이 멸종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최후의 흔적을 남긴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의 작은 섬인 사도·추도·낭도를 찾으면 중생대 백악기의 마지막 시기에 쌓인 퇴적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 자연사 기행'은 마지막 장에서 한반도 지질명소 아홉 곳을 소개한다.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느낀 점과 사진을 담아 가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지질명소는 백령도(억겁을 견딘 차돌 섬), 부산 다대포(공룡시대 퇴적층 교과서), 서울 불암산(화강암 돔의 보고), 대구 비슬산(돌 흐르는 강), 인천 굴업도(원형의 섬), 광주 무등산 주상절리대(신의 돌기둥), 동강 백룡동굴('하늘 정원' 동강), 진안 마이산(역암층 교과서), 변산 격포리(세월이 쌓은 시루떡) 등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습모임에서 공부를 했다. 언젠가 그 단체에서는 각 시대별 대륙이동을 9개의 그림으로 그리는 공부를 했다. 필자는 1주일 후 대륙이동에 대한 그림을 모두 외워 칠판에 그리는 발표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기억들이 지질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구과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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