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 수리연 박사, 서울·경기 감염병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5가지 상황 가정···최악 하루 1597명, 최상 시나리오는 392명
8월말·9월초 거리두기 여부에 따라 '재유행, 완화' 성패 갈릴 듯

대구·경북 대유행 시기와 서울·경기 지역 최상·최악 시나리오 가정 비교. <그래픽=한동민 인턴 기자>
대구·경북 대유행 시기와 서울·경기 지역 최상·최악 시나리오 가정 비교. <그래픽=한동민 인턴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 9월 중순 서울·경기 지역에서 하루 확진자가 16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면 확진자 정점이 8월 말 392명을 찍고 내려오는 수치가 최상 시나리오로 예측됐다. 수리과학 연구자가 8월 23일 이전 서울·경기 감염병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리두기 정도에 따른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코로나19 확산세가 2차 대유행으로 번지느냐 완화로 가느냐 성패가 거리두기에 달렸다는 의미다.

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리두기가 잘 지켜졌을 경우를 가정하면 8월 31일 392명이 최대 정점"이라면서도 "서울·경기 지역에서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9월 13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1597명이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효정 박사는 감염병 수리 모델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종결 선언 시기와 풍진 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백신 접종 대상자를 예측했던 감염병 모델링 분야 권위자다. 현재 범부처사업단 감염병 조기경보 예측 연구팀에 속해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감염병 데이터 기반 수리과학 자료를 제공해 국가 방제 정책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범부처 사업단은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 20명이 포함된 그룹이다. 

◆거리두기 여부에 따라 확진자 정점 4.1배 차이

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이 박사는 "8월 말과 9월 초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 잘 지켜진다면 집단감염 고리가 끊기고 유행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거리두기 수준이 대구·경북 대유행 당시였던 3월 중순으로 강화될 경우 코로나19 정점은 392명(8월 31일)에서 멈출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반면 8월 말과 9월 초에 이어 9월 중순까지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 느슨해질 경우 코로나19 정점은 1597명(9월 13일)을 찍었다. 확진자 정점이 4.1배 차이나는 수치다.  

이 박사는 1월 24일부터 8월 22일까지의 서울·경기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데이터를 각 지자체로부터 받았다. 해당 데이터에는 증상발현일, 확진일, 퇴원일 등이 담겨 있다. 8월 초·중순 데이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은 점을 감안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감염병 예측에는 SEIHR 모델이 쓰였다. 해당 수리모델은 감염병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적합하게 쓰이는 툴이다.

이 박사는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 수치를 5가지로 가정했다. 이 박사는 R0 값을 ▲3월 중순(사회적 거리두기 강화)=0.3 ▲6월 중순(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0.5 ▲5월 중순(생활 속 거리두기)=0.8 ▲5월말·6월초=1.2 ▲8월 중순=2.2로 분류했다.  

시뮬레이션 중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재유행 정점이 9월 6일로 멈추고 확진자는 1318명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월 중순 생활 속 거리두기 수준으로만 유지돼도 코로나19 정점은 496명(9월 6일)에서 멈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수준에 따라 확진자 추이가 급변하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효정 수리연 박사가 5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자료=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이효정 수리연 박사가 5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자료=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8말·9초 거리두기·마스크 여부에 따라 유행 성패 갈릴 듯

이 박사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라면서 "결과를 맞추는 목적이 아니고 향후 추이가 어떻게 흐를지 데이터에 기반해 예측하고, 정보를 당국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팬데믹을 선언하고 R값이 1보다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코로나19가 완화로 가느냐 재유행으로 가느냐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8월 말과 9월 초 거리두기'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지난 24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향후 유행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을 완화하기 위해선 그 어느때보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비대면 접촉 등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이 대구·경북 지역에 비해 인구 밀집도가 높아 전파가 급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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