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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탈원전과 정부의 정책 결정

글: 민병주 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
민병주 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 <사진=한국원자력학회 제공>민병주 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 <사진=한국원자력학회 제공>
올해는 연초부터 재난의 연속이다. 코로나19, 역대급 장마와 홍수, 그리고 폭염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의 기로에 서 있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태풍 바비와 마이삭까지 발생하여 국민의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하고 있다. 대기 환경 및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극심한 장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들은 장마와 폭염 등은 많은 부분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며, 에너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에 대해 고려할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는 대표적으로 석탄화력발전, 가스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신재생(풍력, 태양광, 수력) 발전을 꼽을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기를 생산하는 측면에서 에너지원을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은 수력, 원자력, 신재생(풍력, 태양광), 가스, 석탄 순이라 말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력, 풍력, 태양광과 함께 원자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원자력을 배제하고 신재생만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면 가스와 석탄발전을 제외하고 신재생만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지금과 같이 전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도 줄이면서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전략으로 신재생과 원자력이 공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현 정부에서는 원자력을 제외하고 신재생만으로 전기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석탄과 원자력을 줄이고 신재생을 늘이겠다는 확실한 목표는 있지만, 이것은 현실성이 매우 부족하고 철저한 준비 또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지 설계수명을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무조건 정지하고 추가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소는 짓지 않겠다는 선언적인 정책 목표일 뿐이다. 정부는 법적으로 건설허가를 받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도 중단하였다. 물론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를 통해 건설을 재개하였으나 법적으로 본다면 공론화로 갈 사항도 아니었다. 신한울 3·4호기 역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건설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년째 건설이 중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주민과 원자력 관련 단체 및 원자력 학과 교수협의회 등은 건설재개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고 대국민 서명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또 월성1호기는 폐로 문제로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었고 조만간 그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월성1호기는 2015년에 계속 운전을 허가받았으나, 환경단체의 소송으로 운전이 중지된 후 2019년에 한수원이 스스로 해체를 결정하면서 국회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였고, 현재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안타까운 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계속 운전이 가능하도록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장된 계속 운전 기간이 2022년까지이므로 운전을 위한 안전점검 등을 수행하면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Periodic Safety Review) 등을 통해 60년 심지어는 80년까지 운전을 계속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예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계속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 두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자로는 영구정지한다. 그러나 원자력안전법에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10년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받아 안정성이 검증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계속 운전 여부가 시급하게 결정되어야 할 발전소는 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다. 월성 1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미 영구정지신청을 하였고,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2023년까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 즉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10년을 주기로 설계, 기기 기능 등의 이상 유무를 대대적으로 평가할 것을 원전보유국들에 권장하고 있다. 이것은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시설 변경, 운전 경험, 기술 발전 등의 누적된 영향을 고려하여 수명기간 동안 안전 수준의 유지를 보증하기 위하여 10년 주기로 수행되는 체계적 안전성 평가이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에 의하면 고리 2호기의 경우 설계수명인 '2023년 7월' 5년 전부터 늦어도 2년 전까지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리 2호기의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은 설계수명까지만 운전하는 것이므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에 이어 2년 후에는 고리 2호기, 4년 후에는 고리 3호기, 5년 후에는 고리 4호기가 연이어 영구정지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에 의한 전기생산비율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를 신재생발전이 대체하지 못한다면 가스발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전기생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에너지 믹스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자력계에서도 신한울발전소 건설재개와 신규원전의 건설만을 주장하지 말고, 정치권에서도 이념으로 에너지를 선악으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기준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선정하여 각 시나리오의 장단점을 알리고 과연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열린 토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공급은 장기적이고 계획과 함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재생만으로 어려운 경우 다른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원자력과 가스 및 석탄발전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우리나라에 맞는 최선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탈원전에 이어 최근의 코로나19 방역, 공공의료인 증원, 부동산 문제 등 정부 정책을 보면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진솔한 논의가 문제해결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및원자력공학부 교수는?

▲1981년 - 이화여대 물리학 학사
▲1983년 - 이화여대 대학원 고체물리학 석사
▲1991년 - 일본 규슈대학교 대학원 원자핵물리학 박사
▲2005년~2007년 - 한국원자력연구원 연수원장
▲2010년~2011년 -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2011년~2012년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2012년 5월 ~ 2016년 5월 -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2016년 6월 ~ 2017년 3월 -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 초빙교수
▲2019년 9월 ~ 2020년 8월 - 제32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2016년 8월 ~ 현재 -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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