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싸이토딕스 선우요섭 대표
혈액으로 갑상선·췌장·유방암, 세포기반 산전검사 등 기술 개발
"세계시장 걸음마 단계, 무기 개발로 '세포기반 액체생검' 리드"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다. 통계청이 1983년 조사 이후 38년 연속이다. 1차 암 생존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 되면 치료가 까다로워져 생존율이 낮아진다. 암 치료가 성공적이었다 해도 미량의 암세포가 남아 재발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 암세포에서 유래한 유전자(DNA)를 분석해 암을 진단(액체생검)하겠다고 도전장을 낸 사람이 있다. 선우요섭 싸이토딕스 대표다. 그는 혈액 검사로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전이와 재발을 조기에 막겠다'며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CTC(Circulating tumor cell, 순환종양세포)를 혈액에서 분리, 분석하는 기술이다. CTC는 암이 성장하면서 암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 다른 조직이나 장기에 정착하여 전이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있다.

선우요섭 싸이토딕스 대표는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 암을 진단하는 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전이와 재발을 조기에 막고자 한다.<사진=김지영 기자>
선우요섭 싸이토딕스 대표는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 암을 진단하는 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전이와 재발을 조기에 막고자 한다.<사진=김지영 기자>
 
CTC를 이용한 암 진단은 기존의 조직병리 검사가 가지는 한계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한 미래 10대 유망기술 중 그 첫 번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CTC 분석을 통해 암의 정밀진단, 조기진단이 가능하고 예후분석 및 전이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암의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전주기에 걸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암 환자별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자 암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와 항암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등에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선우 대표에 따르면 액체생검에서 타겟으로 하는 대상은 CTC와 ctDNA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과거 CTC가 주목을 받았지만 CTC 분리를 위한 기술 구현이 워낙 어렵다 보니 쉽게 얻을 수 있는 ctDNA를 기반으로한 액체생검 기술에 관심이 몰려 있다.
 
하지만 그는 "CTC는 ctDN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암에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어 매우 높은 임상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장성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본다"면서 CTC 연구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싸이토딕스의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을 결과로 입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싸이토딕스가 CTC 분야에서 만큼은 액체생검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100% 자동화로 50억 개 이상 혈구 세포 속 수십 개 CTC 찾았다!
 
CTC 분리기술은 싸이토딕스를 포함해 전 세계 20여 곳 기업에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혈액 10mL 기준 발견 가능한 CTC가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정도로 매우 적고 이를 높은 효율과 순도로 분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 진단에 있어서도 핵심이기 때문에 차별된 기술 없이는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높은 장벽을 싸이토딕스는 기술로 뛰어넘었다. CTC를 손실 없이 높은 순도로 분리하기 위해 CTC에 비특적으로 항체가 결합하는 것을 제거하고 혈구세포와 항체간 결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핵심기술과 백혈구만 선별할 수 있는 Sorting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우리기술은 성능면에서 압도적이다. 이를 뒷받침할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싸이토딕스는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CTC 분리작업 100% 자동화한 고순도 순환종양세포 분리기 '트루엔서(truNser C1000)'도 개발했다. 혈액을 장비에 넣어주면 CTC 분리작업을 알아서 해준다. 사람 손을 거쳐야하는 전처리 특성상 숙련자에 따른 데이터 편차가 심하지만 자동화시켜 이런 단점을 제거했다. 해당 장비는 시제품 테스트 중으로 내년 인허가를 계획 중에 있다.
 

싸이토딕스는 혈액 속 암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CTC분리작업을 100%자동화한 고순도 순환종양세포 분리기 '트루엔서'를 개발했다. 시제품 테스투 중으로 내년 인허가를 계획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싸이토딕스는 혈액 속 암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CTC분리작업을 100%자동화한 고순도 순환종양세포 분리기 '트루엔서'를 개발했다. 시제품 테스투 중으로 내년 인허가를 계획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선우 대표는 여러 암 중에서도 갑상선암 재발 모니터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1년에 3만명 환자가 수술대에 오르며 그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호르몬 문제 등으로 갑상선을 절반만 제거하다보니 재발이 많다. 재발 추적을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보험은 초음파 검사만 허용하고 있다. 확진을 위해선 보험적용이 안되는 MRI나 CT 검사를 해야해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선우 대표는 "CTC의 존재 유무와 갑상선암에서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를 CT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부담 없이 재발 추적검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토딕스는 현재 여러 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실제 암 환자 혈액을 대상으로 CTC 분리, 분석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달리 CTC의 양이 워낙 적고 크기도 작아 분리하기 어렵지만, 실제 환자 혈액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 미개척영역을 개척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기존 이론을 뒤집고 뇌종양에서도 CTC가 나온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우리도 실제 연구를 통해 뇌종양에서 CTC검출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질병에 우리기술을 접목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혈액에서 CTC 외 여러 셀을 분리하는 기술을 확보한 만큼 산모의 혈액 속 태아세포 분리 연구를 통해 태아의 유전질환을 확진 검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도 갖고 있다"며 "현재 췌장암, 담도암, 유방암의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의미 있는 임상결과를 통해 진단분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장비 팔아 수익창출 NO! '랩 기반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 목표
 
싸이토딕스는 대전과 판교 두 곳에 사업체를 두고 있다. 대전은 2017년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과제를 통해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대전에서 일을 시작하며 다양한 기관과 관계를 형성한 그는 다양한 정부 사업 중에서도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의 기업 성장시기별 지원사업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시제품을 만들 때 다방면 지원이 있었다.
 
그는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부품 금형을 하나 만드는데만 수백, 수천만 원이 들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때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받았다."며 "R&D 외에 기업을 운영하고 홍보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하고 세세한 지원 등도 받았다. 기술 검증을 위해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임상 파일럿 연구에 관한 지원도 여러 암종에 대해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팬데믹 이후 코로나19 관련 바이오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신종감염병, 바이러스 연구와는 거리가 먼 기업들에는 R&D과제가 목말라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대전시가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 등으로 선정되며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싸이토딕스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대전에서 인연을 맺은 여러 바이오기업들과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
 

싸이토딕스 직원들. 병원의 검체를 다량으로 빠르게 분석해 병원에 필요한 결과를 제공하는 '랩 기반 서비스 제공'비지니스를 목표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싸이토딕스 직원들. 병원의 검체를 다량으로 빠르게 분석해 병원에 필요한 결과를 제공하는 '랩 기반 서비스 제공'비지니스를 목표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2017년 창업해 올해로 3년 차가 된 싸이토딕스. 선우 대표는 순환종양세포 분리, 분석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단순히 기기를 제작,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다. 병원의 검체를 다량으로 빠르게 분석해 병원에 필요한 결과를 제공하는 '랩 기반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그가 목표로 하는 회사방향이다.
 
그는 "액체생검 이용한 진단시장은 아직 과도기 단계로 지금은 시장이 크지 않고 형성이 더디지만 조직생검에서 액체생검의 전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다가올 큰 파도를 타고 넘기 위해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면서 "CTC 분리, 분석기술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 항암치료의 극심한 부작용과 암 재발로 인한 환자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들을 계속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대전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와 함께 준비한 기사로 센터 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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