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박사... 21세기 빛낼 세계의 5백인 선정 비결

"절대 반찬 투정은 금물입니다. 1년이면 거의 365일, 하루 2개씩 도시락을 싸주는데 아내에게 반찬타박을 하면 가정이 풍비박산(風飛雹散)나지요." 최근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와 미국인명정보기관(ABI)으로부터 21세기를 빛낼 세계의 5백인으로 동시 선정된 한국화학연구원 朴수진 박사(40 화학소재 연구부)는 연구원내에서 도시락 박으로 유명하다.

1년 내내 도시락을 싸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朴 박사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 것은 어언 3년여 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휴일조차도 그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박사님이 점심값 2천5백원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도시락을 먹으면 5분이면 되는데 식당에서 먹으면 구내식당이라도 30분 이상 걸릴 수밖에 없다. 朴 박사는 "구내식당은 항상 줄을 서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어서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다"면서 "도시락을 먹으면 남는 시간에 나름대로 사색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도시락 예찬론을 펼쳤다.

朴 박사가 500인에 선정된 것도 따지고 보면 도시락을 이용한 시간 절약 덕분. IBC와 ABI로부터 공동으로 21세기 세계를 빛낼 500인에 선정된 데 이어 박 박사는 2000명의 지식인, 2000명의 탁월한 학자, 명예 훈위 500명, 5백명의 지도자에도 오르는 등 각종 잡지를 장식했다. 朴 박사의 표면상 선정 이유는 고체 표면 특성 연구 및 비균일성 흡착 이론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

그는 고분자나 탄소 같은 고체의 표면이 비균일 하다는 사실을 Fermi Dirac 분포도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방법을 도출해 관련학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朴 박사가 이번에 21세기 세계를 빛낼 500인이 들어간 것은 이런 연구성과 뿐만 아니라 그의 성실한 연구 활동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

우선 그의 논문 수를 보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朴 박사는 최근 3년 동안 1백50여편의 학술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일주일에 평균 1편 꼴. 우리나라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1년에 평균 0.8개의 논문을 발표하고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들 조차도 6편을 발표하는 것을 감안할 때 朴 박사의 부지런함이 짐작된다. 양(量)도 최고수준이지만 질(質)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50여 편의 논문 가운데 30여편 이상이 국내 5백대 논문에 들어갈 정도. 국내외 특허도 이미 45건 등록을 마쳤다. 朴 박사가 이렇게 논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실험 결과의 이론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부터.

수백 편의 논문을 펴내다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도 쌓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구한 실적을 토요일에 페이퍼 작업하고 일요일 오후쯤 완성하는 식이다. 그는 "논문을 쓰는 것은 컵에 물이 비어야만 다시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라면서 "메뚜기도 한 철이듯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정도의 논문 수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덕밸리에 불고 있는 벤처창업에 대해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朴 박사는 "연구원은 열심히 연구를 하고 벤처기업인들은 열심히 돈을 벌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연구활동은 천직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덕넷 구남평기자>flint70@hellodd.com

아래는 박수진 박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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