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전통적으로 대학과 각 연구기관들이 함께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기초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미래기반을 창출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정보화 사회로의 발전추세에 따라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분야의 연구비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9년도 독일 전체 멀티미디어 관련된 연구비도 98년에 비해 14%가 증가했고, 지난해도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다. 독일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과감한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inews24는 독일은 물론 서유럽지역 최대의 공과대학인 아헨공대 전자통신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의 유럽진출의 전초기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를 방문했다.

[편집자주] 125년의 역사를 가진 아헨공대는 독일 산업발전의 주축인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독일 과학기술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3만7천여명이 재학중이며 정교수 700여명, 부교수 및 연구원도 2천여명에 이른다. 연구소만도 250여개.

전자통신연구소(Communication Networks 소장 베르나르트 발크)도 250여개의 연구소중에 하나다. 1971년에 설립돼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며 산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연구소에는 연구원 36명, 학생조교 60여명, 논문을 쓰고 있는 학생도 70여명이 넘는다.

보통 150-170여명이 근무한다. 논문학생은 그 수가 상당히 유동적이다. 교수진도 초빙교수를 포함해 30여명에 달하고 있다. 교수진은 반도체, 전자공학, 통신공학, 컴퓨터 엔지니어링, 전자기계 등 6개분야로 나눠져 있다. 특이한 것은 교수가 되려면 산업계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산업현장과의 연계를 중시하는 독일시스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연구소는 60여개의 정보통신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연방정부, EC(European Community), 산업체, 연구재단 등으로부터 과제를 수주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주기관이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각 프로젝트 수행기간은 적게는 2년부터 많게는 10년. EC과제는 보통 2-4년이며 정부과제는 4-5년이 보통이다. 그러나 정부과제의 경우 장기프로젝트는 10년이상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국가전략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추진할 때의 일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EC과제일 경우 연구과제를 위탁한 나라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들 과제는 또한 각 나라에서 위탁할 경우도 있고 몇 개 국가가 공동으로 제안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연구원 오승훈씨(33)는 "유럽통합이후 각 국가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현재 EC에서 수탁한 위성통신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를 졸업한 학생들의 몸값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배출한 65명이 에릭슨, 모바일컴, 지멘스, 노키아, 필립스 등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에 취직했다.

조건에 맞는 기업을 골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들 연구소 출신들이 유럽지역의 IT업체 요직을 두루 장악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유럽 전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독일도 각 연구소에서 연구한 결과물을 사업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아헨공대 주변에는 테크놀로지파크(창업보육센터)가 조성돼 지난 15년동안 100여개의 기업이 창업해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

아헨공대 홍보담당 관계자는 "정보통신뿐만 아니라 공작기계연구소 등 독일에서 두드러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에서 많은 기업이 창업하고 있다"며 "아헨공대 주변으로 미스비씨, 에릭슨, 포드연구소 등이 옮겨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베르나르트 발크 아헨공대 전자통신연구소장

"전자통신연구소는 졸업한 학생들이 곧바로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입니다"

독일 아헨공대 전자통신연구소 베르나르트 발크(Bernhard Walke) 소장(60)은 연구소 운영기본방침을 이같이 밝혔다. 대학졸업후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을 새로 습득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독일학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베르나르트 발크 소장과의 일문일답

-연구소는 어떻게 운영되나
"기본적으로 현장실습 2개월과 학업기간중 산업현장에서 6개월이상 실습과 함께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실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평가한 후 학점으로 인정된다"

-연구소에서 초점을 두는 것은
"다음 세대에 무엇이 올 것인가를 예견하고 연구한다. 예를들어 GPRS(일반패킷무선서비스)는 전송량이 적어 무선랜으로 연구방향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교수이면서 기업도 소유하고 있다는데
"연구한 결과물을 산업에 응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연구소에서는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를 한다. 따라서 많은 성과가 나온다.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대한 사안이다"

-앞으로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은
"현재로서는 인터넷을 확실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보완적인 툴을 개발해야 한다. 나조차도 확신은 못하지만 이를 연구개발로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제대로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구소장은 어떤 일을 하나 "교수나 연구소장은 연방정부나 기업체 등에 제안서를 제출해서 프로젝트를 따내야 한다. 교수는 이런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컨트롤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독일 자브리켄(독)=아이뉴스 24 최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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