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VR 과학여행 ① 제주에 에너지가 분다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소재·IT’
꿈이 영글어가는 곳 ‘제주’

에너지연 제주글로벌연구센터·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넥슨컴퓨터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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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언택트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비대면이 일상화가 됐다. 체험이 중요한 과학관 역시 굳게 문을 닫았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공모에 '코로나19 특집 대한민국 팔도 VR 과학여행'에 선정됨에 따라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과학시설을 취재, 보도를 준비한다. ▲제주도 ▲경기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대덕연구단지 순으로 보도할 예정이다.<편집자편지>

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도 구좌읍 해맞이 해안도로로 차를 운전해 가다보면 깊고 푸른 제주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리고 에메랄드 빛 물결이 신비로운 월정리 해변을 따라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들이 반가운듯이 인사한다.

청정에너지의 모든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이윽고 도착한 청정 에너지의 모든 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센터장 서용석·이하 제주에너지연구원)'. 이곳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축인 풍력, 전기차충전시스템과 전력시스템, 바닷물 염분 농도차를 이용하는 해양융복합 연구가 이뤄진다. 신재생에너지의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 인력 36명, 지원 인력 18명, 전체 54명의 구성원이 매일매일 탑을 쌓아 올리듯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실제 제주에너지연구원 앞에 가면 연구자가 바다에서 건져올린 갖가지 형태의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작은 탑들이 즐비하다. 방문객과 지나는 이의 눈길을 끌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끝없는 펼쳐진 바다 위에 우뚝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들. 가까이서 보는 풍력발전기는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바람을 안고 블레이드가 윙윙 돌아간다. 제주에너지연구원은 바람이 많은 제주의 특성을 이용해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고 기술 국산화를 위한 핵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람이 풍부한 제주

서용석 센터장에 의하면 제주는 한라산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이 평야를 이뤄 어느 지역보다 바람이 풍부하다. 바람의 양이 지역마다 달라 그 특성도 연구 대상이다.

제주에서 풍력발전 연구

제주에서의 풍력발전 연구는 2011년 1000킬로와트(kW, 1메가와트) 규모로 시작됐다. 지금은 1대당 5.5메가와트(MW)를 넘어 7MW로 대형화로 가는 추세다. 7MW는 각 가정이 사용하는 계약전력이 3kW이므로 동시에 2000세대가 쓸 수 있는 양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풍력발전기 기술이 관건이 됐다. 서 센터장은 "초기에는 바람의 양 등 특성을 몰라 바람이 많다고 알려진 곳에 풍력발전기를 세웠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바람의 양, 가벼우면서도 내구성 강한 소재, 소음, 하중 등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연구팀의 끊임없는 연구

풍력연구팀은 연구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상 풍력 입지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또 풍력발전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유지보수 시스템을 개발,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제주시는 탄소제로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충전시스템 설치가 당면 과제다. 또 안정적인 전기 공급망도 요구된다.

전력시스템연구팀의 주력 연구분야는 전기차충전시스템과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 평가 기술. 우선 기존의 고속, 완속 충전시스템을 초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1분만 충전해도 500km를 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문제를 재활용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서 센터장에 의하면 제주는 신재생 자원이 풍부해 스마트 그리드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전력시스템으로는 30%이상을 투입 할 수 없어 ESS 연구도 필수다. 현재의 ESS는 설치비용이 고가이고 화재의 원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력시스템연구팀은 ESS 안전성과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현장형 시험기술 장비를 개발했다. 장비를 탑재한 차량이 현장까지 이동해 ESS 개발기업의 제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데이터를 제공한다. 고희상 전력시스템연구팀 박사는 "이를 통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고 성능저하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현재 30kW급까지 점검이 가능하며 2022년 전기버스급의 100kW급의 ESS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닷물과 담수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하다

해양융복합연구팀은 바다와 육상에너지를 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바닷물과 담수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하는 염분차발전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의 원리는 농도가 다른 두 용액에서 물만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삼투막을 이용해 발생하는 삼투압으로 전기를 생산한다(압력지연삼투법). 또 농도가 다른 두 용액에서 이온만 이동하게 하는 이온교환막을 이용해 발생된 전압차이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다(역전기투석법).

제주에너지연구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로 역전기투석 방식으로 5W급 염분차발전시스템을 개발하고 제작까지 완료했다. 특히 이온교환 분리막 성능에서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다. 해양융복합연구팀은 2023년까지 200kW급 염분차발전 파일롯플랜트 실증을 통해 2025년 상용화 수준의 MW급 발전플랜트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주목받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술

염분차발전은 풍부한 바닷물을 이용하면서도 이산화탄소나 방사성 물질, 오염 폐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술로 주목된다.

해양 바이오 산업의 원천 기술 ‘한국해양과기술원 제주연구소’

제주도는 해양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진다. 제주해역은 쿠로시오 해류 등이 계절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며 독특한 해양 환경을 형성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월정리 해안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소장 박광순·이하 제주해양과기원). 한반도 기후, 해양환경 변화를 연구하며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한국근해의 기후변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제주특성의 해양바이오 산업 연구를 통해 해양생물에서 유래되는 기능성 물질의 원천기술 확보, 미래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세조류 대량생산 실증시스템

제주해양과기원에 들어서면 대형 플랜트가 눈에 들어온다. 미세조류의 대량생산을 돕는 플랜트로 제주해양과기원 연구팀이 직접개발했다. 현재 용암해수를 이용해 남조류 스피룰리나를 배양, 생산 중이다.

강도형 제주특성연구센터장에 의하면 스피룰리나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 치매 등 노화관련 퇴행성 뇌질환 등 인지능력 개선에도 효과를 보여 관련 신약개발 가능성도 높다.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키로 했다.

  • 제주해양과기원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플랜트
  • 대형 플랜트 전경
  • 설명중인 강도형 제주특성연구센터장
미세조류 세포 배양시 사용되는소태아혈청을 대신할 수 있다.

특히 미세조류 세포 배양시 사용되는 소태아혈청(비용, 위생 등 문제 해결)을 대신할 수 있다. 현재 70%까지 대체가능하다. 또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할 때면 이산화탄소를 흡수, 기후변화의 주범을 줄이는 역할도 하게 된다.

스피룰리나는 그동안 대량생산을 하지 못해 해외에서 수입해 왔다. 연구팀이 플랜트를 개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맞춰면서 12일간 배양하면 회수하게 된다. 연간 800kg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상용화도 가능해졌다

강 센터장은 "국내에서 개발한 배양 자체기술로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줄기세포 등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항체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체질개선이 예상된다"면서 "연구팀이 개발한 플랜트는 생산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플랜트 시설은 직접 개발해 설치한 광후드로 지하에서도 빛을 95%까지 확보할 수 있다. 건물 지하에서도 미세조류 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세상의 아이디어를 바꾸는 넥슨컴퓨터박물관

컴퓨터는 인류의 삶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켜 왔다. 아이디어들이 더해지며 컴퓨터는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최초의 컴퓨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컴퓨터와 주변기기의 발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넥슨컴퓨터 박물관.

공항에서 멀지않은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넥슨컴퓨터 박물관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워졌다.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 문화는 물론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는 코딩 작업 등 다양한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입출력기기, 메모리, 그래픽카드의 모든 것

넥슨컴퓨터 박물관은 3층 건물로 구성됐다. 1층에는 초기 컴퓨터의 머더보드(Motherboard)를 재현한 공간부터 입출력기기,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설치된 나무로 만들어진 마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더글라스 엥겔바트가 개발한 최초의 마우스(1964년)로 나무 밑에 바퀴가 달려 있어 매끄럽게 움직인다. 초기 마우스는 좌표를 표시하는 역할을 했단다.

1층 전시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니악이 만든 애플의 첫번째 컴퓨터 Apple1이다. 전 세계에 50대만 남은 상태로 그중 6대만 작동되고 있다. 넥슨컴퓨터에서 보유한 컴퓨터도 작동된다. 워니악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애플의 목각 컴퓨터로 볼 수 있다(아쉽게도 작동은 안됨).

넥슨컴퓨터 박물관은 김정주 회장이 어린시절 서점에서 컴퓨터를 접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듯이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 전국의 청소년이 가장 많이 찾을 수 곳으로 제주도,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련했다. 그런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공간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2층은 게임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 최초의 비디오 게임기 'Pong'(1972년)을 비롯해 다양한 게임기들이 전시돼 있어 체험이 가능하다. 웨어러블 컴퓨터 게임 체험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친구들끼리 같이할 수 있는 댄스 게임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국내에서 발간한 게임잡지 1700여종도 보유 중이다.

박두산 교육홍보팀장은 "Pong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컴퓨터 게임을 놀이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3층은 게임을 만들어보는 체험관

3층은 지금까지 출시된 컴퓨터를 비롯해 코딩으로 게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이다. 넥슨컴퓨터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 25주년을 맞아 자신의 게임 연대기를 볼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 게임 이력이 많을수록 영수증 길이가 길어진다. 2021년까지 운영해 우승자를 가길 예정이다. 우승자는 1층 입구 서포터즈 보드에 기록된다.

<취재 및 기사, 사진, 영상= 대덕넷, 웹편집= 지오넷>

대덕넷의 팔도 VR 과학여행 기획취재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추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