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
신호 증폭하고 흡수하고···자연계 존재하지 않는 물성 구현
프론티어사업, 올 8월 종료 "지속 운영, 상용화 실현하고파"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파동보다 작은 인공구조물을 설계해 파동에너지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파동보다 작은 인공구조물을 설계해 파동에너지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Beyond the Limit(한계를 넘어서)'.

한 연구단의 슬로건이다. 모든 과학자가 한계에 도전하는 자들이라지만, 이 연구단은 남다르다. 이들이 다루는 무기는 '메타물질'. 정의 자체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소재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즉 이성적으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인공적으로 구현해낸다는 뜻이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하 연구단)' 이야기다.  

빛이나 소리는 물이나 공기 등을 만나 파동이 바뀌며 반사되거나 굴절된다. 이러한 파동 특성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재가 메타물질이다. 영화 속 투명망토, 투명비행선, 고해상도 홀로그램, 고성능 렌즈 등의 실현이 이 메타물질에 들어있다. 연구단 이름이 '파동에너지극한제어'인 이유다.

◆ 메타물질?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개발한 메타구조체. 얇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이 개발한 메타구조체. 얇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연구단은 메타물질로 이루어진 메타구조체를 최적으로 설계한다. 이를 통해 파동에너지를 제어하고 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현상을 구현,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다.

연구단의 대표성과 3개가 있다. 소리차단, 신호증폭, 신호흡수다. 일반 노이즈를 스피커로 가공한 형태를 화이트 노이즈, 즉 백색소음이라 부른다. 연구단이 개발한 메타구조체는 이 백색소음을 잡는다. 메타구조체는 목적에 따라 특정영역의 파동을 흡수, 반사,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는 메타구조체를 지나가자마자 상쇄된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층간소음 등 일상생활을 비롯해 군사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기존 물질에 비해 무게가 25%밖에 되지 않아 활용도가 높다.

신호를 증폭할 수도 있다. 이 의미는, 멀리 나가는 신호를 잡고 가까운 거리의 신호는 증폭해 더 정확하게 잰다는 뜻이다. 자동차 후방 감지 센서나 자율주행 차량 등에 활용된다. 연구단은 3배 이상 신호 증폭에 성공했으며, 강재를 활용할 경우 6배까지 커질 거란 설명이다. 

또 다른 대표적 성과는 스텔스 항공기다. 스텔스란 군대에서 적군의 탐지수단에 들키지 않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스텔스 항공기나 함선은 레이더뿐만 아니라 적외선 탐지장치에 대해 발각 확률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연구단은 메타물질을 활용해 마이크로파가 오면 흡수할 수 있는 구조체를 개발했다. 페인트나 두꺼운 타일이 아닌, 얇고 구겨지는 필름에 스텔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메타구조체를 새긴 것이다. 

자연계 현상을 물리적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파동을 제어하는 메타구조체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설계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패턴을 지닌 플라스틱 조각 같지만, 이 안엔 설정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프레임의 두께부터 폭, 패턴, 패턴들의 간격 등을 일일이 고려, 해석해야 한다.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은 "파동을 제어하는 메타구조체는 구조체를 이루는 특별한 모양에서 시작된다"며 "메타구조체 설계부터 크기, 두께, 물성 등을 변화시키면서 우리가 원하는 성능이 나올 때까지 실험해야 한다. 융합연구와 시행착오가 필수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 사업단, 8월 종료 "아직 꿈 남아있어"
 

올 8월이면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의 사업이 종료된다. 이학주 단장은 이후에도 연구단이 지속 운영되길 희망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올 8월이면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의 사업이 종료된다. 이학주 단장은 이후에도 연구단이 지속 운영되길 희망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이 단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85년 한국기계연구원에 입사한 뒤 나노 등을 주제로 연구 중 메타물질을 알게 됐다. 그에게 메타물질은 처음부터 응용을 위한 기술이었다. 메타물질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그런 이 단장을 무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만의 접근방법으로 메타물질을 개발하면 충분히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당시만 해도 메타물질은 대부분 형상, 두께, 모양 등이 직관으로 연구됐어요. 그러면 안 되겠다 싶었죠. 원하는 물성을 구현할 수 있는 설계방식을 만들어야겠다. 그게 바로 최적설계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물성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물을 설계하는 거죠."  

연구단은 지난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일환으로 시작됐다. 독립적인 재단법인 형태로, 세계를 선도할만한 일등 기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은 총 10개 연구단 중 막내다. 올 8월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후 운영여부는 연구단에게 달려 있다. 적절한 평가를 거쳐 위원회로부터 독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연구단 그 자체로 지속 유지할 수 있다. 

이 단장은 사업 종료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단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무엇보다 메타물질을 상용화시키는데 본인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단은 지금까지 8개의 창업기업과 31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기록했다. 출원한 국내외 특허만 550건에 달한다.

그는 "응용에서 실용으로 가려면 장벽이 있다. 그게 바로 그랜드 챌린지"라며 "그러기 위해선 손실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경제적인 관점을 볼 수밖에 없다. 퍼스트 무버 역할을 유지하면서 메타물질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하고 싶다. 기존에 없던,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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