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30주년 기념 자연모사 국제 심포지엄' 개최

별다른 접착제 없이 나무에 딱 달라붙어 있는 개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또한, 아주 미세한 신호를 감지해 낼 수 있는 인간의 청각기관이나 어류의 옆줄을 이용해 고감도 센서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의문점에서 시작된 '자연모사공학(Nature-inspired engineering)'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이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화영)에서 연구소 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자연모사공학'이란 자연의 생물체 및 생체물질의 기본구조, 원리 및 메커니즘을 모방 및 응용해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세계적인 예로 새들이 활공 중 날개를 비틀어 비행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에서 비행기의 방향전환방법을 개발한 라이트 형제나 사람의 고관절에 존재하는 뼈 잔기둥의 밀도와 방향이 응력방향과 관계 있음에 힌트를 얻어 만든 에펠탑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22일 기계연 1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자연모사공학 관련 전문가 80여 명이 참석해 자연모사 공학에 대한 국제적 기술 방향 및 기술 수준에 대한 심도 깊은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에는 빈센트 줄리앙(Vincent, Julian) 바쓰대학 교수 시켈 유리(Shkel, Yuri) 위스콘시대학 교수, 라마크리쉬나 시람(Ramakrishna, Seeram) 싱가폴대학 교수, 타카키 오사무(Takai, Osamu) 나고야대학 교수가 해외 대표로 참여해 각자 연구하고 있는 자연모사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한국측 대표로는 김완두·나종주 기계연 박사, 서갑양 서울대 교수, 이영신 충남대 교수, 윤광준 건국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김완두 기계연 박사는 "자연계에는 나노구조물의 다양한 특성들을 이용해 유용한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는 생물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라며 "청각기관 및 어류의 옆줄은 나노실리아를 이용해 미세 신호를 감지하고 있으며, 게코도마뱀 등의 부착류 동물들은 나노헤어 구조로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어류의 옆줄이나 게코도마뱀처럼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의 원리를 규명하고 검증한 후, 나노 공정 등을 통해 나노구조물을 모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연구의 결과물들은 극미세 초정밀 센서, 인공감각기관, 반도체공정용 웨이퍼 이송용 부착장비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빈센트 줄리앙 교수는 "생물학에서 비롯된 기술과 기능을 이용해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현재의 방법들은 너무 무계획적"이라며 러시아에서 개발된 TRIZ(창조적인 문제해결 이론)를 이용해 작성한 '변화에 대응하는 생물학적 기능'들에 대한 체계적인 도표를 보여줬다.

그는 "공학기술과 생물학 사이의 유사성은 극히 드물다"라는 말과 함께 "중요한 사실은 생물학과 공학사이의 차이점들은 정량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혀 새로운 공학기술들을 개척해 나가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나종주 기계연 박사는 연꽃잎의 특성을 이용한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연꽃잎은 습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 위에 물을 남겨두지 않는다"라고 운을 뗀 뒤 "놀라운 것은 잎 표면의 마이크로, 나노 구조물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이를 모사하기 위해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고분자 표면을 상압 플라즈마로 처리했다. 플라즈마로 처리된 고분자 표면은 연꽃잎과 같은 거칠기를 보였으며 여기에 역시 상압플라즈마로 얇은 테플론 코팅을 하였을 때 초소수성 표면을 얻을 수 있다.

나 박사는 "이는 자동차, 고층빌딩, 안경 등의 유리나 선박의 표면에 응용하여 먼지가 묻지 않고 물에 젖지 않는 표면을 만드는데 활용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윤광준 건국대 교수는 곤충, 새, 물고기 등의 근육운동을 모방한 소형비행기, 로봇곤충, 로봇물고기, 인공근육 등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의 주요 내용은 압전재료를 이용한 복합재료를 이용해 동물의 근육을 모사한 인공근육을 개발하고 복합재료 내부에 마이크로 파이버, 단결정 재료 등을 이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윤 교수는 현재 새를 모방한 소형비행기의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유명 완구회사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그 외 이번 발표에서는 바이오용 마이크로·나노 캔틸레버 센서, 전기방사된 나노파이버의 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세포증식을 하여 혈관재상 및 신경관 등을 재생 기술, ANSYS라는 상용 유한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체 근육 및 골격에 대한 모델 구현 기술 등이 발표돼 행사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심포지엄장을 찾은 박호용 생명연 박사는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연모사공학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간이 알지 못하는 자연의 힘들을 밝혀내고 응용해 나가면서 인간의 과학은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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