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현석 토모큐브 AI 팀장 "AI 도입 당연한 과정"
단순히 '본다' 넘어 물체 분류, 추적, 전환까지
여러 병원과 협업해 데이터 쌓는 중

세포를 3D 영상으로 보여주는 현미경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기업 토모큐브(대표 홍기현)가 인공지능(AI)으로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민현석 토모큐브 AI 팀장은 "지금까지는 홀로그램 현미경의 기본인 '보여주는' 기술과 성능에 집중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그 시기를 넘었고 여기에 다양한 기능을 더해가고 있다. 이를 위해 AI 기술을 도입한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라고 밝혔다.

토모큐브는 1년 전 AI 관련 전공자 6명으로 이뤄진 전문 팀을 꾸렸다. 이들이 구현하는 현미경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처리한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사용자가 보고 싶은 대상을 보여주고, 관찰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물체를 구분하고, 추적한다. 원하는 물체로 바꿔주고, 특정 물체만 특히 더 잘 보여주는 기능도 연구 중이다. 민 팀장은 "AI 기술에 발을 내디뎌 데이터를 쌓아가는 시작 단계"라고 소개했다.

토모큐브 민현석 AI 팀장은 "우리는 AI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AI에 필요한 많은 공개 기술을 수정해서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를 분류, 추출, 예측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토모큐브 민현석 AI 팀장은 "우리는 AI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AI에 필요한 많은 공개 기술을 수정해서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를 분류, 추출, 예측하는 데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 보고, 구분하고, 판단하는 AI 현미경

 

민 팀장은 먼저 물체의 경계를 구분하는 AI 모델의 기능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항암치료제에 공격을 받아 죽어가는 암세포의 모습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치료제와 암세포가 자동으로 서로 다른 색깔로 표기되고, 두 개체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그는 "AI가 두 개체를 구성하는 픽셀의 특성을 학습해 각 픽셀이 어디 소속인지 예측해 구분한다"며 "두 개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교환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원리로 현미경 촬영 영상에 생기는 결함(노이즈)도 지울 수 있다. 노이즈는 샘플을 올려놓는 슬라이드가 기울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다.

AI 모델은 샘플과 샘플 밖 배경의 특성을 학습해 배경에 있는 노이즈만 걸러낸다. 따라서 사용자가 렌즈의 깨끗한 상태를 기준점으로 설정하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아예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 오랫동안 촬영할 때 렌즈 오염도가 계속 변해도 문제없다.

AI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와 T세포를 구분해 추적하는 3차원 영상. 새로운 마커를 찾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AI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와 T세포를 구분해 추적하는 3차원 영상. 새로운 마커를 찾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연구팀은 AI 모델을 통해 패혈증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19종을 분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박테리아들은 크기가 약 1~2㎛며 생긴 모양이 비슷해 사람이 구별하기 어렵다. 민 팀장은 "박테리아 종류별로 약이 다르지만, 환자의 피를 뽑아 화학적 요법으로 분석하기까지 하루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모든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을 환자에게 투여한다"고 전했다. 

 

반면, AI 모델이 적용된 현미경은 박테리아를 보자마자 구분한다. AI 팀이 삼성병원·KAIST와 공동연구한 결과 AI 현미경이 구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초며 정확도는 95%다.

샘플을 준비하는 데 드는 몇 분을 포함해도 기존 방법과 비교가 안 되게 빠르다. 19종을 다 죽이는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도 없다. 민 팀장은 "기존에 세균 분류에 쓰이는 그람(gram) 염색법을 이 AI 모델로 대신한다면 90% 이상 정확도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AI 현미경은 세포핵의 크기를 정교하게 구분하거나 수술한 뒤 혈관이 얼마나 회복될지, 기능이 얼마나 떨어질지 등을 예측하는 데 쓰일 수 있다.

패혈증(체내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19개 세균의 현미경 사진. 육안으로 종류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패혈증(체내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19개 세균의 현미경 사진. 육안으로 종류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토모큐브 제공>
◆ 의료계와 공동연구 多···임상 데이터 쌓는 중

신개념 현미경 개발 소식에 의료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토모큐브에서 현재 인력으로 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동연구 제안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AI 팀은 국내외 여러 병원·대학·기관과 협업해 질병·임상 관련 데이터와 기반 기술을 쌓았다. 함께 연구하는 분야는 진단의학, 응급의학, 암, 신약개발 등 다양하다. 

연구팀은 그동안 다져온 기술을 바탕으로 대상 질병 종류를 넓혀가고 있다. 볼 수 없어서 만들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오마커'도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다. 토모큐브의 현미경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한 현지 병원은 4~5곳 정도다.

민 팀장은 "좋은 데이터가 쌓여야 좋은 AI 모델이 나온다"며 "데이터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은 이미 입증했다. 발전 속도도 빠른 편이고 앞으로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살아 있는 세포의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토모큐브의 홀로그램 현미경. <사진=한효정 기자>
살아 있는 세포의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토모큐브의 홀로그램 현미경. <사진=한효정 기자>
아직 비공개인 연구팀의 AI 기술은 완성된 후 소프트웨어로 배포될 예정이다. 기존 토모큐브 현미경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된다. 새 기술에 맞춰 장비도 개선된다. 민 팀장은 "HT1, HT2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버전도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AI 팀의 목표는 토모큐브의 기술과 현미경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궁금증을 품고 더 많은 문제를 풀고 더 많은 가치를 찾도록 AI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민 팀장은 "AI는 뭔가 멋지고 멀기만 한 기술이 아니라 당연히 써보게 되는, 다양한 것을 보게 해주는 좋은 도구다. 못 보던 것을 보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며 "우리의 AI 모델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도움을 주는 영역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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