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과학자 재창출 기획 ①]베이비부머세대 대거 현장 떠나
"퇴직 전 기술 적용할 창업교육, 중기지원 교육 필요"
"퇴직 후 연착륙할 프로그램, 협력·기여문화도"

100세시대입니다.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회취재 지원으로 고경력 은퇴 과학자들이 경험과 지식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행복한 인생이막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글 싣는 순서 ▲은퇴과학자 현황 ▲성공과 실패 사례 ▲설문 결과 上, 下 ▲좌담회 ▲오픈토론회 시리즈로 연재보도 할 예정입니다.<편집자 편지>

296명(2020), 341명(2021), 384명(2022).

정부출연연구기관 퇴직 예상 인원이다(2019년 6월 기준). 올해부터 3년간 1000명 이상이 퇴직하게 된다. 연구직만도 671명(197명, 213명, 261명)이다. 근래 3년간(2016~2018) 퇴직한 인력도 1000여명(연구직 665명)에 이른다. 출연연 재직자 중 2000명, 고경력 과학자 1336명이 현장을 떠나는 셈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에 의하면 2022년을 기점으로 출연연 은퇴인력 수치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내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들의 은퇴 시기가 지나면서 퇴직 인력도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인구구조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것에 비해 대비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축적과 경험이 중요한 과학기술분야 역시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과학기술들이 그대로 사장되는 사례도 다수다.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는 고경력 과학기술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구개발의 경험, 지식 등이 단절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평생 연구개발에 힘써온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이 인생 이막을 준비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적, 개인적 손실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과학기술인의 경우 국내 경제발전과 산업중심 연구개발시기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산업계와 밀접한 연구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 중에는 해외의 더 나은 연구 환경을 마다하고 고국행을 선택한 연구자도 상당수다. 하지만 기여도와 상관없이 정년을 맞아 현장을 떠나야 하는게 현실이다.

고경력 과학기술계와 함께 해온 한 인사는 "평생 연구만 하느라 사회를 잘 모르는 연구자도 많다. 그들 중에는 사기 등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는 누구나 은퇴 시기를 맞는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은퇴후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퇴 과학자 정년 후 재취업?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정년은 만 61세다. IMF 이전에는 65세였으나 1997년부터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년이 축소됐다. 당시 교수 65세 정년을 제외하고 교사(65->62세), 공무원(61->60세), 공기업(58->60세) 분야 종사자는 정년이 조정됐다. 설상가상 2015년부터 과학계는 임금피크제를 적용, 임금 삭감도 실시되는 상황이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박사급 출연연 연구원의 경우 실제 출연연 근속기간을 25년 정도로 보고 있다. 박사와 박사후 과정까지 마치고 연구기관에 오는 나이가 이미 30대 중반을 넘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정년 환원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여건, 형평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출연연은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제도(총 정규직 연구원 정원 10%), 정년후 재고용제도(총 정원 5%) 등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퇴직자의 76%정도가 혜택을 받는다.

우수연구원 정년연장 제도는 용어 그대로 우수연구원에 선정되면 정규직으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다. 20개 출연연에서 도입한 상태다. ETRI,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국가보안연구소, 녹색기술센터(GTC)는 도입하지 않아 61세가 되면 무조건 퇴직해야 한다. KISTI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는 도입했으나 아직 운영하지 않고 있다. 아직 해당 인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년후 재고용 제도는 정년 후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되는 제도. 이 역시 65세를 넘지 못한다. GTC를 제외한 24개 기관에서 운영중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철도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는 도입 후 미운영 상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정년퇴직 연구자 527명중 우수연구원 161명(31%), 정년후재고용 240명(45%) 등 401명(76%)이 현장에 근무 중이다. 24%의 은퇴자 126명은 61세를 정년으로 경험도 그대로 단절되는 셈이다.

◆ 기술 사장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도 고경력 과학기술 인력 고용촉진과 활용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외교부, 민간기관 등이 나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대부분 기술지원으로 인생 이막을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은 없는게 사실이다. 또 형식적 교육으로 그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과학기술인의 은퇴이후 인생설계와 사회참여는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LIFE-100 디자인 아카데미 과정'이 있을 뿐이다. 4박5일간의 일정으로 변화관리, 자산관리, 여가관리, 건강관리 등 은퇴 설계를 교육한다. 이후 맞춤형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지원기관으로 하는 ODA(공적개발원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재정지원사업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ODA 사업은 퇴직 전문가의 해외파견사업, 과학기술지원단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반응이 좋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이공계전문가의 중소기업 기술애로 해결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교류모임은 과학기술연우연합회, 과우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퇴직자의 모수가 늘면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퇴직자 중심의 단체들이 이익집단화, 관변단체화 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단체,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목소리, 기여하고자 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인재개발부장은 "기관마다 평가를 통해 정규직, 계약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경험을 활용할 직무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수요조사 등으로 활용직무도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2023년부터는 퇴직 인력이 감소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퇴직후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연연마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인력 순환이 안되는 문제도 있다. 퇴직 전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창업교육, 중소기업 지원, 경력개발 등 프로그램 마련도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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