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기업 두시텍, 전공자 없이 25년간 '항법기술' 연구
내후년 발사 예정 '차세대소형위성 2호' 탑재 준비 완료
독자기술 자체 드론 개발···"적자 내더라도 해낼 것"

정진호 두시텍 대표. 두시텍은 1990년 창업 이후 1995년 우연한 기회로 항법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그렇게 무인력 무자본으로 약 25년 간의 연구 끝에 자체개발 항법기술을 탄생시켰다. [사진=이유진 기자]
정진호 두시텍 대표. 두시텍은 1990년 창업 이후 1995년 우연한 기회로 항법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그렇게 무인력 무자본으로 약 25년 간의 연구 끝에 자체개발 항법기술을 탄생시켰다. 사진=이유진 기자

적자를 내면서까지 한 우물만을 파는 기업이 있다. 25년 간 오로지 독학으로 우주 기술에 뛰어든 이 기업은 내부 인력마저도 전공자가 없다. 모두 사내 독학으로 기술개발을 이뤄냈다. 자체 개발한 위성용 복합항법장치는 내후년에 쏘아 올려질 차세대소형위성 2호 탑재 준비를 완료했다. 바로 대덕의 융합항법 전문기업 '두시텍'이다.

항법장치란 이른바 네비게이션이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점으로 찍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위성의 등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육지부터 바다, 하늘, 우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자율주행차와 행성 탐사는 물론, 영화에서만 보던 날아다니는 자동차, 우주 여행도 이 항법기술에 따른 것이다.

두시텍의 항법장치. 우주용 중소형 위성용복합항법장치부터 국방용 초소형 항법장치까지 즐비돼 있다. 모두 자체개발한 것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두시텍의 항법장치. 우주용 중소형 위성용복합항법장치부터 국방용 초소형 항법장치까지 즐비돼 있다. 모두 자체개발한 것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정진호 두시텍 대표는 "우주라는 건 우리가 많이 쏴올려서 경험해야 한다. 경험이 없으면 결국 우주 개발했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영화처럼 도시 공간을 날아다니는 자가용 무인기, 행성 여행 등이 항법의 미래"라고 내다봤다.

자체 항법기술을 지닌 두시텍도 그간의 고난은 있었다. 내부 전공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초기 개발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오로지 연구용역으로 항법기술을 개발했다. 그렇게 2018년 품질 검증을 거쳐 국내 개발 기술로 공식 인정받았다.

그렇게 두시텍의 항법장치는 상업용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탑재돼 내후년 우주로 쏘아 올려 진다. 해당 위성이 3년 이상 고장 나지 않고 궤도를 돈다면 세계 6번째 상업용 위성 기술보유국이 된다고 한다.

정 대표는 "강대국들은 항법 위성을 다 소유하고 있는데 우리만 없다"며 "전쟁 시 정확한 미사일 타겟에 있어 항법 위성은 필수인 점을 고려해  한국은 눈감고 전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항법 기술을 개발하기 쉽지 않지만, 약 20년간의 독학으로 이뤄냈다"면서 "차세대 소형이 성공하면 중형, 대형, 달 탐사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내비쳤다. 

◆ 초소형 항법기술 집적체 드론, '100% 국산화' 실현 

약 7년 간 두시텍이 개발해낸 100% 국산화 드론. [사진=이유진 기자]
약 7년 간 두시텍이 개발해낸 100% 국산화 드론. 사진=이유진 기자

현재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 'DJI'는 2014년 드론 '팬텀'을 출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항법기술은 두시텍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두시텍은 꾸준한 항법기술 전문 기업으로서 성장을 위해 수익 창출 경로로 '드론'을 택했다. 항법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DJI의 위상 뒤에는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이 자리했다. 반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던 두시텍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모아 100억원을 들여 두시텍만의 최초 드론을 개발했다. 정 대표는 "현재 30억원 정도의 빚이 생겼지만 국내 기술만으로 우리만의 드론을 만든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두시텍은 자체 항법기술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독자적인 드론 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 대표에 의하면 아직까지 국내 무인기 95% 이상이 외국산이다. 정 대표는 이를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독자적인 기술이 아닌 오픈 소스로 융합해서 개발하다 보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중국은 드론 1개당 100~200만원 정도이지만, 국내는 1000만원 이상이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표했다.

정 대표는 "드론은 소프트웨어 시장 진입로이자 국기 자존심" 이라며 "기술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 "누군가는 가야 하는 길···적자 내도 해낼 것"

정 대표는 우주조직을 키워 우주복합항법장치가 더 융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법기술은 점차 융합항법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번 기술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닌 바이러스와 같이 우주기술도 변이가 나타나고 이에 맞춰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 대표는 스페이스X와 같이 민간주도형 기술 시대가 도래한 현재, 우주 강대국으로서의 도약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무인기 전공이 아니어도 유능한 사람이 많은데 아직까지 예산은 전공 중심으로 흘러간다"라며 "항법기술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전문기술인력 양성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기에, 핵심 기술 위주로 평가 제도가 바뀌어 민간 기업을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내비쳤다.

끝으로 정 대표는 한국 항법기술 세계화를 위해 꾸준히 연구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로 앞으로도 항법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빚만 늘어나지만 누군가는 가야 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항법기술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그 길에 두시텍이 앞장서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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