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의 AI를 보다上]출연연부터 기업∙대학∙커뮤니티까지
"선생님이 된 동료" ETRI, 정보통신 1등 국가 재구현하다
500여명의 덕후 모임∙글로벌 인재 대거 포진 'KAIST 대학원' 

다가오는 미래는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더 '인간 같은'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대덕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일등 국가를 위해 대덕은 오늘도 인공지능과 함께 약진하고 있습니다. 대덕넷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덕의 인공지능'을 조명합니다. 기획 기사 '대덕의 AI를 보다'는 上∙下 총 두 편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미국의 수학자가 발견한 '구골(Googol)'은 10의 100제곱을 뜻한다. 1 뒤에 0이 100개 달린 수다. '구글(Google)'이 바로 이 구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구글이 1998년 설립 당시부터 방대한 빅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했음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것이다. 구글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검색 알고리즘에 인공지능(AI)을 더한 AI '알파고'를 개발했다. 머지않아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일깨웠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뒤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지능을 인공지능이 갖게끔 한다. 구글을 포함한 IT 공룡기업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주력으로 한다. 세계는 인류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가오는 시대는 인공지능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한국을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대덕에서 이뤄지고 있다. 

◆ 동료가 가르쳐주는 AI 

인공지능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은 '융합'이다. 모든 기술에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이야말로 협업과 융합적 지식이 총망라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인공지능 융합 바람이 불고 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인공지능 선도 기관으로서 최근 'x+AI' 계획을 선보였다. 분야 상관없이 모든 기술(x)에 인공지능을 접목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ETRI는 연구원이 연구원에게 가르치는 인공지능을 구상했다. 'AI 아카데미'다. 

"25년 전, 정보통신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학원 수강 쿠폰을 돌렸어요. 주부들이 컴퓨터를 배우면 자식들에게 가르칠 수 있으니깐요. 그렇게 대한민국은 정보통신 일등 국가가 됐습니다. 인공지능 일등 국가도 이렇게 하면 됩니다. 부모 세대부터 인공지능을 알려 후세대에 교육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김명준 ETRI 원장이 밝힌 AI 아카데미 설립 목적이다. AI 아카데미는 내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초부터 고급까지 5단계로 나뉘어있다. 수강자 스스로가 본인에게 맞는 온·오프라인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김형준 ETRI 기획본부장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수강이 제한적임에도, 온·오프라인 지원자가 각 200여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ETRI는 순수 기관 수익금으로 AI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시범운영 단계이다. 연말에 자체적 검증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대학교 운영관리시스템과 같이 ETRI만의 교육 플랫폼 구축도 진행 중이다. 개개인의 필요한 학습경로를 추천해주고 커리어를 설계해주는 기능이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관리자가 바뀌어도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거란 이유에서다. 

ETRI의 최종목표는 기관 내부에서 나아가 출연연·시민을 대상으로 한 AI 스쿨이다. 김 본부장은 "지금이 시작이다. AI 아카데미 모토인 '필요한 직원을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을 필요한 시기에 전달한다'에 맞춰, 인공지능이 적극 필요한 현재에 ETRI의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비쳤다. 

◆ 신약도 이젠 AI가

ETRI 기술력에 뿌리를 둔 대덕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정보통신기술(IT)∙바이오기술(BT)∙빅데이터기술(DT) 융합 초강수를 뒀다. 10억개의 화학물 라이브러리와 1000대의 고성능 컴퓨터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한다. 실제 지난 9월 인공지능을 이용해 선별한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 2종은 94.3%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신테카바이오는 인공지능이 유전체 데이터에서 표적 단백질을 찾고 10억개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에서 3차에 걸쳐 약물을 발굴한다. 약 2주가 걸린다. 동물실험까지 거칠 시 두 달 반이 걸린다. 전임상까지의 과정이 2년 정도 걸리는 보통 실험실과 비교하면 획기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대표 김해진)는 인공지능으로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한다. 고유기술 'ETONS(Ensol Trans-Omics Network System)'은 논문 데이터를 이용해 단백질, 유전자, 화합물 등 분자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분석한다. 별도의 독성평가 없이 컴퓨터만으로 신약후보물질 연구가 가능하다. 최근 이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외부 서비스로 개시했다.  

◆ 'AI 덕후' 500명의 시너지
 

AI 프렌즈 오픈 채팅방은 약 500여명의 AI 덕후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AI라는 교집합으로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한다. [사진=이유진 기자]
AI 프렌즈 오픈 채팅방은 약 500여명의 AI 덕후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AI라는 교집합으로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한다. [사진=이유진 기자]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500여명이 모여있는 대덕發 커뮤니티(오픈 채팅방: AI 프렌즈)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AI 전문가가 아닌 'AI 덕후'라 소개한다. 전국의 연구원, 기업인, 공무원, 학생, 교수 등 말 그대로 인공지능이라는 하나의 교집합만으로 융합된 모임 'AI프렌즈'다.

"인공지능을 배우고 있는데, 빅데이터도 배워야 할까요?"     

최근 AI프렌즈 단톡방에 올라온 한 학생의 질문이다. 구성원들의 즉각적 반응이 쏟아졌다. AI프렌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I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들어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 기술 조언∙구인구직 등 협업이 자유자재로 이뤄진다. 

AI프렌즈 구성원 중 한 명인 이제현 한국에너지연구원 박사는 AI프렌즈를 '동네 이웃 주민'이라 표현했다. 잔치를 벌이면 하나둘 집 반찬을 싸 들고 오는 동네 주민처럼, AI프렌즈도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른 시각의 인공지능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학회나 초청 강연 등과는 달리 격식 없이 편하게 물어보고, 한편으론 가르치고 도움받는 곳이 AI프렌즈"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은 연구원들을 융합하게 해주는 접착제"라고 말했다. 

2년 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인공지능 문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AI 프렌즈를 구상한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인공지능 대중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은 어떤 분야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며 "기술 자체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다르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에 따르면 AI프렌즈는 올해 안에 공식 학회 출범을 준비 중에 있다. 

◆ 14명이 쏘아올린 논문 222편

대덕이 한국의 인공지능 핵(核)이라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계 무대서 인공지능 개가를 올린 이들이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1호 인공지능 인재 양성 기관 'KAIST AI 대학원'의 교수진 라인업은 글로벌하다. 14명의 전임 교수(내년 2월 부임 예정 교수 포함)는 ▲구글 AI 리서치 ▲IBM 왓슨 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AI 리서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디즈니 리서치 ▲네이버 ▲삼성종합기술원 등 국내외 최고 기관에 몸을 담갔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39세. 인공지능 기린아들의 모임이다.

논문은 실력을 좌우하는 잣대라 할 수 있다. 14명의 전임 교수들은 올해까지 지난 7년간 머신러닝, 기계학습 등 인공지능 최고 학회에 투고한 논문만 222편이다. 그중 세계 3대 AI 학회로 손꼽히는 ICML(머신러닝국제학회), NeurIPS(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 ICLR(표현학습국제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150편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NeurIPS가 발표한 올해 논문 수에 따르면 KAIST는 세계 12위에 자리했다. 정송 KAIST 대학원장에 따르면 이는 일본 전체 논문 수와 필적할 정도라고 한다. 

정 원장은 "교수진 한명 한명을 들여다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그간의 이력이 다양하다"며 "젊고 활동적이며 톱 클래스 상당의 교수진이 자리한 KAIST AI 대학원은 인간 두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자율 인공지능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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