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기술사업화 네트워크, 19~20일 부산탐방
선보엔젤파트너스 등 대표 VC 및 스타트업 맹활약
"지역 특성 녹아든 생태계 가꾸고, 글로벌 추진 인상적"

부산 중견기업들에게 미래를 안내한 '선보엔젤파트너스'[사진 = 김요셉 기자]
부산 중견기업들에게 미래를 안내한 '선보엔젤파트너스'[사진 = 김요셉 기자]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부울경 제조업 중견기업들이 모여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며 신성장 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점이 인상깊다."(허재준 노동연구원 박사)

"부산 중견기업의 새로운 사업아이톔 발굴 니즈와 그들의 자본이 연계된 다양한 성공 전략의 잠재성을 엿봤다. 부산과 대덕의 연계를 통한 윈윈모델이 탄생하도록 함께 준비하면 좋겠다."(최종근 한남대 창업지원단 부단장)

"2023년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데 부산처럼 대전 중견기업들도 주체로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박창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문위원)

부산 기술사업화 생태계 현장을 둘러본 대덕인들의 소감이다. 고층 빌딩숲 사이로 부산 특유의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던 지난 19일 오후. 부산 지역의 혁신 트렌드를 직접 목격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덕특구 기술사업화 관련 구성원들이 해운대 중심부로 출동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부산탐방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비롯해 대전시, 대전경제통상진흥원, 한국수자원공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과학기술지주, 노동연구원, 이노폴리스벤처협회, 한남대‧한밭대 등 대덕의 기술사업화 관련 다양한 기관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방문단은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는 대표 엑셀러레이터들과 스타트업을 방문하고 부산만이 지닌 창업생태계 특징을 파악해 가면서 대덕과 부산간 교류 및 연계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 부산 전통 제조기업들, '미래기업 군단'으로 변신중
부울경 대표 엑셀러레이터로 부상한 '선보엔젤파트너스'

오종훈 대표 "공동의 이익 우선"[사진 = 김요셉 기자]
오종훈 대표 "공동의 이익 우선"[사진 = 김요셉 기자]
벡스코(BEXCO) 인근 센텀중앙로에 위치한 선보엔젤파트너스(공동대표 최영찬‧오종훈). 최근 떠오르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다. 이 회사는 부산의 조선 중견 기자재 중견기업 선보공업 창업주의 장남이 만든 벤처투자회사다. 창업주 최금식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는 대신 아들 최영찬 대표는 선보엔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쓰러져가는 전통 조선업의 미래를 다시 일으키고자 벤처투자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 2016년 2월 회사를 설립한 뒤 누적 출자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동으로 창업한 오종훈 대표에 따르면 선보엔젤파트너스는 부산 지역 중견기업들의 깊은 고뇌의 결과물로 탄생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단지가 부산에 만들어졌을 당시 창업자들의 연령대가 30대 중반으로 비슷했다. 현재 산업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경영 2세들의 나이도 비슷하고, 경영 리더십 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미래 불안 상황도 같았다. 그래서 20여 부산의 중견기업들이 뭉쳐 지금까지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기존 항해의 방향타를 미래 투자로 돌렸다. 

그 중심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가 부산 중견기업들의 신사업 기획팀 역할을 도맡았다. 특정 분야와 상관없이 외연을 넓혀가면서 미래 뜻에 동참하는 중견 기업들의 연합전선을 펼쳐나가고 있다. 창업 당시 대전의 카이트창업가재단 사례 등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현재 부울경(부산‧울산‧경남) 20개 중견기업 중 절반이 상장사로, 2천억~1조원 시장가치의 기업들이 주주와 펀드로 참여하면서 부산만의 창업 생태계를 가꿔가고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지금까지 70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고, 총 110개 회사에 투자중이다. 기존 70개 기업의 가치 증가율이 평균 395%. 회사 측은 스타트업 투자특성상 2~3년 내 괄목할만한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세계 최고 연구실의 기술력을 매칭하며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투자 타깃은 부산을 넘어 글로벌하다. 
 

매달 열리는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투자 성과 공유와 투자 후보 기업들의 소개가 이어진다.[사진 = 이석봉 기자]
매달 열리는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투자 성과 공유와 투자 후보 기업들의 소개가 이어진다.[사진 = 이석봉 기자]
중견기업들과 투자 예정 기업을 잇는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정례모임 '라운드테이블'도 알차게 진행 중이다. 매월 투자 성과 공유와 함께 새로운 투자후보 기업들을 발굴해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해 지속적인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배터리 데이를 개최했고, 앞으로 수소 데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중견기업들과의 미래 교집합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부울경 지역과 광주에 이어 대전에서도 지역 특화형 투자생태계를 활성화시켜 나갈 복안을 갖고 있다.

오종훈 대표는 "선보의 중견기업들은 투자 비즈니스를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강한 신뢰와 협업에 기반된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시대상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선보엔젤파트너스의 투자 역사는 10~20년 후 전통 제조기업이 어떻게 미래기업으로 전환해 가는지를 증언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자본시장 부산-기술 대덕 연계 가능성 크다"
쿨리지‧케이브릿지 '지역기업에 애정을 갖고 투자중' 

"부산과 대전의 연계 가능성이 큽니다." 권혁태 의장에 귀기울인 부산탐방단[사진 = 김요셉 기자]
"부산과 대전의 연계 가능성이 큽니다." 권혁태 의장에 귀기울인 부산탐방단[사진 = 김요셉 기자]
"대전과 부산은 엮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부산은 바다가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열려 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해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서울보다 빠르다. 부산은 대덕의 가장 좋은 테스트베드일 수 있다."

부산 지역을 집중적으로 10년 이상 100개 기업 넘게 투자해 온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의장의 말이다. 권 의장은 서울과 대전, 부산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두루두루 경험하며 부산과 대덕의 연계 잠재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총 1500억원의 펀드규모를 운영하면서 극초기 스타트업과 지역 기반의 소셜벤처 투자에 집중해 오다가 최근 시리즈 B 투자단계의 후보 기업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부산의 서면 지역 한 빌딩에 20~30명 직원이 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스타트업 7개를 모아놓고 퀄리티 있는 공간과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2달 사이 투자 5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권혁태 의장은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보면 지방에 투자 기회가 많다"며 "벤처투자가 지방에 활성화되면 지역 자산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지방 투자생태계의 기회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센텀지구에 위치한 케이브리지인베스트먼트(공동대표 이동철·추현상)도 부산을 대표하는 엑셀러레이터로 성장하고 있다. 케이브리지 1호 스타트업 투자조합 출범이후 총 755억원 규모로 다양한 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관광산업 레벨업 투자조합을 결성해 부산의 관광산업도 투자중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관광업계 전체가 어렵지만, 여전히 관광산업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 판단하고 여러 회사를 접근중이다. 

이동철 대표는 "2016년 부산에서 창업 당시 시장 조사를 해보니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작지만, 부산 및 영남권 지역의 창업투자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고, 벤처생태계 자체가 성장하고 있었다"라며 "부산에서 시작한 초기 기업들에게 전국을 넘어 글로벌하게 서비스 제품개발을 해야한다고 제안해 왔고, 부산 기업들을 성공한 기업가로 키워내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브리지인베스트먼트는 모두싸인을 비롯해 타우피엔유메디칼, 쉐어트리츠, 페이타랩 등 분야를 막론한 부산 스타트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면서 글로벌 행보에 동참케 하고 있다. 

◆ 건설안전 플랫폼 스타트업 '무스마', 아시아 시장 넘본다

아시아 건설안전 시장을 넘보는 '무스마'. 실시간으로 모든 건설현장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사진 = 김요셉 기자]
아시아 건설안전 시장을 넘보는 '무스마'. 실시간으로 모든 건설현장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사진 = 김요셉 기자]
방문단은 센텀중앙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빌딩 안에서 건설안전업계의 아시아 시장을 넘보는 무스마(대표 신성일)를 찾았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을 이전받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미래과학기술지주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이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산업 모니터링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중인 무스마는 창업 4년만에 한국 건설업의 보수적인 시장에서 현대건설‧대림산‧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유수의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급성장중이다.

무스마는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1인당 10억원 손실이 생기는데, 안전성과 생산성에 특화된 모니터링 솔루션을 도입하면 기존 건설안전 업계에서 파급력있는 혁신일 이뤄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중이다. 

무스마는 정수기를 임대하듯 전국에 전문 현장설치 유지관리팀을 운영하면서 '임대형 현장관리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을 ETRI로부터 이전받아 건설 현장에 무선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근로자가 어느 구역에 몇 명이 작업하고 있는지 관리가 가능하고, 영상으로도 쉽게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태양발전광 시스템으로 배 위에서도 근로자의 데이터를 받아 관리할 수도 있다. 중장비에 위치 단말기를 부착해 가동시간과 위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크레인 인양물 인식시스템을 적용하면 크레인간 충돌 뿐만 아니라 크레인 인양물 형상을 감지할 수도 있다.

무스마는 작년에만 70여개 주택건설 작업에 투입돼 총 5만여명의 건설 종사자들의 안전을 책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성일 대표는 "ETRI 연구진이 기술이전을 끝까지 책임지고 도움을 주셔서 신생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려운 가운데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었다"라며 "초기 창업 당시 ETRI의 기술력이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돼 보수적인 건설업 시장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덕특구 부산탐방단 관계자들은 무스마의 기술수요에 부응한 ETRI 연구자의 협업태도와 대덕의 기술과 마케팅 시장의 연결이 새로운 가능성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례에 인상깊어 했다. 또 제2의 선보엔젤파트너스 모델이 대전에서도 탄생하길 기대했다. 
 

"부산 벤처생태계와 대덕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윈윈하도록 함께 만들어 갑시다."[사진 = 김요셉 기자]
"부산 벤처생태계와 대덕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윈윈하도록 함께 만들어 갑시다."[사진 = 김요셉 기자]
◆ 다음은 대덕 기술사업화 네트워크 부산탐방 참석자 명단(가나다순)
김유경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리, 김은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기술창업팀 연구원, 김정석 한밭대학교 교수, 문병권 대전시 과학산업과 팀장, 박창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문위원, 양승호 이노폴리스벤처협회 사무차장, 이예진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리, 장진국 한국수자원공사 창업혁신부 매니저, 정인영 대전경제통상진흥원 부장, 정재호 과학기술지주 경영지원실장, 최종근 한남대학교 창업지원단 부단장, 최태원 한남대학교 창업지원단 선임매니저, 허재준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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